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 사진=한경DB
소비가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 사진=한경DB
소비자물가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도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연내 두 차례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까지 공포에 힘을 싣고 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3.2%를 기록한 후 4개월 연속 3%대를 이어가고 있다. 물가가 넉 달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12년 여만이다.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후 처음이다.

품목별로는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 △전기·수도·가스 △서비스 요금 등이 전년 대비 모두 올랐다. 특히,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이는 2012년 1월의 3.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문제는 당분간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 폭이 높은 데는 수요측 상승 요인도 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나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 공급 측면 상승 요인도 컸다"며 "당분간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최근 국제유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 인도분 선물은 전장 대비 2.01달러(2.28%) 오른 배럴당 90.27달러로 장을 마쳤다. WTI가 90달러를 넘은 것은 2014년 10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WTI는 올 들어 20% 가량 상승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여파로, 월가에선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후반이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국 통화정책 정상화 로드맵 업데이트: 매파적인 연준에도 2번만 인상'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한국 기준금리가 1.7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와 함께 금리 곡선이 가팔라질 것"이라며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0%로, 올해 4분기 기준 물가상승률은 2.5%로 작년(3.6%)보다 유의미하게 하락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추가로 두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한국은행의 회의록을 보면 금리 인상 조치가 기존 예상보다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올해 4월, 3분기 0.25%포인트씩 추가로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다음 인상 시기는 분기별 1회에 맞춰 4월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퇴임 전인 2월로 인상이 앞당겨질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근 공개된 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추가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했다.

한 금통위원은 "소비자물가가 올해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상당폭 상회하는 2% 후반대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가계대출도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을 추진해도 견실한 국내외에서 수요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경제회복세에 큰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위원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가 급격하게 전환됨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므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위원도 "물가상승 압력도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그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 외에도 글로벌 중앙은행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2월 3년여 만에 금리를 올린 후 연속 금리인상이다. 금리를 연속으로 올린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에 속도를 냈다. BoE는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올해 4월 7.5%로 이전 전망치(6%)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금리 인상은 고물가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측면이 컸다"며 "올해 5월 추가 인상을 전망하며, 글로벌 중앙은행이 긴축으로 전환하는 등 대외여건 변화와 금융안정이 금리 인상의 배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