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마케팅 기상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으로 본 중국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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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명함 속 웅장함' 담아 2008년과 대조적
'선수 입장~점화식' ICT 활용한 테코레이션
'한·중 수교 30년' 숨겨진 전략 볼 수 있어야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선수 입장~점화식' ICT 활용한 테코레이션
'한·중 수교 30년' 숨겨진 전략 볼 수 있어야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동서양 가치의 용광로인 중국이 올림픽을 문화적으로 어떻게 해석했느냐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개막식 축하 무대를 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였다. 같은 동양권 국가일지라도 중국을 집단주의 문화로만 설명할 수 없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개인주의 가치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개막식에 나타난 중국 문화의 특성은 한마디로 말해서 ‘간명함 속 웅대함’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총연출자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은 쉽고 간명한 콘텐츠에 웅장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1만5000여 명이 참여해 4시간 동안 공연을 펼쳤다면, 이번 개막식에서는 3000명이 100분 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식전 행사에서는 중국인의 일상적 춤인 광장무(廣場舞)를 진행자 없이 선보였다. 봄이 온다는 입춘을 강조하며 개막식이 시작됐는데, 24절기의 처음인 입춘을 개막일에 절묘하게 맞춘 것이다. 우수와 하지 같은 24절기를 묘사한 장면은 ‘함께하는 미래’라는 올림픽 슬로건에 의미를 부여했다.
개막식 주제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가족’이었고, 연출 콘셉트는 ‘눈송이 이야기’였다. 과학기술 혁신, 저탄소 환경보호, 운동건강 이념을 융합해서 시대 보편적인 특성을 눈송이 이야기로 구현했다. 참가국 입장 순서도 흥미로웠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아이우에오’라는 일본어 히라가나 순으로 입장했다면, 이번 올림픽에서는 중국어 간체자 획수에 따라 참가국이 입장했다. 중국어 한(韓)의 간체자인 한()이 12획이라 우리나라는 73번째로 입장했는데, 103번째였던 도쿄올림픽 때보다 빨랐다. 다만, 개회식 때 중국 각 민족의 복식을 차려입은 공연자들이 오성홍기를 게양대까지 운반하는 과정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포함된 것은 아쉽다.
이번 개막식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웅대한 향연장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개막 행사에 많은 인원을 동원하기 어려운 상황을 LED 조명의 화려함으로 커버했다. 행사장 바닥은 물론 공간 전체가 스크린이었다. 어린이 600여 명이 움직일 때마다 인공지능 라이브 모션 캡처 기술로 바닥 스크린에 동작을 구현했고, 민들레 홀씨가 훨훨 날아가는 장면을 LED 디스플레이로 표현했다. 여기에서도 간명함 속에 웅대함이 깃든 중국 문화의 특성이 나타났다. 정보통신기술로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테코레이션(Tecoration=technology+decoration)의 위력을 확인하기에 손색이 없는 장면이었다. 세계 각국 청년 76명이 코로나19로 수고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 강’을 비롯해 오륜 전시, 선수 입장, 평화의 비둘기, 그리고 점화식 장면에 이르기까지 테코레이션이 두루 활용돼 미디어 아트의 진수를 보여줬다.
성화 점화는 개막식의 절정이자 예상 밖의 반전이었다. 사람들은 대국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을 떠올리며 거대한 성화 안치대를 상상했겠지만, 마지막 성화 주자가 달려간 곳은 운동장의 눈꽃 송이에 설치된 조그만 성화대였다. 거대한 성화대는 없었고 눈꽃 모양의 작은 성화대에 올림픽 깃발만 나부꼈다. 역대 동계올림픽 중 가장 작고 소박한 성화대였다. 저탄소 환경 문제를 해결하자는 상징적 시도였다고 한다. 최소의 성화대로 최대의 문제 제기를 시도한 반전 메시지로 세계인들의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작은 눈꽃 조형물 속에서 성화가 피어오르는 장면도 작은 것에서 큰 의미를 드러내려는 창의적인 시도였다.
장이머우 감독의 연출력은 ‘소중현대(小中現大)’를 천명한 중국 명나라 때의 문인화가 동기창(董其昌, 1555~1636)의 화론(論)을 떠올리게 했다. 동기창 화론의 핵심은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드러내야 한다는 뜻이다. 즉, 복잡하지 않고 심플하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말인데, 그의 화론은 이번 개막식에서 ‘간명함 속 웅대함’으로 구현됐다. 표의문자인 중국어만 봐도 글자 하나에 많은 뜻이 있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으니, 문자에도 소중현대의 전통이 깃든 셈이다.
