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말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 검토 정부가 역대 최대 폭의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행했는데도 석유류 가격이 다시금 치솟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세가 유류세 인하 효과를 상쇄하면서 이달 기름값은 직전 최고점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 L당 유류세 164원 내려도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상승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대한 유류세 20% 한시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역대 유류세 인하 조치 사상 최대 폭으로, 만일 유류세 20% 인하가 소비자 가격에 100%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휘발유 1리터(L)당 164원의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한다.
경유 역시 L당 가격이 116원 내려가고, LPG부탄은 L당 가격이 40원 절감된다.
그러나 정부가 유류세를 찍어누르는 가운데에도 최근 석유류 가격은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1천667.6원으로 전주보다 15.2원 오르면서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국 최고가 지역인 서울의 경우 L당 휘발유 가격이 1천738.6원까지 뛰어올랐다.
이는 정부가 세금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유종인 휘발유 가격은 세금과 세전 판매 가격으로 구성된다.
세금은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주행세, 교육세 등 유류세와 부가가치세(세전 판매가+제세금의 10%)를 합친 금액이다.
세전 판매가격에는 국제 휘발유 가격과 관세(원유 가격의 3%), 석유 수입 부과금, 기타 유통 비용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유류세는 정률이 아니라 정액인 만큼 국제유가가 올라도 변동이 없지만, 세전 판매가는 당연히 국제유가에 따라 움직인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유류세 인하분을 상쇄하게 되면 석유류 가격은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 국제 휘발유 가격이 배럴(1L=0.00629배럴)당 80달러일 때 최근 원/달러 환율(4일 종가 기준 달러당 1,197.0원)을 대입해 계산한 원화 환산 가격은 1L당 602.3원이다.
같은 조건에서 국제 휘발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라면 원화 가격은 1L당 677.6원, 100달러라면 1L당 752.9원까지 올라간다.
만일 국제 휘발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에서 100달러까지 올라간다면 세전 판매가격에서 이미 150원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올라가면 가격 부담은 더욱 커진다. ◇ 국제유가 급등에 정책 카드 소진…내달 말 유류세 인하 연장 검토
문제는 최근 국제유가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데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행한 작년 11월 둘째 주 수입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평균 82.5달러였다.
그러나 이달 첫째 주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87.9달러까지 올라갔고, 특히 4일 기준 두바이유 현물 가격(싱가포르 거래소 기준)은 배럴당 90.22달러까지 치솟았다.
국제유가가 이미 정부 조치 당시 수준을 대폭 넘어선 것이다.
국제 휘발유(92RON) 평균 가격 역시 1월 넷째 주 1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월 첫째 주에는 102.8달러로 올라갔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제유가를 따라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 추가 가격 상승은 기정사실이 된 상황이다.
이 경우 L당 휘발유 가격은 최근 최고가인 작년 11월 둘째 주의 1천807.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정부가 추가로 쓸 수 있는 카드도 마땅치 않다.
가장 강력한 정책인 유류세 인하는 이미 역대 최대 폭으로 시행했고, 알뜰주유소 지원이나 석유류 유통 비용을 줄이기 위한 유통구조 개선 노력도 이미 상당 부분 진전돼 있다.
다만 아직 유류세 인하 기간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조치를 검토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일단 국제유가 동향을 지켜보고 향후 필요에 따라 유류세 인하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는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고려하면 연장 여부는 내달 말을 기점으로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