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고용 급증에 금리+기술주도 폭등, 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뉴욕 증시 개장을 한 시간 앞둔 4일(현지시간) 오전 8시 30분 발표된 미 노동부의 1월 고용보고서는 시장 참여자들을 혼돈에 빠뜨렸습니다.
-신규 일자리 46만7000개 증가(민간 44만4000개)
-실업률 3.9%->4.0% 상승
-노동참여율 61.9%->62.2% 상승
월가의 컨센서스는 15만 개 증가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지난 2일 ADP 1월 민간고용 수치가 30만 개 감소로 나온 뒤 월가에서는 감소할 것이란 전망(골드만삭스 -25만 개, 모건스탠리 -21만5000개, 뱅크오브아메리카 -15만 개)이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예측을 한 78개 월가 금융사 중 가장 높은 전망치를 낸 곳이 HSBC로 22만5000개 증가였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세로 인한 충격이 예상보다 더 컸을 수 있다는 관측이었죠. 심지어 백악관에서도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혼란스러운 수치가 나올 수 있다"라고 미리 경고했었죠.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46만7000개나 증가한 겁니다. 특히 11월 신규고용 수치가 24만9000개에서 64만7000개, 12월은 19만9000개에서 51만 개로 상향 조정되는 등 지난 두 달간 신규 일자리도 애초 발표됐던 잠정치보다 70만9000개가 많은 것으로 수정 발표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사실 지난 두 달간 고용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월가 예상보다 너무 낮아 충격을 줬었는데, 오늘 보니 그건 집계 잘못이었다"라며 "작년 11월부터 석 달 동안 매달 이렇게 평균 50만 개 이상 일자리가 생겼다면, 오미크론 충격이 사실상 없었던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했습니다. 1월 실업률은 전달 3.9%에서 4.0%로 약간 높아졌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구직활동을 했기 때문이란 긍정적 분석이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이제 일자리로 복귀하려는 것이니까요.
특히 파월 의장이 중요시하는 가장 중요한 노동참여율이 2020년 초 이후 가장 높은 62.2%로 증가했습니다. 노동적령기 층(24~54세)의 참여율이 82%로 팬데믹이 터진 뒤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파월 의장은 "노동 시장이 빡빡하고 최대 고용에 가깝다"라고 밝히면서 부진한 부분이 노동참여율이라고 했는데, 이 수치도 개선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Fed가 더 쉽게 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1월 고용보고서 조사를 위한 설문이 집계됐던 1월 9~15일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하루 평균 80만 명대에 달했던 주입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렇게 강력한 고용 수치가 나왔을까요? 이것도 통계 집계 잘못 아닐까요?
뉴욕 생명의 윤제성 CIO는 "기업들이 절실히 사람들을 구하다 보니 아파서 결근하더라도 해고하지 않고 계속해서 급여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도 강력한 고용 수치가 나온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맞습니다. 통상 소매업체 등 서비스업은 연말 쇼핑철(홀리데이 시즌)이 끝나면 1월에 정리해고를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력난으로 노동력이 아쉽다 보니 계속해서 고용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레저·접객업에서 15만1000개, 소매업에서 6만1000개가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것입니다.
깜짝 놀랄만한 수치가 나오자 뉴욕 채권 시장에서 금리는 폭등했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10bp 상승하여 연 1.3%를 돌파했습니다. 불과 두 달 전까지 10년물이 거래됐던 수준입니다. 10년물 금리는 연 1.93%대로 수직으로 상승했습니다. 2019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 정도로 노동 시장이 뜨겁다면, 미 중앙은행(Fed)이 마음 놓고 금리를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이날은 제롬 파월 의장의 69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시장에선 "맘 놓고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게 파월 의장에게 생일 선물을 준 것"이라는 농담까지 나돌았습니다.
