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어떻게 만져지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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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광고에서 채굴한 행복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광고에서 채굴한 행복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열심히 살자.”
대학 시절, 만나서 헤어질 때마다 이렇게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이 말을 아예 입에 달고 살았다.
그때마나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살자고 다짐한다고 해서 열심히 살아지나? 그리고 그냥 재밌게 사는 거지, 뭘 그렇게.
그 친구는 늘 진지해서, 유머나 재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화의 절반 정도를 가벼운 농담이나 말장난을 지껄이는 나로서는 항상 진지한 말만 하는 그 친구가 참 신기하기도 했다.
무엇을 말 할 것인지(What to say)도 어떻게 말하느냐(How to say)에 따라, 얼마든지 효과가 달라진다. 가벼운 농담이나 말장난을 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서로 간에 행복감을 더 느끼게 될 것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의 공익광고 ‘국민의 행복’ 편(2013)에서는 말장난을 함으로써 계도성 메시지의 틀에서 벗어났다. 공익성 메시지는 언제나 보편적이고 타탕하지만, 가르치려 하는 계도성 메시지 때문에 재미와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아 감동을 반감시킨다.
“열심히 살자”라는 말이 지극히 옳고 타당하지만 재미가 없듯이 말이다. 광고에서는 언어유희 기법을 써서 간판 이름을 재미있게 제시했다. 유쾌한 내용이라 광고를 보는 순간 웃지 않을 수 없다.
광고가 시작되면 하얀 종이에 스케치 하는 손이 등장한다. 연필로 쓱쓱 스케치를 하며 간판 모양을 그려 나간다. 초벌 스케치를 완성하고 바로 색깔을 입히니 ‘어깨쭉피자’ 간판이 나온다.
그 순간 내레이션으로 흐르는 카피는 이렇다. “먹으면 힘이 나는 어깨쭉피자입니다.” 동시에 피자 가게 앞을 유치원 선생님이 어깨를 쭉 펴며 지나간다. 곧이어 전은 뒤집을수록 맛있다고 하며 ‘패자부활전’ 간판이 등장한다.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를 담은 간판 이름이다. “뒤집을수록 맛있는 전, 패자부활전입니다.” 스케치를 계속해 나가니 막힘없이 쌩쌩 달리는 대통운수라는 이름의 버스가 전 집 앞을 지나간다. “막힘없이 쌩쌩 달리는 대통운수입니다.” 운수대통을 재미있게 비튼 말장난이다.
대통운수 버스가 더 달려가자 복요리 전문점이 나온다. 그런데 복집 이름이 행복을 나눈다는 ‘국민의행복’ 간판이다. 카피는 이렇다. “어서오세요! 행복을 나누는 복집, 국민의행복입니다.”
광고가 끝나는가 싶더니 마지막 장면까지 깨알 재미를 주고 있다. 남자 들이서 간판을 들고 이동하고 있는데, 간판 이름이 ‘꿈꾸는 당신’이다.
마지막에 “국민 한 사람 함 사람의 희망이 모여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갑니다. 공익광고협의회.”라는 내레이션이 흐르며 광고가 끝난다. 말장난이라고 불리는 언어유희는 사전적 의미로 말이나 글자를 재미있게 비트는 놀이인데, 광고에서 종종 쓰이는 카피라이팅 기법의 하나다.
언어유희를 하는 목적은 언어규범이나 문법 규칙을 무시하고 예상을 빗나가는 말놀이를 해서 주목을 끌거나 재미를 유발하기 위해서이다.
익살스럽고 재치 있게 대화의 상대방을 설득할 때도 언어유희가 자주 사용된다. 소비자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사라지는 광고가 많은 상황에서 언어유희 기법을 활용하면 광고에 대한 주목도를 올릴 수 있다.
최근에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에서 언어유희가 자주 쓰이고 있다. 기업에서는 그들이 쓰는 단어와 ‘갬성(감성)’은 물론 재미 요소를 ‘픽(pick)’해서 언어유희 기법을 활용한다.
