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차감 뭐지?…터프가이 '랜드로버 디펜더'의 반전 [신차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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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아의 신차털기 31회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타보니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타보니
랜드로버의 오프로드 3도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디펜더 90'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됐던 군용차에 뿌리를 둔 정통 오프로더다. 거친 진창을 누비는 데 특화됐지만 이 차의 매력은 오프로드에 그치지 않는다. 일반 SUV 수준의 준수한 승차감, 매끄러운 주행 성능까지 온로드도 안정적으로 소화해낸다.
지난 2일 디펜더 90를 타고 서울 도심 곳곳과 강변북로·올림픽대로 약 60km를 주행했다. 디펜더는 디젤차에 대한 배기가스 등 환경 규제로 인해 2015년 단종된 후 신형 파워트레인과 함께 2020년 재출시된 모델이다.
디펜더는 롱휠베이스(축간거리) 모델인 디펜더 110, 숏바디 모델인 디펜더 90 2가지 모델이 있으며 이중 디펜더 90은 작년 6월 국내 시장에 처음 들어왔다. 디펜더는 랜드로버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랜드로버 브랜드의 정체성이라 할 만하다. 1948년 첫 1세대 디펜더 출시 당시 초기 차명은 '랜드로버'였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신형 디펜더의 외관은 1세대 디펜더의 헤리티지를 잇는다. 각진 외관과 짧은 전후면 오버행, 직각으로 툭 떨어지는 뒤쪽 문(테일 게이트) 등이 대표적. 테일 게이트에 달린 여분의 타이어와 동그란 디자인의 헤드램프, 천장과 옆 창문을 잇는 알파인 윈도우도 당시 디펜더를 떠올리게 한다. 너트와 볼트 등 일부 구조물이 노출되는 실내 디자인은 고급감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어도 오프로더의 성격과도 잘 어우러진다. 물리적 버튼으로 이뤄진 공조 장치와 스티어링 휠 버튼들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직관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다만 센터 디스플레이 크기는 더 키워도 될 듯싶다. 차 크기에 비해 작다. 디스플레이를 크게 가져가는 추세와도 동떨어진다는 느낌을 줬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승차감이었다. 오프로드 감성으로 무장한 디펜더의 외관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부드러움이 느껴져서다. 업계 관계자는 "적절한 크기의 타이어와 서스펜션 세팅이 잘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주행 질감도 매끄럽다. 평균 세단 정도의 매끈함은 아니지만 둔탁하지 않고 꽤 부드럽게 나아간다. 공차 중량이 2.4t에 달하는 무거운 차체가 무색하게 가속 반응도 즉각적이다. 터보 차저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영향이다. 전기 모터는 초반 가속력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준다. 회사 측은 "트윈 터보 차저와 전자식 가변 노즐 시스템 덕분에 2000RPM(엔진회전수)에서 최대 토크의 90%를 출력한다"고 설명했다. 차에는 신형 인제니움 인라인 6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기존 엔진에 전기 모터가 추가되면서 연료 효율과 친환경성을 잡았다. 이 차의 최고 출력은 249마력, 최대 토크는 58.1kg·m으로 묵직한 차체를 구동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연료 효율도 준수하다. 공인 복합 연비는 L당 10.2km다. 실제 주행 이후 확인한 평균 연비도 10.2km/L로 동일하게 나왔다.
디젤 엔진인 점은 아쉽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로 환경을 신경 쓴 흔적은 보이나 국내 소비자들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속에서 다소 출렁이는 점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지상고가 높은 데다 박스 형태의 차제 모양에 따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내 공간은 여유롭다. 3도어 차량이나 휠베이스가 2587mm에 이르는 데다 전고(1974mm)가 높아 더 여유 있게 느껴진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넉넉한 2열도 확보했다. 2열 레그룸은 93cm로 동급 최고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열이 1열보다 다소 높게 설계돼 뒷좌석에 앉았을 때 답답함도 덜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후면 디자인에 트렁크 공간에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좁지 않았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 무리 없을 적재 용량이다. 더 넓게 쓰고 싶다면 2열을 접으면 된다.
