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전후해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확인한 일부 여권 인사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을 맴도는 데는 문 대통령 책임이 크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박한울 민주당 청년선대위 청년노동플랫폼 단장은 지난달 30일 SNS에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더 이상 지지층 결집만으로는 선거를 이길 수 없다”고 썼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출신인 박 단장은 “최근 몇 주 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생각보다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훨씬 높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며 “솔직히 말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총체적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홍남기 부총리의 자화자찬을 수용하면서 그를 옹호하기 급급했다”며 “솔직하게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이탄희 민주당 의원과 ‘나꼼수’ 출신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등이 공유했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김우영 선대위 대변인도 같은 날 SNS에 “나를 먹여 살리지 않는 국가, 백성의 요청에 응답이 없는 군주에겐 충성하지 않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이치”라며 “그 정부가 그토록 애타며 만든 문재인 정부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썼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인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배신자라 낙인찍힐 게 뻔하다”면서도 “여당 후보 역차별도 정도껏 해야지 너무 하지 않은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부겸 국무총리를 향해선 “덕장 행세에 관료의 나팔수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한 행사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한 번 하자는 것도 홍 부총리와 그렇게 싸워도 해결이 안 됐다”며 “왜 그렇게 대통령께서 부총리를 장악해서 정리하지 못할까에 대한 답답함도 있다”고 토로했다. 송 대표 발언 하루 전엔 민병덕·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청와대 앞까지 찾아가 추가경정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 지지도가 임기 말에도 40%를 유지하는 것은 ‘비문(非文)’인 이 후보에겐 ‘독’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앞으로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정부가 여당의 증액 요구를 반대할 경우 ‘문 대통령 때리기’가 더욱 노골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