제품의 원료나 특성을 말장난으로 소개함으로써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오뚜기의 온라인 쇼핑몰인 오뚜기몰 광고 ‘빵 터지는 드립’ 편(2020)에서는 언어유희를 활용해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오뚜기몰 광고에서는 빵 터지는 드립의 재미를 유발하여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언어유희 카피는 이렇다.
“때큐베리감자탕♥”, “통통한 새우가 멘보샤라있네~”, “완도더씨~ 완도더씨~”. “누들이 고생이 많다”, “이렇게 맛있으면 다이어트는 호떡하라구~”, “응답하라 연어92”, “용기있는 자만이 미역을 차지한다”, 서울 수원 안동 의정부 찍고~~♪”, “네가 떨어뜨린 것이 이 금도끼냐? 쇠도끼냐? 쇠...고기 미역국이요”, “오뚜기 라면이 최고로 맛있어 진진짜라구~.”
이처럼 기존에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말에 제품의 특성을 연상시키는 카피를 써서 흥미를 유발했다. 기업에서 언어유희를 광고와 마케팅 활동에 활용하는 이유는 ‘펀슈머’라고 불리는 MZ세대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이다.
B급 감성을 저격하기 위한 시도인데, 중독성이 강한 B급 코드는 소비자의 주목을 유발하는데 있어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오뚜기몰에는 지금도 계속 언어유희 메시지가 올라오고 있다. 언어유희에서 언어의 이탈이나 왜곡 현상은 분명 효과적이지만 의도된 이탈이나 왜곡이 늘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언어유희의 정도에 따라 의사소통에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고, 말실수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고, 이탈이나 왜곡이 너무 진부하면 상대방이 지루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말장난을 하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언어유희의 궁극적인 목적은 상대방을 맹목적으로 웃기려고 하는데 있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즐겁게 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사는 인생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한국 사회는 엄숙주의가 오랫동안 지배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행복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무엇을 말할 것인지나 어떻게 말할 것인지를 넘어서, 말을 어떻게 만져지게 할 것인가(How to be tangible)가 중요해졌다.
공익광고의 ‘국민의행복’ 간판이나 오뚜기몰의 “이렇게 맛있으면 다이어트는 호떡하라구~”처럼, 재미있게 만져지는 언어유희가 우리 모두를 더 행복하게 할 것이다.
대학 시절, 만나서 헤어질 때마다 이렇게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이 말을 아예 입에 달고 살았다.
그때마나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살자고 다짐한다고 해서 열심히 살아지나? 그리고 그냥 재밌게 사는 거지, 뭘 그렇게.
그 친구는 늘 진지해서, 유머나 재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화의 절반 정도를 가벼운 농담이나 말장난을 지껄이는 나로서는 항상 진지한 말만 하는 그 친구가 참 신기하기도 했다.
무엇을 말 할 것인지(What to say)도 어떻게 말하느냐(How to say)에 따라, 얼마든지 효과가 달라진다. 가벼운 농담이나 말장난을 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서로 간에 행복감을 더 느끼게 될 것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의 공익광고 ‘국민의 행복’ 편(2013)에서는 말장난을 함으로써 계도성 메시지의 틀에서 벗어났다. 공익성 메시지는 언제나 보편적이고 타탕하지만, 가르치려 하는 계도성 메시지 때문에 재미와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아 감동을 반감시킨다.
“열심히 살자”라는 말이 지극히 옳고 타당하지만 재미가 없듯이 말이다. 광고에서는 언어유희 기법을 써서 간판 이름을 재미있게 제시했다. 유쾌한 내용이라 광고를 보는 순간 웃지 않을 수 없다.
광고가 시작되면 하얀 종이에 스케치 하는 손이 등장한다. 연필로 쓱쓱 스케치를 하며 간판 모양을 그려 나간다. 초벌 스케치를 완성하고 바로 색깔을 입히니 ‘어깨쭉피자’ 간판이 나온다.
그 순간 내레이션으로 흐르는 카피는 이렇다. “먹으면 힘이 나는 어깨쭉피자입니다.” 동시에 피자 가게 앞을 유치원 선생님이 어깨를 쭉 펴며 지나간다. 곧이어 전은 뒤집을수록 맛있다고 하며 ‘패자부활전’ 간판이 등장한다.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를 담은 간판 이름이다. “뒤집을수록 맛있는 전, 패자부활전입니다.” 스케치를 계속해 나가니 막힘없이 쌩쌩 달리는 대통운수라는 이름의 버스가 전 집 앞을 지나간다. “막힘없이 쌩쌩 달리는 대통운수입니다.” 운수대통을 재미있게 비튼 말장난이다.