지상고가 높은 만큼 시트 포지션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트럭이나 소형 버스와 맞먹는 수준의 높이다. 높은 전고 때문에 한없이 크게 느껴지는 이 차 운전이 생각처럼 부담스럽진 않았다. 전장(4583mm)이 중형 SUV 수준으로 그리 길지 않은 데다 시야가 트여 있어 운전하기 오히려 편안한 면도 있다. 큼직한 사이드 미러도 주행 편의성을 높이는 요소다. 내비게이션으로 '국민 내비' 티맵이 장착된 점은 확실히 편리했다. 익숙한 게 최고다. 최적화된 경로로 안내하는 티맵의 장점은 수입차에서는 보기 어려운 랜드로버의 배려로 느껴졌다. 계기판에서 크게 볼 수도 있어 활용도가 높다.
이 차에는 랜드로버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가 탑재됐다. 자주 사용하진 않았지만 보닛 아래 가려진 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최악의 오프로드 상황에서 안전한 주행을 돕는 데 활용도가 높다. 장점만큼이나 불편한 점도 있다. 힘줘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들리는 엔진 소음은 은근히 신경이 거슬린다. 일반 유리가 사용된 탓에 풍절음도 꽤 잘 들린다.
사이드 스텝이 없어 키가 작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긴 쉽지 않다. 2열에 들어가려면 1열 시트를 앞으로 당겨야 하는데 시트 이동 범위가 한정적이다. 이 때문에 들어가기 다소 비좁은 공간이 나오는데 체구가 작은 편인 기자가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덩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스페어 타이어가 후면 유리의 일부를 가려 시야를 방해한다. 헤드레스트라도 세워져 있으면 룸미러로 후방 상황을 확인하기 더 어려워진다. 레인지로버 라인에는 탑재된 클리어 사이트 룸미러(카메라로 후방의 시야를 확보)가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통풍 시트의 부재, 디스플레이 반응 속도가 느린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디펜더 90은 S와 SE 트림으로 나뉜다. 두 모델 모두 디젤 엔진 기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했다. 두 트림은 매트릭스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 앞좌석 메모리 시트 등 옵션에 차이가 있다. 가격은 각각 8420만원, 9290만원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지난 2일 디펜더 90를 타고 서울 도심 곳곳과 강변북로·올림픽대로 약 60km를 주행했다. 디펜더는 디젤차에 대한 배기가스 등 환경 규제로 인해 2015년 단종된 후 신형 파워트레인과 함께 2020년 재출시된 모델이다.
디펜더는 롱휠베이스(축간거리) 모델인 디펜더 110, 숏바디 모델인 디펜더 90 2가지 모델이 있으며 이중 디펜더 90은 작년 6월 국내 시장에 처음 들어왔다. 디펜더는 랜드로버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랜드로버 브랜드의 정체성이라 할 만하다. 1948년 첫 1세대 디펜더 출시 당시 초기 차명은 '랜드로버'였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신형 디펜더의 외관은 1세대 디펜더의 헤리티지를 잇는다. 각진 외관과 짧은 전후면 오버행, 직각으로 툭 떨어지는 뒤쪽 문(테일 게이트) 등이 대표적. 테일 게이트에 달린 여분의 타이어와 동그란 디자인의 헤드램프, 천장과 옆 창문을 잇는 알파인 윈도우도 당시 디펜더를 떠올리게 한다. 너트와 볼트 등 일부 구조물이 노출되는 실내 디자인은 고급감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어도 오프로더의 성격과도 잘 어우러진다. 물리적 버튼으로 이뤄진 공조 장치와 스티어링 휠 버튼들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직관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다만 센터 디스플레이 크기는 더 키워도 될 듯싶다. 차 크기에 비해 작다. 디스플레이를 크게 가져가는 추세와도 동떨어진다는 느낌을 줬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승차감이었다. 오프로드 감성으로 무장한 디펜더의 외관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부드러움이 느껴져서다. 업계 관계자는 "적절한 크기의 타이어와 서스펜션 세팅이 잘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주행 질감도 매끄럽다. 평균 세단 정도의 매끈함은 아니지만 둔탁하지 않고 꽤 부드럽게 나아간다. 공차 중량이 2.4t에 달하는 무거운 차체가 무색하게 가속 반응도 즉각적이다. 터보 차저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영향이다. 전기 모터는 초반 가속력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준다. 회사 측은 "트윈 터보 차저와 전자식 가변 노즐 시스템 덕분에 2000RPM(엔진회전수)에서 최대 토크의 90%를 출력한다"고 설명했다. 차에는 신형 인제니움 인라인 6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기존 엔진에 전기 모터가 추가되면서 연료 효율과 친환경성을 잡았다. 이 차의 최고 출력은 249마력, 최대 토크는 58.1kg·m으로 묵직한 차체를 구동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연료 효율도 준수하다. 공인 복합 연비는 L당 10.2km다. 실제 주행 이후 확인한 평균 연비도 10.2km/L로 동일하게 나왔다.
