글로벌 게임업계 판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연초부터 조(兆) 단위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최근 한 달 동안에만 글로벌 M&A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게임업체도 크고 작은 M&A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소니의 ‘반격’

연초 100조원 M&A…글로벌 게임 판이 바뀐다
일본의 소니 인터액티브 엔터테인먼트가 미국 게임 개발사 ‘번지’를 36억달러(약 4조3600억원)에 인수한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번지는 게임 ‘헤일로’ 시리즈, ‘데스티니’ 시리즈를 만든 게임사로 유명하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번지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비디오게임을 개발한 업체”라고 평가했다. 번지는 향후 소니 산하의 독립 게임 개발사로 운영된다.

소니의 대규모 투자는 콘솔 게임 시장에서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MS는 지난달 미국 게임사 액티비전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81조9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글로벌 게임업계 M&A다.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가 마무리되면 MS는 ‘콜오브듀티’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등 인기 게임을 대거 확보한다. 콘솔용 게임 시장에서 소니보다 독점 인기 게임을 더 많이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소식에 소니 주가가 하루 동안 12%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소니는 이번 번지 인수 소식과 함께 3.7%가량 상승했다.

차세대 게임 플랫폼으로 떠오른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두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MS는 월정액 기반 게임 유통 서비스인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운영하고 있다. ‘엑스박스 게임패스’는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고성능·고용량 게임기 성능이 필요한 콘솔 게임을 스마트폰에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게임패스의 이용자 수는 2500만 명으로 1년 전보다 700만 명 늘었다. 소니의 비슷한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이용자 수는 4700만 명이 넘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처럼 인기 게임을 많이 보유한 게임사가 구독형 게임 서비스에서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M&A로 몸집 키우는 게임사들

게임 ‘GTA(Grand Theft Auto)’와 ‘문명’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 게임사 ‘테이크투 인터랙티브’도 지난달 대규모 M&A를 발표했다. 모바일 게임 ‘팜빌’로 알려진 게임 개발사 징가를 127억달러(약 15조2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올 들어 공개된 글로벌 게임업계의 M&A 규모는 총 850억달러(약 102조7650억원)에 달한다.

M&A로 몸집을 키우는 글로벌 게임업체의 공통된 화두는 시장 주도권이다. 매출 기준 글로벌 1위 게임사인 텐센트도 잇따른 M&A로 회사를 키웠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라이엇게임즈, ‘브롤스타즈’의 슈퍼셀 등을 인수하면서 급격히 커졌다. 텐센트는 미국 에픽게임즈 지분의 40%, 프랑스 돈노드 엔터테인먼트 지분의 22%, 스웨덴 패러독스 인터랙티브 지분의 5%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게임 시장 조사업체 뉴주는 세계 게임 시장 규모가 지난해 1758억달러(약 212조5422억원)에서 2024년 2187억달러(약 264조4083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게임업계도 M&A 움직임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8월 글로벌 소셜카지노 게임업계 3위 업체인 ‘스핀엑스’를 2조5000억여원에 인수했다. 국내 게임업계 역대 최대 규모 M&A다. 크래프톤은 작년 10월 미국 게임 개발사 ‘언노운 월즈’를 5억달러(약 5858억원)에 사들였다. 위메이드는 모바일 게임 ‘애니팡’으로 알려진 선데이토즈를 1300억원에 인수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