이트레이드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전략가는 "예상보다 나은 고용보고서는 Fed가 금리를 인상하고 신속하게 행동하도록 불을 붙일 뿐이다. Fed는 이미 노동 시장이 좋은 위치에 있다고 밝혔지만, 오미크론 확산세가 그런 진전을 탈선시킬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시장은 통상 Fed의 긴축을 가속할 수 있는 뉴스를 환영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변동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MO캐피털마켓의 벤 제프리 금리 전략가는 "우리가 매우 뜨거운 경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 시장은 빡빡하다. Fed는 이를 알고 있으며, 3월에 채권 매입을 끝내는 이유다. 올해 5번의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시장은 이제 여섯 번 금리 인상을 향해 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여섯 번 가까이 인상하는 걸 가격에 반영했습니다. 3월 50bp 인상설도 다시 힘을 얻고 있습니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시장은 Fed가 올해 남은 일곱 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할 가능성을 준비해야 하고,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25bp 이상 금리를 인상하는 회의가 한 번 이상 필요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석좌교수도 "이제 문제는 올릴 때 25bp를 올릴지, 50bp를 올릴지 여부"라고 밝혔습니다.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마저 지난 2일 "50bp 인상으로 시작하는 게 뭘 성취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라고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시장에서는 의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3월에 50bp 인상할 가능성은 이날 36.6%까지 높아졌습니다. 발표 이전에는 14.3%에 불과했습니다. 금리가 높아지는 건 주식에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돈이 채권 시장으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기술주가 더 부정적 영향을 받습니다. 코너스톤웰스의 클리프 호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용보고서는 전반적으로 기대치를 무너뜨렸다"라면서 "경제에는 분명히 좋은 것이지만, 더 공격적인 Fed의 행동을 지지하는 데이터로 볼 수 있으므로 시장에는 좋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세로 장을 출발했습니다. 전날 좋은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이 10% 이상 급등하면서 나스닥이 0.41%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고, S&P500 지수는 0.03% 보합세를 보였습니다. 다우는 -0.31%로 출발했죠. 오전에 금리가 계속 강세를 이어가자 나스닥은 한때 마이너스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아마존의 급등세 속에서도 나스닥 지수가 하락했다는 건 대부분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오전 11시 15분을 넘자 상승 폭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1.58%, S&P500 지수는 0.52% 올랐습니다. 금리 충격을 떨쳐내고 주식이 오른 겁니다. 다우만이 0.06%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금리 폭등에도 불구하고 기술주 주가가 급등한 데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하나는 전날 급락한 것을 일부 복구한 데 불과하다는 시각입니다. 전날 메타 급락으로 인해 나스닥은 3.7%나 떨어졌었지요. 하지만 아마존은 월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하고 이날 13.54% 폭등했습니다. 스냅은 58.82%나 올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아마존은 이날 급등했지만, 여전히 올해 들어 7.49% 내린 상태"라면서 "급격했던 하락 폭을 일부 회복한 것이지 추세적 상승세를 보이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금리가 폭등하는데 주식, 특히 기술주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오를 수는 없다. 특히 지금처럼 밸류에이션이 높을 때는 그렇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이날 “거대기술주들은 여전히 문제가 있다”(Tech titans still in trouble)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이들의 이익은 둔화하고 있는데,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에는 S&P500 기업 이익의 25%를 차지했는데, 이 비율이 20% 미만으로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사실 아마존의 실적에 대해선 월가에서 반등이 조금 엇갈립니다.
아마존의 4분기 주당순이익(EPS)은 27.75달러에 달해 월가 예상인 3.57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아마존의 가이던스("4분기가 좋지 않을 것")에 따라 EPS 기대치를 대폭 낮춰놓았거든요. 게다가 아마존의 4분기 이익은 143억 달러인데, 그중 118억 달러는 작년 11월 상장한 리비안에 대한 지분투자이익이었습니다. 아마존이 22% 지분을 갖고 있죠. 이를 빼고 계산한 EPS도 5.8달러로 여전히 월가 예상치를 웃돕니다만 전년 동기 14달러보다는 훨씬 낮습니다.