디젤 엔진인 점은 아쉽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로 환경을 신경 쓴 흔적은 보이나 국내 소비자들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속에서 다소 출렁이는 점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지상고가 높은 데다 박스 형태의 차제 모양에 따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내 공간은 여유롭다. 3도어 차량이나 휠베이스가 2587mm에 이르는 데다 전고(1974mm)가 높아 더 여유 있게 느껴진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넉넉한 2열도 확보했다. 2열 레그룸은 93cm로 동급 최고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열이 1열보다 다소 높게 설계돼 뒷좌석에 앉았을 때 답답함도 덜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후면 디자인에 트렁크 공간에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좁지 않았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 무리 없을 적재 용량이다. 더 넓게 쓰고 싶다면 2열을 접으면 된다.
지상고가 높은 만큼 시트 포지션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트럭이나 소형 버스와 맞먹는 수준의 높이다. 높은 전고 때문에 한없이 크게 느껴지는 이 차 운전이 생각처럼 부담스럽진 않았다. 전장(4583mm)이 중형 SUV 수준으로 그리 길지 않은 데다 시야가 트여 있어 운전하기 오히려 편안한 면도 있다. 큼직한 사이드 미러도 주행 편의성을 높이는 요소다. 내비게이션으로 '국민 내비' 티맵이 장착된 점은 확실히 편리했다. 익숙한 게 최고다. 최적화된 경로로 안내하는 티맵의 장점은 수입차에서는 보기 어려운 랜드로버의 배려로 느껴졌다. 계기판에서 크게 볼 수도 있어 활용도가 높다.
이 차에는 랜드로버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가 탑재됐다. 자주 사용하진 않았지만 보닛 아래 가려진 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최악의 오프로드 상황에서 안전한 주행을 돕는 데 활용도가 높다. 장점만큼이나 불편한 점도 있다. 힘줘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들리는 엔진 소음은 은근히 신경이 거슬린다. 일반 유리가 사용된 탓에 풍절음도 꽤 잘 들린다.
사이드 스텝이 없어 키가 작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긴 쉽지 않다. 2열에 들어가려면 1열 시트를 앞으로 당겨야 하는데 시트 이동 범위가 한정적이다. 이 때문에 들어가기 다소 비좁은 공간이 나오는데 체구가 작은 편인 기자가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덩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스페어 타이어가 후면 유리의 일부를 가려 시야를 방해한다. 헤드레스트라도 세워져 있으면 룸미러로 후방 상황을 확인하기 더 어려워진다. 레인지로버 라인에는 탑재된 클리어 사이트 룸미러(카메라로 후방의 시야를 확보)가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통풍 시트의 부재, 디스플레이 반응 속도가 느린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디펜더 90은 S와 SE 트림으로 나뉜다. 두 모델 모두 디젤 엔진 기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했다. 두 트림은 매트릭스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 앞좌석 메모리 시트 등 옵션에 차이가 있다. 가격은 각각 8420만원, 9290만원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