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체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무역수지에 연초부터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48억9000만달러 적자로, 1966년 무역통계 작성 이래 월간 적자폭으로 사상 최대다. 무역수지는 작년 12월에 적자(5억9000만달러)로 돌아서, 두 달 연속 적자를 낸 것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무역적자의 주된 요인은 원유·가스·석탄 등 주요 에너지원 가격이 급등한 때문이다. 원유(두바이유) 수입가는 1년 새 50% 이상 올랐고, 액화천연가스(LNG·동북아 현물가 기준)는 4배 이상, 석탄(호주산)은 3배 가까이 폭등했다. 이들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지난달 총 159억5000만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90억6000만달러 급증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E플레이션(에너지+인플레이션)’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정세 불안과 함께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제유가(WTI)는 이미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했으며, 글로벌 경제·금융회사들은 올해 120달러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를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산업 구조상 무역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적자 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역전선에서 들려오는 비상벨 소리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정부의 위기불감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상 최대 무역적자에도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수입 증가율의 상대적 강세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한가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믿을 구석’으로 여기는 수출 역시 현황을 들여다 보면 심상치 않다. 1월 수출 증가율은 15.2%로, 작년 11월(31.9%)에 비해 반토막 났다. 올해 반도체 사이클 전환, 오미크론 확산과 공급망 차질, 미국의 통화긴축 가속화, 중국의 성장 둔화 전망 등 누가 봐도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데도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유가·원자재 모니터링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혹여 닥칠지 모를 에너지 대란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예사롭지 않게 돌아가는 국내외 상황을 감안할 때 넋놓고 있다가는 요소수 대란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또한 무역적자가 새삼 일깨운 문제가 탈원전 폐해다. 무역수지를 방어하려면 결국 발전용 LNG·석탄 수입을 줄여야 하며, 그러려면 가장 경제적 발전설비인 원전 가동이 필수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