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친근한 기업이 돼야 합니다.”

"VIP 대신 호캉스族"…'특급' 신라호텔의 변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달 사내 게시판에 올린 신년사에서 MZ세대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공식 행사에서 MZ세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장은 또 ‘디지털 기반의 사업구조 개편’과 ‘착한 소비에 부합하는 선한 기업’을 당부했다. 모두 MZ세대의 핵심 소비 트렌드다.

‘특급 중의 특급’으로 불리던 신라호텔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VIP 중심 전략에서 탈피해 시선을 젊은 층과 가족 여행객에게 돌리고 있다. 이 같은 마케팅 전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호텔 및 레저 부문에서 1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신라호텔 체인의 4분기 투숙률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서울 신라호텔은 49%, 제주 신라호텔 77%, 신라스테이는 74%를 기록했다. 서울 신라호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신라스테이는 44% 증가했다.

2019년 80%를 넘던 신라호텔 투숙률은 코로나19로 외국인 투숙객이 사라지며 급락했다. 서울 최고 비즈니스호텔로 꼽히던 명성이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악재가 된 것이다. 2020년 2분기 투숙률은 28%로 떨어졌고 지난해 1분기까지 32%에 그쳤다. 신라호텔은 코로나19 사태 초기까지 충성도 높은 VIP고객에 주력하는 정책을 고수했다. 그러나 코로나사태가 길어지자 전략을 바꿨다. 상품부터 달라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MZ세대에 인기가 높은 골프, 미술품 투자 패키지 등을 본격 내놨다. 삼성전자와는 젊은 층 호응도가 높은 가전제품과 연계한 상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신라호텔 셰프들이 개발한 비스포크 큐커 전용 밀키트가 대표적이다.

올 들어서는 운영 시스템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어린이날이나 방학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키즈라운지를 상시 운영으로 전환했다. 최근 앱을 통한 비대면 체크인 및 체크아웃 서비스를 도입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