월가가 평가하는 건 두 가지입니다. 현금창출원인 클라우드 서비스의 높은 성장세가 이어진 것(아마존웹서비스의 매출은 작년 4분기에도 40% 성장)과 유료 프라임회원 연회비를 119달러에서 139달러로 높인 것입니다. 이로 인해 연간 40억 달러가 넘는 매출 증가가 예상됩니다. 상당 부분은 이익으로 잡히겠죠.
월가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4100달러에서 4200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JP모간은 4350달러에서 4500달러로 높였습니다. 바클레이즈는 3800달러에서 4400달러로, UBS는 4550달러에서 4625달러로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상향 폭은 그리 크진 않습니다. 또 캐너코드 제누이티의 경우 목표주가를 4400달러에서 4200달러로 낮췄습니다. 전자상거래에서 이익을 못 내는 등 실적이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은 것이죠. 리비안의 지분가치도 지금은 4분기 말보다 40%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또 회사 측은 1분기 예상 매출을 월가 예상인 120억 달러에 못 미치는 112억~117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날 아마존이 시선을 끈 게 있습니다. 실적 발표와 함께 신고한 보고서(10-K)에서 지난 1월1일부터 2월2일까지 보통주 50만 주를 13억 달러에 매입했다는 사실을 밝힌 겁니다(지난 2016년 2월 자사주 50억 달러를 사들이기로 발표한 뒤 보유하던 자금을 집행한 것임). 아마존이 자사주를 사들인 건 2012년 1분기 이후 처음입니다. 금액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이를 아마존에 주가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합니다.
아마존은 주가 상승률이 장 초반 10%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상승 폭을 확대해 15% 넘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돌아오고 있다"라는 시각입니다. 한 월가 관계자는 "지난 두 달 동안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둔화 걱정이 많았는데, 뜨거운 1월 고용을 보고 안전자산인 채권에서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옮겨가는 분위기가 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1월 고용지표를 보니 사람들이 일자리로 돌아오고 있으니 물가는 어쨌든 좀 낮아질 거고 오미크론도 잠잠해지고 있다"라는 설명했습니다. 경제가 강하다면 주식은 Fed가 금리를 몇 차례 올려도 충분히 버텨낼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침체가 아닐 때면 주식은 88% 기간에 상승했습니다. 사실 이날 기술주뿐 아니라 금융, 에너지 등 경기민감주도 크게 올랐고, 비트코인(4만 달러 돌파), 유가(브렌트유 배럴당 93달러 돌파) 등 대다수 위험자산도 상승했습니다.
이와 관련, JP모간의 트레이딩 데스크는 이날 "우리는 통화정책 경로가 명확해지고 변동성 지수(VIX)가 20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사려 깊은 선택이란 시각을 갖고 있다. 아마도 다음 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온 뒤 통화정책 경로는 좀 더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지속가능한 랠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Fed가 통화정책을 펼 때 주어진 책무가 완전고용, 그리고 물가 안정입니다. 이제 고용지표는 나왔고, 다음 주 중요한 물가 지표가 나옵니다. 월가는 오는 10일에 나오는 1월 CPI는 헤드라인 수치가 7.2%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달의 7.0%에서 더 올라가는 겁니다. 전월 대비로는 0.5% 상승해 전월(0.6% 상승)보다는 둔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감이 있습니다. 유가가 우선 많이 올랐습니다. 미국의 벤치마크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이날 배럴당 91.94달러로 마감됐습니다. 지난 한 달간 16.48%, 1년간은 61.12% 급등했습니다. 경제 정상화로 수요가 살아나면 정체된 공급량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가능성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또 끈적끈적한 물가 상승요인은 주거비와 임금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1월 고용보고서에서 시간당 임금은 지난달보다 0.7% 오른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는 전달의 0.5% 상승세보다 더 높아진 것이고, 지난해 월평균 0.4%보다도 높습니다. 임금 상승세도 소용돌이 수준은 아니지만, 꾸준히 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또 이번 주 레드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 등록된 평균 월세는 12월에 전년 대비 14% 이상 상승한 1877달러까지 올랐습니다. 특히 마이애미 오스틴 등 주요 도시에서는 임대료가 30% 이상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신규 일자리 46만7000개 증가(민간 44만4000개)
