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물가부터 교통·쇼핑·공공 물가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오르는 ‘물가 충격’이 엄습하고 있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전년 동월 대비)로, 4개월째 3%대를 이어갔다. 그렇게 길게 3%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10년 만의 일이다. 특히 집값·전셋값과 휘발유·경유, 김밥·자장면·김치찌개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지수 상승폭이 컸다. 여기저기서 “자고나면 안 오르는 게 없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아우성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큰데도 정부 대책이 시원찮다는 데 있다. 사실 최근 물가 급등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과도한 퍼주기 등 국내 요인도 있지만 이상기후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 지정학적 요인(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변수가 얽히고설켜 더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국제 유가는 7년 만에, 식품 가격은 11년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 시장에 고스란히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내달 대선 이후엔 전기·가스 같은 공공요금까지 오르며 물가 상승률이 4%대로 뛰어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대책은 한가롭기 짝이 없다. 물가 급등이 민생을 위협하는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인데도 아직도 유가·원자재 가격 모니터링 강화, 유류세 인하 연장 검토 같은 얘기뿐이다. 정권교체기 정부 내 복지부동이 만연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52개 생활물가 관리 품목 지정’(일명 MB 물가) 같은 식으로 시장가격 개입에 나서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 외에도 정부가 할 일이 적지 않다. 단기적으로 에너지·식량 대란에 대비해 수입처 다변화 노력이 필수다. 요소수 사태 때처럼 닥쳐서야 허둥지둥대선 곤란하다. 또 외교력 강화를 통해 에너지·원자재 공급망 확보 등 중기 대응도 필요하다. 그동안 어렵게 확보한 해외 광산 등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근시안적 행태를 멈추고, 자원외교를 다시 강화하는 노력도 포함돼야 한다. 아울러 극심한 물가 불안에도 아랑곳 않고 돈 풀 궁리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을 단호한 태도로 견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물가 급등뿐 아니라 무역수지 적자, 부채 급증,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 대내외 리스크가 산재해 있는 엄중한 시기다. ‘퍼펙트 스톰’의 공포가 엄습하는데 공무원들이 일은 하지 않고 대선판 눈치보기에 급급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