대통운수 버스가 더 달려가자 복요리 전문점이 나온다. 그런데 복집 이름이 행복을 나눈다는 ‘국민의행복’ 간판이다. 카피는 이렇다. “어서오세요! 행복을 나누는 복집, 국민의행복입니다.”
광고가 끝나는가 싶더니 마지막 장면까지 깨알 재미를 주고 있다. 남자 들이서 간판을 들고 이동하고 있는데, 간판 이름이 ‘꿈꾸는 당신’이다.
마지막에 “국민 한 사람 함 사람의 희망이 모여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갑니다. 공익광고협의회.”라는 내레이션이 흐르며 광고가 끝난다. 말장난이라고 불리는 언어유희는 사전적 의미로 말이나 글자를 재미있게 비트는 놀이인데, 광고에서 종종 쓰이는 카피라이팅 기법의 하나다.
언어유희를 하는 목적은 언어규범이나 문법 규칙을 무시하고 예상을 빗나가는 말놀이를 해서 주목을 끌거나 재미를 유발하기 위해서이다.
익살스럽고 재치 있게 대화의 상대방을 설득할 때도 언어유희가 자주 사용된다. 소비자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사라지는 광고가 많은 상황에서 언어유희 기법을 활용하면 광고에 대한 주목도를 올릴 수 있다.
최근에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에서 언어유희가 자주 쓰이고 있다. 기업에서는 그들이 쓰는 단어와 ‘갬성(감성)’은 물론 재미 요소를 ‘픽(pick)’해서 언어유희 기법을 활용한다.
제품의 원료나 특성을 말장난으로 소개함으로써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오뚜기의 온라인 쇼핑몰인 오뚜기몰 광고 ‘빵 터지는 드립’ 편(2020)에서는 언어유희를 활용해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오뚜기몰 광고에서는 빵 터지는 드립의 재미를 유발하여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언어유희 카피는 이렇다.
“때큐베리감자탕♥”, “통통한 새우가 멘보샤라있네~”, “완도더씨~ 완도더씨~”. “누들이 고생이 많다”, “이렇게 맛있으면 다이어트는 호떡하라구~”, “응답하라 연어92”, “용기있는 자만이 미역을 차지한다”, 서울 수원 안동 의정부 찍고~~♪”, “네가 떨어뜨린 것이 이 금도끼냐? 쇠도끼냐? 쇠...고기 미역국이요”, “오뚜기 라면이 최고로 맛있어 진진짜라구~.”
이처럼 기존에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말에 제품의 특성을 연상시키는 카피를 써서 흥미를 유발했다. 기업에서 언어유희를 광고와 마케팅 활동에 활용하는 이유는 ‘펀슈머’라고 불리는 MZ세대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이다.
B급 감성을 저격하기 위한 시도인데, 중독성이 강한 B급 코드는 소비자의 주목을 유발하는데 있어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오뚜기몰에는 지금도 계속 언어유희 메시지가 올라오고 있다. 언어유희에서 언어의 이탈이나 왜곡 현상은 분명 효과적이지만 의도된 이탈이나 왜곡이 늘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언어유희의 정도에 따라 의사소통에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고, 말실수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고, 이탈이나 왜곡이 너무 진부하면 상대방이 지루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말장난을 하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언어유희의 궁극적인 목적은 상대방을 맹목적으로 웃기려고 하는데 있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즐겁게 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사는 인생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한국 사회는 엄숙주의가 오랫동안 지배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행복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무엇을 말할 것인지나 어떻게 말할 것인지를 넘어서, 말을 어떻게 만져지게 할 것인가(How to be tangible)가 중요해졌다.
공익광고의 ‘국민의행복’ 간판이나 오뚜기몰의 “이렇게 맛있으면 다이어트는 호떡하라구~”처럼, 재미있게 만져지는 언어유희가 우리 모두를 더 행복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