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은 큰데, 손절은 못하고"…복수심에 투자는 금물
1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2021년 1월 9일자 이 글에 ‘자산가격 상승세에 이상이 없으니 지금은 무엇이든 사야 할 때’라고 썼다. 당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1.04%로 뛰면서 증시 고점을 불안해하는 투자자가 많았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연 1%를 넘긴 게 처음이라서 투자자들은 증시가 고꾸라지는 변곡점을 우려했다. 하지만 당시는 저금리 기조가 바뀌는 시점이 아니었고 풀려 있는 유동성을 감안하면 주가는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한 펀드매니저의 이런 조언을 소개했다. “집값 오르는 거, 비트코인 뛰는 거 이상할 게 전혀 없다. 경기가 엉망인데 왜 자산가격만 뛰느냐고, 아니 뛸 수 있냐고 반문하지 마라.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은 자산 없는 사람에겐 죽으라는 얘기와 같다. 뭐든지 (자산을) 사야 하는, 투자해야 하는 때다. 안타까운 사실은 자산가격이 뛰는 대신 돈의 가치가 떨어져 월급 가치가 반토막 나고 있다는 점이다. 월급만 보고 있다간 끝난다. 실물 경기 안 좋아서 일자리 줄어들고 그래서 서비스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결국 자산이 없거나 적은 월급쟁이와 소상공인의 삶만 고달파진다.”

"손실은 큰데, 손절은 못하고"…복수심에 투자는 금물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금리가 코로나 사태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미국 국채 10년물은 2020년 1월 연 1.8%에서 한때 연 0.5%까지 빠졌다가 지난해 1월 연 1%를 회복했고 이달 3일 연 1.82%를 기록했다.

금리로만 따지면 자산가격은 반토막 나야 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금리가 뛰고 있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절반이 돼야 맞는 상황”이라며 “멀티플이 줄어드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예전처럼 높은 멀티플을 주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코스피는 PER이 9배 정도면 싸다고 할 수 있지만 종목별로 보면 아직도 높은 멀티플을 받는 종목이 많다”며 “그렇게 미래가치를 너무 많이 땡겨온(할인해온) 종목들은 진짜로 성장하는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스피가 2020년 3월 1400까지 빠졌다가 지난해 6월 3300까지 올라오는 동안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했다. 금리 하락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 흐름을 타지 못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안타까운 말이었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정반대다.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의 시대다. 하지만 여전히 지나가버린 상황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이 있다.

투자자 A씨가 그렇다. 주식 투자에, 경제상황에 관심이 많아서 현 상황을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겉으론 그렇다. 하지만 속마음으론 ‘이러다 한 번은 기회가 오겠지’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위기가 기회라고들 했잖아’라며 손실 회복을 벼른다.

A씨는 코스피 3000이 깨지기 전까지만 해도 플러스 수익률로, 나름 ‘여유로운 마음’으로 투자했다. 그러다 ‘어어’하는 사이에 손실 구간으로 접어들더니 손실폭이 급격히 커졌다.

이제 와서 손절은 생각할 수도 없다. 아니, 생각하기도 싫다. 그렇다고 ‘V자’ 반등을 기대할 수도 없다. 진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난처한 처지다.

펀드매니저 B씨는 “주식투자에서 제발 복수하려 하지 말라”고 안타까워했다. A씨처럼 순식간에 큰 손실을 보게 된 사람일수록 그런 ‘복수심’이 커질 수 있어서다.

B씨는 “저금리 시절엔 코인으로 한 달 월급도 쉽게 벌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금리 상승으로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시대임을 유념해야 한다”며 “금리가 올라 노동의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월급쟁이는 자신의 노동 가치를 높이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