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에너지 대란 우려가 잦아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서유럽 에너지 시장의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네덜란드 천연가스 선물의 경우 지난 1주일 새 가격이 16% 하락했다. 지난해 12월21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메가와트시(MWh) 당 180.27유로보다 57% 낮은 가격이기도 하다.

천연가스 가격이 진정세를 보이는 이유는 최근 공급량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유럽의 천연가스 비축량은 전체 저장용량의 38%에 불과할 정도로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업체 ICIS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은 950만M/T(메트릭톤)으로 전년 동기의 3배 수준에 달한다. 전체 수입량 가운데 절반은 미국에서 온 LNG였다. 톰 마젝-맨서 ICIS가스 분석 책임자는 "미국에서 LNG를 싣고 오는 선박 30척이 2월에 줄줄이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

러시아도 최근 며칠새 유럽에 더 많은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총 1억1900만㎥ 규모의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슬로바키아로 들어왔다. 지난 1월 마지막주 하루 평균(4750만㎥)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공급이 늘었다. 슬로바키아로 들어온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체코 헝가리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로 공급된다.

아울러 최근 유럽에서는 바람이 많이 불어 풍력 발전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겨울 날씨도 예상보다 춥지 않아 천연가스 및 화석연료 수요가 당초 우려만큼 폭증하지도 않았다. 영국 에너지시장 조사업체 아거스미디어의 나타샤 필딩 가스 애널리스트는 "중기적인 예보에 따르면 한파가 다시 닥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