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미국 차세대 배터리 기업 ‘SES홀딩스(옛 솔리드에너지시스템)’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잭팟’을 터뜨리게 됐다. 약 730억원을 투자해 확보한 지분 가치가 4300억원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SK가 투자한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의 지분 가치는 총 1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SES, 뉴욕증시 상장

SK, 美 차세대 배터리 투자로 '6배 잭팟'
SES는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예정이라고 지난 1일 발표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아이반호캐피털애퀴지션(IVAN)과 합병하는 형태다. 기업 가치는 33억7500만달러(약 4조원)로 평가받았다. 4일부터 거래되는 주식의 이름은 ‘SES AI 코퍼레이션’으로, 티커명은 ‘SES’다.

SES는 2012년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전기차용 107암페어시(Ah) 용량 리튬메탈배터리 ‘아폴로’를 선보였다. 차세대 배터리로 평가받는 리튬메탈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기존의 리튬이온배터리와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배터리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배터리다.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에 흑연 대신 금속을 사용해 에너지 밀도를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1.4배로 높였다.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를 늘리거나 차체를 가볍게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SES는 중국 상하이에 세계 최대 규모 리튬메탈배터리 생산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현대자동차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지분 투자와 공동 연구개발 등의 형태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선제 투자 빛 본 SK

SK는 SES에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6100만달러(약 730억원)를 투자했다. 스팩 합병 후 SK의 지분율은 10.6%다. 치차오 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지분율 11.1%)에 이은 2대 주주다. SK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약 4300억원으로 투자 원금의 6배에 달한다. SES의 주요 주주로는 싱가포르국부펀드(테마섹) 계열사 버텍스홀딩스(8%), GM(8%), 현대차·기아(4%) 등이 있다.

투자전문회사인 SK는 지분 투자 및 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SK머티리얼즈와의 합병을 계기로 배터리 소재 직접 생산 비율을 높이고,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투자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1위 동박 제조사인 중국 왓슨에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700억원을 투자했다. SK머티리얼즈는 차세대 음극재로 평가받는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미국 그룹14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8500억원을 투자해 경북 상주에 실리콘 음극재 및 음극재용 실란(SiH4)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양극재 소재 시장 선점을 위해 중국 양극재 대표 기업인 베이징 이스프링과 합작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씨 뿌리기’ 투자로 지분 가치도 크게 늘어났다. SES, 왓슨, 그룹14 등 글로벌 배터리 소재기업 지분 인수에 투입한 자금은 약 4500억원이다. 상장 및 자금 조달 과정에서 평가된 이들 기업의 가치를 기준으로 지분 가치를 환산하면 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투자금액의 4배 규모다. SK는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구축에 약 1조4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폭발적 성장세가 기대되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더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연/남정민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