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억달러(약 1200억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진 영국의 현대미술 거장 데미안 허스트의 조형 작품 ‘For Love of God’(신의 사랑을 위하여·사진)이 사실은 한 번도 판매된 적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허스트가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3일 예술 전문 매체인 아트넷에 따르면 허스트는 이 작품이 팔린 적 없으며 영국 런던의 한 창고에 15년째 보관돼 있다고 최근 뉴욕타임즈를 통해 밝혔다. 작품은 18세기 남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실제 해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만든 조형물로, 2006년 공개돼 큰 화제를 모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좀처럼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유골을 훼손해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판매 과정도 미심쩍었다. 허스트가 소속된 갤러리인 화이트큐브는 당시 "익명의 투자자 컨소시엄이 작품을 구매했으며, 현금으로 1억달러를 지불했기 때문에 영수증 등 증거자료는 남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미술 전문매체인 아트뉴스페이퍼가 "갤러리가 작품 판매를 위해 가격을 대폭 인하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직후였다. 작품 재료비로만 3000만달러(약 360억원)가 들었다는 허스트의 주장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귀금속 전문가들이 실제 비용을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00만~1500만달러(120억~180억원)으로 추정하면서다.

이듬해 허스트는 소더비 경매에 신작 223점을 직접 출품해 2억달러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런 실적에는 해골 작품을 고가에 판매했다고 발표해 얻은 광고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스트는 가장 성공한 현대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미술계에서는 그가 지나치게 돈에 집착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