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보 설치구간만 모조리 붕괴 '사고의 주요 요인' 지목…불법 확인 시 원청 과실
'수십t 역보 설치' 브리핑 받고도…현산 '구조검토 요구' 묵살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붕괴사고 요인으로 지목된 공법 변경을 현산 측이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안전성 검토를 거치지 않는 등 '복지부동'(伏地不動)한 정황과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3일 광주경찰청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에 따르면 현산 측은 철근콘크리트 시공 하청업체인 A사가 39층 시공 공법을 변경한 사실을 정확히 사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붕괴사고가 난 39층 슬래브는 당초 재래식 거푸집으로 시공할 계획이었으나, 중간에 데크플레이트(지지대 설치를 최소화할 수 있는 특수거푸집) 시공 공법으로 방식이 변경됐다.

A사는 데크플레이트 설치 방식으로 공법을 바꾸면서 높이가 낮은 일부 구간에 대해 총 무게가 수십t에 달하는 '역보'('┴'자형 수벽)를 설치했다.

결국 역보를 설치한 구간만 모조리 무너져 내리면서, 역보 설치가 하부층 동바리(지지대) 미설치와 함께 주요 사고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사는 자체적으로 'PIT(설비) 층 DECK 설치도면'을 자체 마련하고 설명회까지 개최, 39층 슬래브 공사 공법 변경안을 원청인 현대산업개발 측에 브리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도면에는 붕괴 면에 'A·B·C·D·E·F·G·H' 등으로 각기 다른 역보의 모양과 설치 위치 등이 상세히 표기돼 있다.

각 역보의 두께는 300~400㎜에 달해 총 수십t의 무게가 나감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수십t 역보 설치' 브리핑 받고도…현산 '구조검토 요구' 묵살
현산 측은 역보 설치를 A사와 사전 협의까지 거쳐 알고 있음에도 공법 변경에 따른 구조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

감리는 "현산 측에 공법 변경에 따른 구조검토를 위해 도면 제공을 요청했지만, 결국 받지 못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현장에서 감리의 구조 검토에 대한 요구가 있었음에도 이를 묵살한 현산 측은 "구조검토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역보 추가 설치 등 공법 변경이 설계변경을 거치며 구조검토를 해야 하는 대상인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에 자문한 상태다.

향후 공법 변경으로 인한 역보 무단 설치가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공법 변경이 구조 검토 대상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현산 측은 이번 붕괴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아파트 시공 방식 변경은 원청인 현산의 승인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해, 역보 설치에 대한 수사는 현산 본사의 과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내용이 될 전망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는 작은 부분까지 본사의 협의와 승인을 거쳐야 하는 구조다"며 "공법 변경 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이는 현산 본사의 과실 책임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