2022년은 한·중 수교 30년이 되는 해다. 지난 30년간 한·중 관계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중국은 한국의 중요한 대외 교역국이 됐다. 국가 간 교역에서도 소중현대의 논리가 작동하지 말란 법은 없다. 얼핏 사소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 엄청난 전략이 숨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총연출자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은 쉽고 간명한 콘텐츠에 웅장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1만5000여 명이 참여해 4시간 동안 공연을 펼쳤다면, 이번 개막식에서는 3000명이 100분 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식전 행사에서는 중국인의 일상적 춤인 광장무(廣場舞)를 진행자 없이 선보였다. 봄이 온다는 입춘을 강조하며 개막식이 시작됐는데, 24절기의 처음인 입춘을 개막일에 절묘하게 맞춘 것이다. 우수와 하지 같은 24절기를 묘사한 장면은 ‘함께하는 미래’라는 올림픽 슬로건에 의미를 부여했다.
개막식 주제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가족’이었고, 연출 콘셉트는 ‘눈송이 이야기’였다. 과학기술 혁신, 저탄소 환경보호, 운동건강 이념을 융합해서 시대 보편적인 특성을 눈송이 이야기로 구현했다. 참가국 입장 순서도 흥미로웠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아이우에오’라는 일본어 히라가나 순으로 입장했다면, 이번 올림픽에서는 중국어 간체자 획수에 따라 참가국이 입장했다. 중국어 한(韓)의 간체자인 한()이 12획이라 우리나라는 73번째로 입장했는데, 103번째였던 도쿄올림픽 때보다 빨랐다. 다만, 개회식 때 중국 각 민족의 복식을 차려입은 공연자들이 오성홍기를 게양대까지 운반하는 과정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포함된 것은 아쉽다.
이번 개막식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웅대한 향연장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개막 행사에 많은 인원을 동원하기 어려운 상황을 LED 조명의 화려함으로 커버했다. 행사장 바닥은 물론 공간 전체가 스크린이었다. 어린이 600여 명이 움직일 때마다 인공지능 라이브 모션 캡처 기술로 바닥 스크린에 동작을 구현했고, 민들레 홀씨가 훨훨 날아가는 장면을 LED 디스플레이로 표현했다. 여기에서도 간명함 속에 웅대함이 깃든 중국 문화의 특성이 나타났다. 정보통신기술로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테코레이션(Tecoration=technology+decoration)의 위력을 확인하기에 손색이 없는 장면이었다. 세계 각국 청년 76명이 코로나19로 수고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 강’을 비롯해 오륜 전시, 선수 입장, 평화의 비둘기, 그리고 점화식 장면에 이르기까지 테코레이션이 두루 활용돼 미디어 아트의 진수를 보여줬다.
성화 점화는 개막식의 절정이자 예상 밖의 반전이었다. 사람들은 대국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을 떠올리며 거대한 성화 안치대를 상상했겠지만, 마지막 성화 주자가 달려간 곳은 운동장의 눈꽃 송이에 설치된 조그만 성화대였다. 거대한 성화대는 없었고 눈꽃 모양의 작은 성화대에 올림픽 깃발만 나부꼈다. 역대 동계올림픽 중 가장 작고 소박한 성화대였다. 저탄소 환경 문제를 해결하자는 상징적 시도였다고 한다. 최소의 성화대로 최대의 문제 제기를 시도한 반전 메시지로 세계인들의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작은 눈꽃 조형물 속에서 성화가 피어오르는 장면도 작은 것에서 큰 의미를 드러내려는 창의적인 시도였다.
장이머우 감독의 연출력은 ‘소중현대(小中現大)’를 천명한 중국 명나라 때의 문인화가 동기창(董其昌, 1555~1636)의 화론(論)을 떠올리게 했다. 동기창 화론의 핵심은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드러내야 한다는 뜻이다. 즉, 복잡하지 않고 심플하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말인데, 그의 화론은 이번 개막식에서 ‘간명함 속 웅대함’으로 구현됐다. 표의문자인 중국어만 봐도 글자 하나에 많은 뜻이 있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으니, 문자에도 소중현대의 전통이 깃든 셈이다.
2022년은 한·중 수교 30년이 되는 해다. 지난 30년간 한·중 관계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중국은 한국의 중요한 대외 교역국이 됐다. 국가 간 교역에서도 소중현대의 논리가 작동하지 말란 법은 없다. 얼핏 사소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 엄청난 전략이 숨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