-실업률 3.9%->4.0% 상승
-노동참여율 61.9%->62.2% 상승
월가의 컨센서스는 15만 개 증가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지난 2일 ADP 1월 민간고용 수치가 30만 개 감소로 나온 뒤 월가에서는 감소할 것이란 전망(골드만삭스 -25만 개, 모건스탠리 -21만5000개, 뱅크오브아메리카 -15만 개)이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예측을 한 78개 월가 금융사 중 가장 높은 전망치를 낸 곳이 HSBC로 22만5000개 증가였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세로 인한 충격이 예상보다 더 컸을 수 있다는 관측이었죠. 심지어 백악관에서도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혼란스러운 수치가 나올 수 있다"라고 미리 경고했었죠.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46만7000개나 증가한 겁니다. 특히 11월 신규고용 수치가 24만9000개에서 64만7000개, 12월은 19만9000개에서 51만 개로 상향 조정되는 등 지난 두 달간 신규 일자리도 애초 발표됐던 잠정치보다 70만9000개가 많은 것으로 수정 발표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사실 지난 두 달간 고용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월가 예상보다 너무 낮아 충격을 줬었는데, 오늘 보니 그건 집계 잘못이었다"라며 "작년 11월부터 석 달 동안 매달 이렇게 평균 50만 개 이상 일자리가 생겼다면, 오미크론 충격이 사실상 없었던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했습니다. 1월 실업률은 전달 3.9%에서 4.0%로 약간 높아졌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구직활동을 했기 때문이란 긍정적 분석이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이제 일자리로 복귀하려는 것이니까요.
특히 파월 의장이 중요시하는 가장 중요한 노동참여율이 2020년 초 이후 가장 높은 62.2%로 증가했습니다. 노동적령기 층(24~54세)의 참여율이 82%로 팬데믹이 터진 뒤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파월 의장은 "노동 시장이 빡빡하고 최대 고용에 가깝다"라고 밝히면서 부진한 부분이 노동참여율이라고 했는데, 이 수치도 개선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Fed가 더 쉽게 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1월 고용보고서 조사를 위한 설문이 집계됐던 1월 9~15일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하루 평균 80만 명대에 달했던 주입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렇게 강력한 고용 수치가 나왔을까요? 이것도 통계 집계 잘못 아닐까요?
뉴욕 생명의 윤제성 CIO는 "기업들이 절실히 사람들을 구하다 보니 아파서 결근하더라도 해고하지 않고 계속해서 급여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도 강력한 고용 수치가 나온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맞습니다. 통상 소매업체 등 서비스업은 연말 쇼핑철(홀리데이 시즌)이 끝나면 1월에 정리해고를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력난으로 노동력이 아쉽다 보니 계속해서 고용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레저·접객업에서 15만1000개, 소매업에서 6만1000개가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것입니다.
깜짝 놀랄만한 수치가 나오자 뉴욕 채권 시장에서 금리는 폭등했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10bp 상승하여 연 1.3%를 돌파했습니다. 불과 두 달 전까지 10년물이 거래됐던 수준입니다. 10년물 금리는 연 1.93%대로 수직으로 상승했습니다. 2019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 정도로 노동 시장이 뜨겁다면, 미 중앙은행(Fed)이 마음 놓고 금리를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이날은 제롬 파월 의장의 69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시장에선 "맘 놓고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게 파월 의장에게 생일 선물을 준 것"이라는 농담까지 나돌았습니다.
