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경제 위기 때마다 돌파구 역할을 했다. 수출이 살아나면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면서 내수도 뜀박질했다. 수출은 코로나19가 할퀸 경제의 상흔도 지웠다. 지난해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90%에 육박하며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하지만 올해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도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수출이 위기 버팀목

성장 90% 가까이 책임진 수출…올핸 '먹구름'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재화·서비스)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87.5%를 기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4.0% 중 재화 수출 몫이 3.1%, 서비스 수출이 0.4%였다.

2020년(77.8%)보다 상승했으며 2012년(129.2%) 후 가장 높았다. 수출의 성장 기여율은 2018년 55.2%에서 2019년 4.5%로 급락했다. 수출은 2019년 10.4% 감소했고 2020년엔 5.5% 줄었다. 202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0.9%였으며 이 가운데 수출 몫은 -0.8%였다.

하지만 수출은 지난해 25.8% 늘어난 6445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성장률 중 90%가량을 책임졌다. 작년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민간소비(42.5%)와 설비투자(17.5%)도 크게 웃돌았다.

경제 성장에 각 항목이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는 데는 몇 가지 방식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론 민간과 정부, 순수출과 내수로 나눠 보는 방법이다. 이 가운데 순수출은 수출에서 수입을 빼 산출한다. 지난해엔 수입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순수출의 성장 기여율은 수출의 성장 기여율보다 한참 낮은 20%를 기록했다. 내수 기여율은 80%였다. 코로나19 위기감이 고조됐던 2020년엔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순수출 기여율은 -56%를 나타냈다. 이는 경제가 0.9% 뒷걸음질치는 동안 순수출은 마이너스 폭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얘기다.

올해는 성장세 갉아먹을까

하지만 올해는 수출이 성장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출상황 판단지표별 최근 동향 및 평가’ 보고서 등을 통해 이르면 올 3월을 기점으로 수출 증가율이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수출 증가율은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31.9%에서 12월 18.3%, 지난달 15.2%로 쪼그라들었다.

한은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과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한국 수출을 억누를 위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액에서 25%를 차지한 중국은 올해 부진한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성장률을 4.8%로 종전(5.6%)보다 0.8%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중국에 이어 2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경제성장률도 5.2%에서 4.0%로 대폭 낮춰 잡았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국제 무역을 위축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수출은 물론 무역수지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48억9000만달러 적자를 내며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적자폭을 나타냈다. 수출보다 수입액이 큰 폭으로 불어난 결과다. 지난달 원유(두바이유 기준) 가격이 배럴당 54.8달러에서 83.2달러로 51.8% 올랐다.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는 337.8%, 석탄은 153.8%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면서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로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수입 가격의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