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처음으로 동유럽에 미군을 추가 배치하는 안을 공식 승인했다. 공수사단과 신속기동여단 등 최정예 병력 3000명을 급파하는 것으로 지난달 비상 대기 명령을 내린 8500명의 병력과는 별개다. 러시아는 “파괴적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는 등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美 “어떤 공격에도 신속 대응”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군 병력 3000명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추가 배치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재 폴란드와 루마니아에는 각각 4000명과 900명의 미군 병력이 있다.
美 최정예병력 3000명 동유럽 급파…러시아 "파괴적 조치" 반발
이번에 배치되는 3000명 중 2000명은 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육군 기지 포트브래그에서 차출된다. 이들은 폴란드와 독일로 향하며 대부분 폴란드에 배치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폴란드로 가는 미군 병력 대다수가 82공수사단과 18공수사단으로 구성돼 있다고 전했다. 공수사단은 유사시 적 후방으로 침투하는 낙하산 부대다. 나머지 1000명은 독일 주둔 미군에서 선발돼 루마니아로 이동한다. 세계 어디서든 96시간 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신속기동여단(스트라이커 부대) 소속이다.

3000명의 미군 병력은 일단 미군의 지휘를 받는다. NATO가 러시아에 맞서 신속대응군을 가동하면 지원하게 된다. 커비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NATO 동맹을 안심시키기 위해 준비한 것으로 어떤 공격에도 방어에 나설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 추가 병력이 유럽에 배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추가 파병 발표가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24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8500명의 병력에 따라 우크라이나 주변 지역에 파병 준비 명령을 내렸다. 현재 8만여 명인 유럽 주둔 미군이 최대 9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미국의 다짐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근거 없이 이뤄진 이번 파괴적인 조치는 군사적 긴장을 더하고 정치적 결정의 여지를 좁힐 뿐”이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위기로 러시아 주가 하락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계속되면서 러시아 금융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50개 기업 주식을 묶은 RTS지수는 정점을 찍은 지난해 10월 26일(1919.58)에 비해 24%가량 하락했다. 모스크바증권거래소(Moex) 상장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배로 미 S&P500 기업들의 평균 PER인 21배보다 낮다. 이에 따라 러시아 주식을 저가 매수하려는 헤지펀드가 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데이비드 아마란 발추그캐피털 설립자는 “미국과 러시아가 화해의 악수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러시아 현지 분위기로 미뤄볼 때 양국 간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발 갈등으로 급등하던 유럽 에너지 가격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에너지 시장의 벤치마크 중 하나인 네덜란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1주일 새 16%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21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보다 57% 낮다.

하지만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남아 있다. 투자회사 아문디의 빈센트 모티어 최고투자책임자는 “지정학적 위기는 제대로 대비하기 어려워 만약 발생한다면 ‘아마겟돈’ 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이지현/박상용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