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담당관 시절 윤석열 징계 주도…'검사장 1순위' 성남지청장 영전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성남FC 후원' 사건을 박은정 지청장이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연일 확산하고 있다.
석연치 않은 규정 변경과 부서 개편 등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수사를 막기 위해 지청장 권한으로 제동장치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하던 성남지청 수사과는 지난해 대검을 통한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 조회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대검 반부패·강력부는 절차상 문제가 있으니 다시 검토해보라는 취지로 요청을 반려했다.
관련 보고를 받은 김오수 검찰총장 또한 박은정 지청장에게 따로 전화해 절차상 문제를 거듭 지적했다고 한다.
김 총장과의 통화 후 박 지청장은 성남지청의 위임·전결 규정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FIU 자료 조회 의뢰를 차장검사 전결에서 지청장 전결로 변경하고.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중요 사안의 경우에는 지청장에게 결재를 받도록 규정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 부서 업무 분담 변경 및 인력 재배치도 이뤄졌다.
박 지청장은 성남FC 의혹 수사팀인 형사3부의 특수·공안 수사 기능을 형사1·2부가 나눠 분담하게 하고 형사3부는 성범죄·강력 전담 부서로 만들었다.
성남지청은 위임 전결 규정 조정 이유에 대해 "기관장 부임 후 전반적인 규정 정비 차원에서 타 청의 규정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부서 전담 업무 변경에 대해서는 "정기인사에 맞춰 부장검사와 전체 검사의 희망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며 "성남FC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인사 후에도 그대로 그 사건을 담당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현직 지청장들은 변경된 성남지청의 위임·전결 규정의 내용이 예외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현직 검찰 지청장은 "경찰 신청 영장을 청구하면서 지청장에게 결재를 받으라고 명시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전직 검찰 지청장도 "FIU 수사 의뢰까지 별도로 규정을 만들어 전결로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부서 업무를 변경하는 과정 자체도 통상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검찰 간부는 "전국 대부분 검찰청에서 특수·공안 수사는 형사 말(末) 부가 전담하고 있는데, 이러한 업무 분담 자체를 지청장이 임의로 바꾼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내부 민원에 따랐다기보다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내린 결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친여 성향인 박 지청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연루 의혹이 있는 성남FC 수사를 지연시키기 위해 규정과 부서 업무 분담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청장과 의견 차이를 보이던 수사팀이 지청장 결재나 보고 없이 차장·부장 전결로 의혹 수사를 이어나가자, 이를 막기 위해 지청장 권한으로 곳곳에 제동 장치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박 지청장은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감찰·징계 청구 실무를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상관인 류혁 감찰관에게 보고를 하지 않고 윤 전 총장에 대한 대면 조사를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며 '상관 패싱'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20년 12월에는 감찰담당관실에 파견 근무했던 검사가 "윤 총장에 대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관련 내용이 박 감찰담당관의 지시로 보고서에서 삭제됐다"고 폭로하는 일도 있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 지청장은 지난해 7월 검사장 승진 1순위의 요직으로 꼽히는 성남지청장으로 영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