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자딩구에 있는 SES 상하이 기가 팩토리. 2023년 완공되면 전세계에서 가장 큰 리튬메탈 배터리 생산시설로 연간 1GWh 규모의 리튬메탈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중국 상하이 자딩구에 있는 SES 상하이 기가 팩토리. 2023년 완공되면 전세계에서 가장 큰 리튬메탈 배터리 생산시설로 연간 1GWh 규모의 리튬메탈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투자전문회사인 SK㈜가 미국 차세대 배터리 개발사 'SES홀딩스(옛 솔리드에너지시스템)'의 뉴욕 증시 상장으로 잭팟을 터뜨리게 됐다. 약 730억원을 투자해 확보한 지분 가치가 4300억원으로 불어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SES는 오는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을 앞두고 있다고 1일 발표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아이반호캐피탈애퀴지션(IVAN)과 합병하는 형태다. 기업 가치는 33억7500만달러(약 4조원)로 인정받았다.

SES는 201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100암페어시(Ah) 이상 전기차용 리튬메탈 배터리 아폴로(Apollo·107Ah)를 선보였다. 차세대 배터리로 평가받는 리튬메탈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배터리다.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에 흑연 대신 금속을 사용해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는 1.4배 높다. 에너지밀도가 높아지면 부피를 적게 차지하기 때문에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를 늘리거나 차체를 가볍게 만들 수 있다. 금속 종류에 따라 배터리 가격도 낮출 수 있다. SES는 중국에 세계 최대 규모 리튬메탈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GM 현대차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 공동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SES 창업자이자 CEO인 치차오 후 박사가 지난해 11월 ‘SES 배터리 월드’ 행사에서 세계 최초 대형 리튬메탈 배터리인 107Ah용 아폴로(Apollo™)를 공개하고 있다.
SES 창업자이자 CEO인 치차오 후 박사가 지난해 11월 ‘SES 배터리 월드’ 행사에서 세계 최초 대형 리튬메탈 배터리인 107Ah용 아폴로(Apollo™)를 공개하고 있다.
SK는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6100만 달러(약 730억원)를 투자해 SES 지분 12.7%를 확보했다. 치차오 후 최고경영자(CEO)에 이은 2대 주주다. 스팩 상장 직후 SK의 지분율은 10.6%로, 지분 가치를 계산하면 약 4300억원이다. 투자 원금의 약 6배다. 상장 직후 지분율은 △치차오 후 CEO(약 11%) △SK(11%) △버텍스홀딩스(테마섹 계열·8%) △GM(8%) △천제리튬(Tianqi lithium·8%) △앤더슨인베스트먼트(테마섹 계열·7%) △현대·기아차(4%) 순이다.

SK는 투자전문회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분 투자와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음극재와 양극재, 동박 등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와의 합병을 계기로 배터리 소재 직접 생산 비율을 높이고,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로 투자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동박 제조 글로벌 1위인 중국 기업 왓슨(Wason)에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700억원을 투자했다. SK머티리얼즈는 차세대 음극재로 평가받는 미국 실리콘 음극재 생산기업 그룹14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8500억원을 투자해 경북 상주에 실리콘 음극재 및 음극재용 실란(SiH4)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양극재 소재 시장 선점을 위해 중국 베이징이스프링과 합작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선제적인 '씨 뿌리기' 투자로 지분가치도 크게 늘어났다. SK는 SES, 왓슨, 그룹14 등 글로벌 배터리 소재기업 지분 인수에 4500억원을 투입했다. 상장 및 자금 조달 과정에서 평가된 이들 기업의 가치를 기준으로 지분 가치를 환산하면 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투자금액의 4배에 달한다. SK는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구축에 약 1조4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배터리 소재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