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양 현대아파트 전경. 시공사로 현대산업개발이 선정됐다. / 자료=한경DB
관양 현대아파트 전경. 시공사로 현대산업개발이 선정됐다. / 자료=한경DB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부활의 물꼬를 텄다.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첫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시공권을 땄다. 영업정지까지 거론되는 등 창사 이래 최악의 상황에서도 수주전에 승리하면서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관양현대 재건축 조합이 이날 개최한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 투표에서 현대산업개발은 총 959표 가운데 509표를 얻어 417표에 그친 롯데건설을 92표차로 따돌리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기권은 33표였다.

HDC현산이 제시한 공사비는 4174억원이다. 광주 사고 이후 첫 수주를 성공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관양현대 수주전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HDC현산과 롯데건설이 입찰에 뛰어들었고, 승기는 HDC현산에 기운 상태였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이 지난달 광주 서구에서 신축 중이던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를 일으킨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관련법상 최고 수위의 처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와중에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까지 확산됐던 터였다. 실제 일부 조합원들은 "제발 떠나달라"는 현수막을 아파트에 게시하기도 했다.

HDC현산은 단지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죽을 각오로 다시 뛰겠다" 등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며 조합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유병규 대표는 자필 사과문을 보내 표심 얻기에 나섰고, 조합원에게 각종 혜택을 약속했다. 유 대표는 "중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 관리 및 현장 운영을 재점검하고 있다"며 "조합원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각오로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관양 현대아파트에 제안한 '아이파크 더 크레스트' 조감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이 관양 현대아파트에 제안한 '아이파크 더 크레스트' 조감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조합원들은 HDC현산의 설계와 사업 조건, 안전 사고 재발을 막겠단 의지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합원들이 등을 돌리며 롯데건설을 지지했지만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롯데건설은 '시그니처 캐슬' 브랜드를 도입하는 등 하이엔드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패배하게 됐다.

HDC현산 관계자는 "저희를 시공사로 선정해 주신 관양 현대 조합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안전한 아파트, 최고의 아파트로 시공하여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관양현대는 현재 지상 최고 15층, 12개 동, 904가구에서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2층, 15개 동, 1305가구로 변모할 예정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