이트레이드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전략가는 "예상보다 나은 고용보고서는 Fed가 금리를 인상하고 신속하게 행동하도록 불을 붙일 뿐이다. Fed는 이미 노동 시장이 좋은 위치에 있다고 밝혔지만, 오미크론 확산세가 그런 진전을 탈선시킬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시장은 통상 Fed의 긴축을 가속할 수 있는 뉴스를 환영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변동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MO캐피털마켓의 벤 제프리 금리 전략가는 "우리가 매우 뜨거운 경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 시장은 빡빡하다. Fed는 이를 알고 있으며, 3월에 채권 매입을 끝내는 이유다. 올해 5번의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시장은 이제 여섯 번 금리 인상을 향해 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여섯 번 가까이 인상하는 걸 가격에 반영했습니다. 3월 50bp 인상설도 다시 힘을 얻고 있습니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시장은 Fed가 올해 남은 일곱 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할 가능성을 준비해야 하고,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25bp 이상 금리를 인상하는 회의가 한 번 이상 필요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석좌교수도 "이제 문제는 올릴 때 25bp를 올릴지, 50bp를 올릴지 여부"라고 밝혔습니다.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마저 지난 2일 "50bp 인상으로 시작하는 게 뭘 성취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라고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시장에서는 의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3월에 50bp 인상할 가능성은 이날 36.6%까지 높아졌습니다. 발표 이전에는 14.3%에 불과했습니다. 금리가 높아지는 건 주식에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돈이 채권 시장으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기술주가 더 부정적 영향을 받습니다. 코너스톤웰스의 클리프 호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용보고서는 전반적으로 기대치를 무너뜨렸다"라면서 "경제에는 분명히 좋은 것이지만, 더 공격적인 Fed의 행동을 지지하는 데이터로 볼 수 있으므로 시장에는 좋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세로 장을 출발했습니다. 전날 좋은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이 10% 이상 급등하면서 나스닥이 0.41%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고, S&P500 지수는 0.03% 보합세를 보였습니다. 다우는 -0.31%로 출발했죠. 오전에 금리가 계속 강세를 이어가자 나스닥은 한때 마이너스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아마존의 급등세 속에서도 나스닥 지수가 하락했다는 건 대부분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오전 11시 15분을 넘자 상승 폭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1.58%, S&P500 지수는 0.52% 올랐습니다. 금리 충격을 떨쳐내고 주식이 오른 겁니다. 다우만이 0.06%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금리 폭등에도 불구하고 기술주 주가가 급등한 데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하나는 전날 급락한 것을 일부 복구한 데 불과하다는 시각입니다. 전날 메타 급락으로 인해 나스닥은 3.7%나 떨어졌었지요. 하지만 아마존은 월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하고 이날 13.54% 폭등했습니다. 스냅은 58.82%나 올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아마존은 이날 급등했지만, 여전히 올해 들어 7.49% 내린 상태"라면서 "급격했던 하락 폭을 일부 회복한 것이지 추세적 상승세를 보이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금리가 폭등하는데 주식, 특히 기술주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오를 수는 없다. 특히 지금처럼 밸류에이션이 높을 때는 그렇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이날 “거대기술주들은 여전히 문제가 있다”(Tech titans still in trouble)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이들의 이익은 둔화하고 있는데,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에는 S&P500 기업 이익의 25%를 차지했는데, 이 비율이 20% 미만으로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사실 아마존의 실적에 대해선 월가에서 반등이 조금 엇갈립니다.
아마존의 4분기 주당순이익(EPS)은 27.75달러에 달해 월가 예상인 3.57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아마존의 가이던스("4분기가 좋지 않을 것")에 따라 EPS 기대치를 대폭 낮춰놓았거든요. 게다가 아마존의 4분기 이익은 143억 달러인데, 그중 118억 달러는 작년 11월 상장한 리비안에 대한 지분투자이익이었습니다. 아마존이 22% 지분을 갖고 있죠. 이를 빼고 계산한 EPS도 5.8달러로 여전히 월가 예상치를 웃돕니다만 전년 동기 14달러보다는 훨씬 낮습니다.
