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살고 있는 윤모씨는 지난달 3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윤씨가 산소포화도 측정기, 해열제 등이 담긴 재택치료 키트를 받은 것은 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이달 4일. 그사이 고열, 오한 등에 시달렸지만 윤씨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버티는 것’뿐이었다. 그는 “정작 필요할 땐 약이 오지 않았다. 이게 방치가 아니면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재택치료 10만명 훌쩍…"치료키트 없어 생고생"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윤씨와 같은 사례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3일 기준 전국의 재택치료자는 10만4857명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3주 전(1만6292명)에 비해 약 7배 증가했다. 정부는 현재 의료 역량으로 15만 명의 재택치료자를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벌써부터 재택키트가 제때 도착하지 않거나 지침이 전달되지 않는 등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방자치단체 보건소의 업무가 급증한 탓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요즘 환자가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보건소에 행정적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재택치료자 모니터링, 자가격리 확인 여부 등이 줄줄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치료센터와 선별진료소에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부산에선 지난 1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50대 확진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후에도 의료진이 알아채지 못해 수시간 동안 방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실 관리’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통제관은 “(고위험군은) 하루 두 번 이상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아마 (현장에서) 어려움이 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3일부터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상 제한 등 새로운 검사체계가 적용됐지만 선별진료소에선 이틀째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경기 남양주시 풍양보건소엔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온 고위험군과 일반 대상자가 뒤섞였다. “코로나19 증상이 있는데 왜 바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없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보건소의 행정적 부담을 덜기 위해 다음주부터 ‘자기 기입식 역학조사’를 도입하기로 했다. 확진자가 직접 추정 감염경로, 접촉자 여부 등을 입력하는 방식이다. 의료계 일각에선 확진자가 거짓으로 작성하더라도 이를 판별하기 어려워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역당국이 역학조사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지적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