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사라진 '대형 공약'…李·尹 역량이 '중량급' 못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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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경제민주화 19대 최저시급 1만원 급 없어
李 62개 '소확행' 尹 32개 '심쿵 공약' 쏟아내
왜 없어졌나 보니…캠프 개편에 준비시간 부족
"미시 공약 지자체가 해도 돼…긴 화두 던져야"
李 62개 '소확행' 尹 32개 '심쿵 공약' 쏟아내
왜 없어졌나 보니…캠프 개편에 준비시간 부족
"미시 공약 지자체가 해도 돼…긴 화두 던져야"
20대 대선에 보이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대형 공약'이다. 17대 대선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 18대 대선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가 있었다면 19대 대선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시급 1만원 공약이 있었다. 이같은 공약들은 그 자체의 파급력만으로 선거를 좌우하곤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메가 공약'보다 '미니 공약'으로 표심을 노리고 있다. 6일까지 이 후보는 '합니다, 소확행'이라는 이름으로 층간소음 대책, 스포츠 포인트제 등 62개 공약을 내놨고 윤 후보는 교사 행정 부담 경감, 낚시 특별구역 지정 등 32개 '심쿵 공약'을 제시했다. 이번 대선에서 중량급 공약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 전문가들은 "미래 비전을 제시할 만한 정치적 경륜이 부족하다"는 쓴소리를 내놨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철학이 오래 쌓여야 시대 흐름을 관통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데, 대선 후보들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후보는 정치에 입문한 지 1년이 채 안 된 '정치신인'이고 이 후보는 지방 정부 이력에 비해 중앙 정치 경험이 부족한 점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각 당 선거캠프의 내부 구성이 빈번하게 바뀌면서 대형 공약을 준비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5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해체하고 선거대책본부 체제로 전환했다. 선대위 출 31일째의 일이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당직 의원이 총사퇴하면서 큰 폭의 쇄신을 단행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대형 공약은 선거로부터 반 년에서 1년 전부터 기획된다"며 "이번에는 각 캠프가 와해됐다가 다시 꾸려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공약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제대로 가동이 안 됐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메가 공약이 사라진 것을 '선진국형 선거'가 시작된 증거로 보기도 한다.메가 공약은 웅대한 목표에 비해 실제 성과는 부실한 ‘빈 껍데기 공약‘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의 경제성장 747 공약이 대표적이다.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내걸고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따지고 보면 이 중 실현된 공약은 하나도 없다.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8년부터 해마다 경제성장률은 3%, 0.8%, 6.8%,3.7%, 2.4%를 기록하며 한 번도 7%를 넘긴 적이 없었고 2013년 한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2만4329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 세계 13위였던 GDP 순위는 2013년 14위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당시 세계적 금융위기 상황을 고려해도 진전이 없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라면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구청장, 이장 선거에서 필요한 민원성 공약이 아닌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 국가 지도자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윤 교수는 “마이크로 공약은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기에 중요하지만, 이는 대선 후보의 역할이라기보다는 지자체나 부처 차원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라면 거시적으로 국민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화두를 던져야 한다“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메가 공약'보다 '미니 공약'으로 표심을 노리고 있다. 6일까지 이 후보는 '합니다, 소확행'이라는 이름으로 층간소음 대책, 스포츠 포인트제 등 62개 공약을 내놨고 윤 후보는 교사 행정 부담 경감, 낚시 특별구역 지정 등 32개 '심쿵 공약'을 제시했다. 이번 대선에서 중량급 공약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 전문가들은 "미래 비전을 제시할 만한 정치적 경륜이 부족하다"는 쓴소리를 내놨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철학이 오래 쌓여야 시대 흐름을 관통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데, 대선 후보들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후보는 정치에 입문한 지 1년이 채 안 된 '정치신인'이고 이 후보는 지방 정부 이력에 비해 중앙 정치 경험이 부족한 점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각 당 선거캠프의 내부 구성이 빈번하게 바뀌면서 대형 공약을 준비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5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해체하고 선거대책본부 체제로 전환했다. 선대위 출 31일째의 일이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당직 의원이 총사퇴하면서 큰 폭의 쇄신을 단행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대형 공약은 선거로부터 반 년에서 1년 전부터 기획된다"며 "이번에는 각 캠프가 와해됐다가 다시 꾸려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공약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제대로 가동이 안 됐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메가 공약이 사라진 것을 '선진국형 선거'가 시작된 증거로 보기도 한다.메가 공약은 웅대한 목표에 비해 실제 성과는 부실한 ‘빈 껍데기 공약‘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의 경제성장 747 공약이 대표적이다.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내걸고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따지고 보면 이 중 실현된 공약은 하나도 없다.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8년부터 해마다 경제성장률은 3%, 0.8%, 6.8%,3.7%, 2.4%를 기록하며 한 번도 7%를 넘긴 적이 없었고 2013년 한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2만4329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 세계 13위였던 GDP 순위는 2013년 14위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당시 세계적 금융위기 상황을 고려해도 진전이 없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라면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구청장, 이장 선거에서 필요한 민원성 공약이 아닌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 국가 지도자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윤 교수는 “마이크로 공약은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기에 중요하지만, 이는 대선 후보의 역할이라기보다는 지자체나 부처 차원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라면 거시적으로 국민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화두를 던져야 한다“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