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로 골프 접을 뻔…멘탈 다잡고 새 시즌 3승 도전"
골프 선수들은 새 시즌 목표를 밝힐 때 ‘우승’이라는 말을 꺼린다. 자칫 건방지게 비칠 수 있어서다. 스스로에게 압박감을 준다는 이유로 ‘우승’이라는 단어를 징크스처럼 여기는 선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서울 방화동의 ‘배선우 골프 아카데미’에서 만난 배선우(28·사진)는 대뜸 “새 시즌 목표는 3승”이라고 말했다.

3승은 2019년 일본으로 건너간 배선우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쌓은 우승 수(2승)보다 많다. 그만큼 지난 2년의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짙었다. JLPGA투어는 코로나19 때문에 2020, 2021시즌을 통합해 운영했는데, 배선우는 상금랭킹 16위(9608만9299엔)였다. 상금 20위권 가운데 우승이 없는 선수는 배선우를 포함해 3명뿐이다. 그중 출전한 대회가 50개 이하인 선수는 배선우가 유일하다. 2019년 2승을 올린 그는 이후 준우승만 다섯 번 차지했다. 배선우는 “연장전에 가서 질 때는 잠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모호한 성적은 ‘코로나 블루’로 이어졌다. 은퇴까지 생각했다. 배선우는 “작년 12월에 정확히 320일 만에 귀국했다”고 했다. “홀로서기 한다고 부모님 없이 혼자 일본에서 생활했고 좁은 호텔 방 안에서 갇혀 있다시피 했어요. 한국과 가까워서 일본 투어에 도전한 건데 (격리 문제 때문에) 한국에 오지도 못했죠. ‘골프를 계속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매일 관(棺) 안에 누워 있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그는 “JLPGA투어에서 같이 뛰는 언니들이 도와주고 위로해준 덕분에 은퇴할 생각을 접었다”고 했다. 특히 신지애(34)가 큰 힘이 됐다. “(신)지애 언니는 새벽 4시까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도 해줬어요. 그 덕분에 예전에는 골프라는 큰 틀에 ‘인간 배선우’가 있었는데, 이제는 제 삶 안에서 골프를 일부분으로 여길 수 있게 됐죠.”

인생 버킷 리스트가 100개를 넘는다는 그는 ‘일반인 배선우’의 모습을 팬들과 좀 더 많이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여행 브이로그’를 찍어 일상을 부분 공개할 계획이다. 은퇴 후 바리스타를 꿈꾸는 그의 ‘카페 탐방기’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커피콩) 로스팅이 잘 된 카페들을 소개하고 싶다”며 웃었다.

최근 설립한 ‘배선우 골프아카데미’도 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4층 건물에 스크린 골프장, 스크린 골프 연습 타석, 스튜디오 등을 모두 넣어 ‘골프 타운’을 완성했다. ‘임시 개장’ 기간에는 골프 꿈나무들을 초청해 무료로 연습장을 개방했다.

은퇴 후 레슨 프로로도 활동하고 싶다는 그가 항상 강조하는 건 ‘기본’이다. 배선우는 “커리어를 돌아보면 무너지지 않고 꾸준할 수 있는 건 항상 ‘기본기’를 가다듬은 덕분이었다”며 “골프가 잘 안 된다면 그립과 어드레스, 셋업 자세 등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보라”고 당부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