월가가 평가하는 건 두 가지입니다. 현금창출원인 클라우드 서비스의 높은 성장세가 이어진 것(아마존웹서비스의 매출은 작년 4분기에도 40% 성장)과 유료 프라임회원 연회비를 119달러에서 139달러로 높인 것입니다. 이로 인해 연간 40억 달러가 넘는 매출 증가가 예상됩니다. 상당 부분은 이익으로 잡히겠죠.
월가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4100달러에서 4200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JP모간은 4350달러에서 4500달러로 높였습니다. 바클레이즈는 3800달러에서 4400달러로, UBS는 4550달러에서 4625달러로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상향 폭은 그리 크진 않습니다. 또 캐너코드 제누이티의 경우 목표주가를 4400달러에서 4200달러로 낮췄습니다. 전자상거래에서 이익을 못 내는 등 실적이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은 것이죠. 리비안의 지분가치도 지금은 4분기 말보다 40%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또 회사 측은 1분기 예상 매출을 월가 예상인 120억 달러에 못 미치는 112억~117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날 아마존이 시선을 끈 게 있습니다. 실적 발표와 함께 신고한 보고서(10-K)에서 지난 1월1일부터 2월2일까지 보통주 50만 주를 13억 달러에 매입했다는 사실을 밝힌 겁니다(지난 2016년 2월 자사주 50억 달러를 사들이기로 발표한 뒤 보유하던 자금을 집행한 것임). 아마존이 자사주를 사들인 건 2012년 1분기 이후 처음입니다. 금액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이를 아마존에 주가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합니다.
아마존은 주가 상승률이 장 초반 10%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상승 폭을 확대해 15% 넘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돌아오고 있다"라는 시각입니다. 한 월가 관계자는 "지난 두 달 동안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둔화 걱정이 많았는데, 뜨거운 1월 고용을 보고 안전자산인 채권에서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옮겨가는 분위기가 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1월 고용지표를 보니 사람들이 일자리로 돌아오고 있으니 물가는 어쨌든 좀 낮아질 거고 오미크론도 잠잠해지고 있다"라는 설명했습니다. 경제가 강하다면 주식은 Fed가 금리를 몇 차례 올려도 충분히 버텨낼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침체가 아닐 때면 주식은 88% 기간에 상승했습니다. 사실 이날 기술주뿐 아니라 금융, 에너지 등 경기민감주도 크게 올랐고, 비트코인(4만 달러 돌파), 유가(브렌트유 배럴당 93달러 돌파) 등 대다수 위험자산도 상승했습니다.
이와 관련, JP모간의 트레이딩 데스크는 이날 "우리는 통화정책 경로가 명확해지고 변동성 지수(VIX)가 20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사려 깊은 선택이란 시각을 갖고 있다. 아마도 다음 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온 뒤 통화정책 경로는 좀 더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지속가능한 랠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Fed가 통화정책을 펼 때 주어진 책무가 완전고용, 그리고 물가 안정입니다. 이제 고용지표는 나왔고, 다음 주 중요한 물가 지표가 나옵니다. 월가는 오는 10일에 나오는 1월 CPI는 헤드라인 수치가 7.2%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달의 7.0%에서 더 올라가는 겁니다. 전월 대비로는 0.5% 상승해 전월(0.6% 상승)보다는 둔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감이 있습니다. 유가가 우선 많이 올랐습니다. 미국의 벤치마크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이날 배럴당 91.94달러로 마감됐습니다. 지난 한 달간 16.48%, 1년간은 61.12% 급등했습니다. 경제 정상화로 수요가 살아나면 정체된 공급량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가능성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또 끈적끈적한 물가 상승요인은 주거비와 임금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1월 고용보고서에서 시간당 임금은 지난달보다 0.7% 오른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는 전달의 0.5% 상승세보다 더 높아진 것이고, 지난해 월평균 0.4%보다도 높습니다. 임금 상승세도 소용돌이 수준은 아니지만, 꾸준히 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또 이번 주 레드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 등록된 평균 월세는 12월에 전년 대비 14% 이상 상승한 1877달러까지 올랐습니다. 특히 마이애미 오스틴 등 주요 도시에서는 임대료가 30% 이상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