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연합뉴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연합뉴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친근한 기업이 돼야 합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달 사내 게시판에 올린 신년사에서 MZ세대를 언급했다. 1973년 호텔신라가 설립되고, 2018년 MZ세대라는 용어가 미국에서 생겨난 후 처음이다. 이 사장은 “디지털 기반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할 것”과 “착한 소비에 부합하는 선한 기업이 될 것”을 주문했다. 모두 MZ세대의 소비 트렌드다.

‘특급 중의 특급’ 신라호텔이 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2년째 실적 부진에 시달리자 VIP 주력 전략에서 눈을 돌려 젊은 층과 가족 여행객 잡기에 나섰다.
'특급 중의 특급' 신라호텔도 변했다…"MZ세대에 친근한 기업 돼야"
호텔신라는 지난해 4분기 호텔 및 레저 부문에서 1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전 분기인 3분기 영업이익(9억원)보다는 111% 늘었다. 호텔부문 분기 영업이익 기준으로 코로나19 이후 최대치다.

신라호텔 체인의 4분기 투숙률은 모두 코로나 19 확산 이래 가장 높았다. 서울 신라호텔은 투숙률이 49%까지 올랐다. 제주 신라호텔은 77%, 신라스테이는 74%를 기록했다. 서울 신라호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신라스테이는 44% 증가했다.
'특급 중의 특급' 신라호텔도 변했다…"MZ세대에 친근한 기업 돼야"
2019년 80%를 넘던 신라호텔 투숙률은 코로나19로 외국인 투숙객들이 사라지며 급락했다. 서울의 최고급 럭셔리 호텔인 장충동 서울 신라호텔의 타격이 제일 컸다. 2020년 2분기 투숙률은 28%. 지난해 1분기 투숙률도 32%에 그쳤다. 호텔 및 레저 부문은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매 분기 영업적자를 냈다.

신라호텔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VIP에 주력하는 정책을 고수했다. ‘스몰 럭셔리’를 추구하는 젊은 층은 많이 와도 돈이 안 된다고 봤다. 그러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자 새로운 타깃에 초점을 맞췄다. 상품부터 달라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MZ세대에 인기인 골프, 미술품 투자 패키지 등을 본격 내놨다. 삼성전자와는 젊은 층 호응도가 높은 가전들과 연계한 상품들을 내놨다. 지난해 신라호텔 셰프들이 개발한 비스포크 큐커 전용 밀키트가 대표적이다. 신라스테이는 최근 삼성전자의 휴대용 빔 프로젝터 신제품 ‘더 프리스타일’을 체험하는 패키지를 내놨다. 북미 등 국내외 사전 판매에서 완판된 흥행작이다.

올 들어서는 시설과 시스템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서울 신라호텔은 지난달부터 어린이날이나 방학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키즈 라운지를 상시 운영한다. 최근 서울과 제주 신라호텔, 신라스테이 등 전 체인에 앱을 통한 비대면 체크인 및 체크아웃 서비스를 도입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의 편의를 위해 만든 서비스”라며 “앞으로도 기존 사업을 디지털 기술로 해석하고 플랫폼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