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설 연휴 직전 현대엔지니어링이 IPO를 전격 철회를 결정한데 이어 상반기 IPO 대어로 꼽혔던 교보생명의 상장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 연기를 결정했기 때문인데요.

활기가 돌던 IPO 시장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교보생명 상장심사가 왜 연기됐는지 좀 살펴보겠습니다.

조현석 기자 나와있습니다.

앞서 저희가 지난달에 교보생명 상장예비심사가 연기될 전망이라는 보도를 해드린바 있는데, 상장심사 연기가 결정됐네요?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벌이는 풋옵션 분쟁, 2조원이 걸린 이른바 '쩐의 전쟁'인데요.

거래소가 이 분쟁을 이유로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한 교보생명 IPO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교보생명 몸값이 잘해야 3조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신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파괴력이 큰 사안이라고 본 것입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 설명 들어보시죠.

["1대주주와 2대주주간 결과가 명확해진 이후에 상장공시위원회에 부의해서 심사 방향, 승인 또는 미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로 가는것이..."]

<앵커>

이 같은 분쟁에도 교보생명은 풋옵션 이행 가처분 소송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상장을 자신한다는 입장이었는데, 거래소의 생각은 달랐던 거군요?

<기자>

지난해 12월이죠. 투자자들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풋옵션 계약을 이행하게 해달라며 국내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교보생명은 보도참고자료까지 내면서 "신 회장이 완승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IPO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낙관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소 입장은 달랐습니다. 가처분 소송 기각을 법적 분쟁의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본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판결 내용을 보면 재판부는 신창재 회장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앵커>

가처분 소송이 기각되긴 했지만, 교보생명의 주장과 달리 내용적으로는 완패나 다름없었다, 이런 얘기가 되는것인가요?

<기자>

네. 판결문 살펴보면 그렇습니다. 먼저, 이 분쟁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핵심쟁점이 되는 주주간 계약 제7.3조를 볼 필요가 있는데요.

풋옵션이 행사되면 풋주식의 공정시장가격을 어떻게 결정할지, 그 절차를 어떻게 이행할지 등을 규정한 조항입니다.

재무적투자자들은 이에따라 평가기관을 통해 풋주식 가격으로 40만9천912원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신 회장은 풋옵션 조항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평가기관을 선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풋주식을 얼마에 사주겠다는 가격도 제시하지 않았고, 분쟁이 본격화됐습니다.

<앵커>

이와 관련해선, 앞선 국제상업회의소, ICC 중재재판에서 결과가 나왔잖아요.

가처분 소송은 그 연장선이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 주요 쟁점에 대한 재판부 판단을 살펴보죠.

<기자>

가처분소송에선 중재판정을 놓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앞선 ICC의 중재판정 요지를 보면 신창재 회장이 앞서 말씀드린 주주간계약 7.3조에 따른 의무를 위반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요구한 가격대로 주식을 매수할 의무는 없다는 것입니다.

신창재 회장은 풋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는데 방점을 찍고, 더 이상 주주간 계약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중재판정부가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한 것은, 중재판정부가 직접 결정하는 풋가격에 매수할 의무가 없다는 의미에 불과하고, 풋옵션 매매대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게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신 회장이 평가기관 선임 등 계약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고, 평가기관을 선임하지 않은 것은 주주간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앵커>

또 다른 쟁점이 있죠. 투자자들이 제시한 풋가격이 부풀려졌는지 하는건데,

신창재 회장측은 투자자들이 회계법인과 짜고 주식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해서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중이잖아요, 이에 대한 판단은 어땠나요?

<기자>

신창재 회장은 투자자들이 안진회계법인과 공모해 주식 가치를 부풀려 가치평가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 이 때문에 후속 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마저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판결문에는 현 단계에서 회계법인의 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됐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어떤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 회장이 의무 이행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적혀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가처분 소송은 왜 기각된 것인가요?

<기자>



재판부의 판단은 투자자들의 권리는 인정이 된다, 하지만 가처분을 통해 구제 받을 정도의 시급성은 소명이 되지 않았다는 취지입니다.

국내 법원에선 통상 가처분의 경우 권리관계 뿐 아니라, 본안소송을 기다려서는 권리구제가 어렵다, 빨리 결정을 해줘야 한다는게 인정이 돼야 인용되는데, 이 사건은 그런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측 관계자는 "시급성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핵심적인 법률 이슈에 대해 한국 법원에서 판단을 받으면 후속 중재를 쉽게 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달 중으로 신청할 ICC 2차 중재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의미입니다.

1차 중재가 2년6개월 정도 걸렸는데, 이런점에서 2차 중재는 이보다 빠르게 진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법적 분쟁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IPO를 방해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는 교보생명은 법적 분쟁 속에도 상장 추진은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조현석기자 hscho@wowtv.co.kr
신창재 회장 완승이라고?…판결문 살펴보니 '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