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정책 동향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핏 포 55'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사진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 연합뉴스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핏 포 55'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사진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온실가스를 55% 줄이기 위한 입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15일에는 1990년 대비 55%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Fit for 55) 패키지를 발표했다. 2030년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40%에서 55%로 상향 조정한 이 법안은 법률 재정비를 통한 전략을 담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의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해 12월 16일 두 번째 패키지를 발표, 올해 입법안을 상정하기 위한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가스 시장 규칙 개정, 메탄가스에 대한 규정 강화, 건물과 운송의 에너지 성능 개선 등이 포함된다.

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핏 포 55’ 입법안은 탄소가격 결정 3개, 감축 목표 설정 4개, 규정 강화 4개와 사회 기후 기금(social climate fund)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법안은 배출권 거래제 강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도입, 내연기관 규제, 에너지 관련 지침 개정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탄소국경조정제도로 EU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EU 수준의 강력한 환경규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력에 대해 내년부터 시범 운영하고 2026년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법안에 따르면 역내 수입업자는 수입품의 탄소배출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패키지 2, 가스·메탄 등 내용 추가

‘핏 포 55’ 패키지는 2050년까지 어떻게 기후 중립을 달성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 목표에 도달하려면 비용 효율적이면서도 공감대를 확산하고 회원국의 저항이 작도록 설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핏 포 55는 기후, 에너지·연료, 운송, 건물, 토지이용, 임업 등 폭넓은 정책 분야와 경제 섹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사회 기후 기금을 신설해 이노베이션 기능을 강화하고 회원국의 취약계층을 지원한다.

지난해 12월 패키지 2에서 추가된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가스에 관한 것이다. 역내 소비 가스 중 저탄소가스의 비율은 5%에 못 미친다는 조사 결과를 반영해 이 비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천연가스는 현재 EU에서 소비되는 가스 연료의 약 95%를 차지한다. 가스연료는 EU 총에너지 소비량의 22%를 차지한다. 일반적 석탄·석유로부터의 이행기에 천연가스의 역할은 인정하지만, 단계적으로 이용을 줄이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EU 역내 소비 가스를 천연가스에서 수소, 바이오가스 등 재생 가능한 가스 및 저탄소가스로 이행하기 위해 가스 시장의 공통 규칙을 제정한다. 수소는 정유, 제철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과 특정 중장비 운송 부문을 포함해 다양한 곳에서 사용될 것이다. EU의 수소 전략에 따라 2024년까지 EU 내 재생수소(에너지원이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100만 톤, 2030년까지 최대 10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부터 재생수소가 저탄소수소(low-carbon hydrogen)를 대체해야 한다.

둘째, 메탄은 강력한 온실가스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이어 두 번째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지만,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오존을 만든다. EU에서 메탄은 53%가 농업 부문, 26%가 폐기물 처리 부문에서 발생하지만 이번에 대상이 되는 것은 메탄 배출의 19%를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이다. 구체적으로 석탄·석유·천연가스 산업의 메탄 배출에 엄격한 측정 기준을 도입, 메탄의 누출 검지와 수리의 의무화, 메탄 방출이나 소각 금지 등이 포함된다.

건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도 포함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약 60%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으며, 화석연료의 생산과 사용, 폐기물, 농업에서 발생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대폭 감축해야 세계가 지구 기온 목표치 1.5°C(또는 심지어 2°C)를 밑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지난해 9월 미국과 EU는 2030년까지 모든 지구 메탄 배출량을 30%까지 줄이겠다는 글로벌 메탄 공약을 발표했으며, 2021년 11월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6)에서 이를 확인했다.

셋째, 건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에 관한 규정이다. 이는 유럽위원회가 2020년 10월에 발표한 '레노베이션 웨이브 전략'에 근거한다. 건물의 에너지 성능 평가 기준의 역내 공통화를 추진하고, 저성능에 해당하는 건물의 효율 향상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새로운 교통 정책에 관한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교통 체계를 지속 가능하도록 스마트 모빌리티 전략을 구체화한 것으로, 유럽 운송 네트워크(TEN-T) 규칙 개정안에 담겨 있다.

TEN-T는 역내 공통 교통권의 창설을 위한 철도·도로·수로·해로나 교통 터미널·항만·공항 등으로 구성된 복합적 교통 인프라 정비 계획이다. 이 개정안은 2050년까지 교통 운송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90% 삭감하도록 한다. 이번 TEN-T 규칙 개정안에서는 복수의 교통수단을 활용하도록 하고 철도 화물운송 강화와 컨테이너의 환적 거점의 증설, 다른 교통수단의 환승 터미널 설치를 추진하고 424개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2025년 말까지 배출 제로를 위한 도시 교통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핏 포 55 패키지는 생물다양성, 순환형 경제, 제로 오염, 지속 가능하고 스마트한 모빌리티, 에너지 혁신 등을 통해 탄소중립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 대책 중 가장 효용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회원국 간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성대한 선언이 아니라, 어렵지만 함께하겠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올해 안에 입법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