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의 핵산검사·9시간 대기…통제의 끝판왕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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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올림픽은 개막식부터 모든 경기의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는다. 정부가 선별한 관중들만 입장할 수 있다. 개막식 참관자들은 사전 2회, 사후 2회 등 총 4회의 코로나19 핵산검사를 받고 음성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또 중국 정부가 인정한 백신(자국 백신) 접종 사실도 증명해야 한다.
차오양공원엔 대규모 보안검색 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검색대를 통과할 때 소지할 수 있는 물품은 휴대폰과 보조배터리 뿐. 취재를 위한 노트북이나 카메라는 물론 음식, 핫팩, 담배와 라이터 등 개인 소지품은 모두 타고 온 버스에 두고 내려야 했다. 주최 측은 "경기장에서 방한도구를 제공한다"고 안내했다.
![4번의 핵산검사·9시간 대기…통제의 끝판왕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참관기]](https://img.hankyung.com/photo/202202/01.28796735.1.jpg)
새 버스에 탑승하자 주최 측은 다시 한 번 신분을 확인한 뒤 출입카드와 마스크, 음식을 나눠줬다. 마스크는 붉은색과 푸른색 2종이었다. 주최 측은 개인 마스크를 쓴 사람에게 "나눠 드린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반복해서 요구했다.
![4번의 핵산검사·9시간 대기…통제의 끝판왕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참관기]](https://img.hankyung.com/photo/202202/01.28796748.1.jpg)
경기장에서도 배정받은 자리 외 지역으로의 이동은 제한됐다. 구역마다 자원봉사자과 보안요원들이 배치돼 입장권 번호를 확인했다. 경기장 내에도 대회 참가자들을 외부인과 차단하는 '폐쇄 루프'가 마련됐다. 외부인은 폐쇄 루프 근처만 가도 제지당했다.
개막식 행사는 10시30분께 끝났다. 하지만 폐쇄 루프 인원들이 경기장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퇴장할 수 없었다. 퇴장 후에도 버스까지 다시 1시간을 걸어갔다. 차오양공원에 도착한 시간은 다음 날 새벽 1시. 수천 명이 한꺼번에 내리고 택시를 잡느라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하지만 동행한 중국 사람들의 표정은 외국인들과는 달랐다.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한다는 자부심도 있었겠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강력한 통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방 국가들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이런 통제가 가져온 성과다. 중국은 특히 봉쇄식 관리로 코로나19 확산을 빠르게 차단했다는 성과를 강조하며, 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서방 국가들의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관리와 통제에 기반하는 중국의 체제가 다른 영역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개막식 당일 경기장 외부에선 보안요원이 네덜란드 기자의 보도 생중계를 무단으로 제지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중국 측의 설명대로 그 기자의 보도가 통제구역 내에서 이뤄졌을 수 있다. 하지만 제지 과정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알려진 것은 중국에게도 분명히 타격일 수 밖에 없다. 보안요원은 이런 전략적인 고려보다는 통제구역에서의 보도 차단을 우선했을 것이다. 과도한 통제가 낳은 경직성의 결과로 보인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대외적으로 체제 우월성을 알리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기대하는 더 큰 효과는 국내 선전이라는 분석이 많다. 세계적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모습을 공산당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의도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