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동생 B씨는 오피스텔 전세를 얻었다.
A씨의 대출금과 이자는 의사인 아버지가 대신 갚았다.
세금을 내지 않고 재산을 넘겨주기 위한 '꼼수'였다.
B씨의 전세금 역시 아버지가 편법으로 증여한 돈이었다.
A씨와 B씨는 아버지 병원에서 일한 적이 없으면서 이름만 올려 급여를 받기도 했다.
미성년자 C군과 그의 어머니는 수십억원 상당의 상가와 아파트를 사들였다.
이들의 부동산 취득자금은 '스타강사'인 아버지가 세금을 내지 않고 빼돌린 사업소득이었다.
증여 과정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D씨는 어머니가 대금을 갚아주는 신용카드로 명품 쇼핑과 해외여행을 즐겼다.
자신의 소득은 고스란히 저축했다.
D씨는 어머니에게 받은 돈과 은행 대출을 합쳐 부동산도 여럿 사들였고, 대출 이자 상환 역시 어머니가 책임졌다.
D씨의 오빠 E씨는 어머니에게 실거래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증여받아 세금을 탈루하기도 했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F씨는 자산가인 아버지에게 돈을 편법 증여받아 부동산을 산 뒤, 이 부동산을 담보로 수십억원을 빌려 또 다른 부동산을 샀다.
대출 이자와 원금의 대부분을 아버지가 대신 갚아줬는데, 근저당을 채권최고액으로 계속 등기해 이 사실을 숨겼다.
직장인 G씨는 차용증을 쓰고 어머니에게 돈을 빌려 부동산 담보 대출을 상환했다.
하지만 차용증은 G씨와 어머니가 짜고 만든 '가짜'였고, G씨는 어머니에게 돈을 한 푼도 갚지 않았다.
H씨는 부동산 임대업자인 아버지의 주택을 세입자 보증금을 끼고 샀다.
H씨의 아버지는 계약 과정에서 보증금을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 H씨가 내야 할 잔금을 줄여줬고, 주택 근저당권의 채무자는 바꾸지 않아 대출이자도 계속 상환해줬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인 H씨는 해외 플랫폼 업체에서 받은 돈을 신고 없이 빼돌려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 돈으로 H씨는 수십억원어치의 주식을 사고 아들의 부동산 취득자금을 대줬다.
국세청은 이처럼 '부모 찬스'를 이용해 빚을 갚는 등 편법 증여로 세금을 빼돌린 혐의가 있는 연소자 227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부동산 등 자산을 취득하고 부모 재산으로 대출을 상환하거나 부모 신용카드로 사치성 소비 생활을 누린 '금수저 엄카족(엄마 카드를 쓰는 자녀)' 41명, 본인 명의 신용카드를 쓰고 고가 주택을 샀으나 소득이나 자금 여력이 없어 변칙증여가 의심되는 52명이 포함됐다.
근저당권 설정을 계속 유지하거나 허위 차용증을 써 부동산 담보 대출을 부모가 대신 갚아준 사실을 숨긴 87명, 신종 호황 업종으로 돈을 벌고 수입을 숨긴 부모로부터 돈을 받아 재산을 불린 47명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대출 증감 내역과 소득·소비패턴을 분석해 부모의 도움으로 재산을 취득하거나 대출을 상환한 혐의가 있는 경우에 대해 자금 출처를 분석해 탈세 혐의자를 가려냈다.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일부 부유층이 재산취득, 소비 생활, 대출 상환까지 모두 부모의 경제력을 이용하면서도 이를 교묘히 은폐하고 있다"며 "이는 변칙적 탈루행위로 정당한 세 부담 없이 부를 이전하고 자산 양극화를 심화해 국민들에게 상실감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향후 자산 취득과 부채 상환 등 부의 이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칙증여에 대한 검증체계를 더욱 정교화해 탈루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