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메타는 2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내놓으면서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랩스의 재무 상황을 처음 공개했다. 이는 가상현실(VR) 헤드헷 메타퀘스트와 같은 메타버스 관련 하드웨어 매출을 포함한다.

페이스북은 이날 리얼리티랩스가 2021년 한 해에만 100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리얼리티랩스의 연간 순손실 규모는 2019년 45억달러, 2020년 66억2000만달러, 2021년 101억9000만달러로 급증했다.

CNBC는 올해 리얼리티랩스의 순손실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비드 웨너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올해 영업손실이 의미있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리얼리티랩스가 회사 전체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는 "리얼리티랩스가 없었다면 메타가 지난해 560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리얼리티랩스가 작년 4분기에 낸 순손실 규모는 33억달러다.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등 다양한 미래 먹거리 프로젝트를 포괄하는 알파벳의 '아더베츠' 사업 부문은 같은 기간 14억5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리얼리티랩스 순손실 규모의 절반 수준이다. 웨너 CFO는 지난해 순손실 101억9000만달러 가운데 42억달러는 임금과 연구개발(R&D) 비용 등에 쓰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메타가 이처럼 메타버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이 회사가 메타버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CNBC는 전했다. 로블록스 에픽게임즈와 같은 규모가 작은 메타버스 경쟁사와 달리 메타는 효과적으로 메타버스 사업에 비용을 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 경영진은 그들의 메타버스 비전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 최대 1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CNBC는 "이는 메타가 새로운 성장 원천을 찾으면서 새로운 전략으로 선회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메타의 핵심 사업도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실적 지표 중 하나인 일간 활성 사용자(DAU)가 지난해 4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 주당순이익은 3.67달러로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 예상치(3.84달러)를 밑돌았다. 어닝 쇼크(실적 충격)에 메타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20% 넘게 폭락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