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를 사로잡은 카카오 웹툰 플랫폼 ‘픽코마’의 유럽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상국은 유럽 문화의 거점 프랑스다. 이로써 네이버와 카카오의 글로벌 웹툰 경쟁 전선(戰線)이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에 이어 유럽까지 확장됐다.

카카오, 상반기 ‘픽코마프랑스’ 출시

카카오 '유럽 웹툰 요충지' 프랑스로 진격
카카오 관계자는 6일 “상반기에 웹툰 플랫폼 ‘픽코마프랑스’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기는 오는 4~5월이 유력하다. 픽코마는 일본 시장 내 웹툰 1위 업체다. 프랑스 만화 시장은 일본 만화 매출이 전체의 30%에 달할 만큼 망가(일본 스타일 만화) 영향력이 높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프랑스에 픽코마 유럽 법인을 설립하고 물밑작업을 벌여왔다.

카카오는 애초 픽코마프랑스를 하반기에 선보이려고 했지만 출시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일본,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산업이 팽창하고 있다”며 “하루라도 빠르게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프랑스 시장에서도 맞붙게 됐다. 네이버는 2019년 12월 웹툰 플랫폼 ‘웹툰(WEBTOON)’을 출시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웹툰은 2020년 1월부터 프랑스 구글플레이 만화 앱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는 네이버웹툰이 투자한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태피툰’이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3월 334억원을 투자해 태피툰 운영사 콘텐츠퍼스트의 주식 2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네이버 관계자는 “웹툰은 물론 태피툰을 통해 프랑스에서 지배적 사업자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가 유럽 시장 교두보”

두 회사가 프랑스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곳을 유럽 만화시장의 전략적 요충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만화 시장은 지난해 2억9800만달러에 달했다. 유럽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매년 3~4% 성장해 2025년엔 3억4600만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프랑스의 디지털 만화 수요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대표 일간지 ‘르 파리지앵(Le Parisien)’은 지난해 2월 프랑스 청소년들의 새로운 대세 문화로 ‘웹툰’을 꼽았다. 웹툰이 전체 만화시장에서 아직 2~3%에 불과해 확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IT업계 관계자는 “프랑스에서 정착된 문화는 유럽 전반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며 “네이버와 카카오가 프랑스 웹툰 사업에 힘을 주는 이유”라고 말했다.

두 회사의 시장 전략은 서로 다르다. 네이버는 현지 생태계 활성화에 주력한다. 미국에서 웹툰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노하우를 일찍이 프랑스에 적용했다. 2020년 6월 프랑스에서 아마추어 작가 등용 플랫폼 ‘캔버스’를 출시하면서 작가들이 자유롭게 웹툰을 올리고 인기 작품은 ‘웹툰’에 정식 연재할 수 있게 했다.

카카오는 국내 웹툰과 일본 웹툰 지식재산권(IP)을 현지에 맞게 바꿔 시장을 공략한다. 카카오는 일본 시장 진출 당시 ‘나혼자만 레벨업’ ‘이태원 클라스’ 등 국내 IP를 일본 현지화해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픽코마프랑스 라인업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아직 해외에 소개되지 않은 망가도 일본 현지에서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민기/이소현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