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는 가상의 영상을 공개한 것을 두고 "우리 당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선거기획"이라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해당 영상을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자신들 홍보영상에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기 위한, 일베에서 밈(meme)이 된 코알라까지 등장시키고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애초 비극적으로 서거한 전직 대통령을 성대모사까지 하면서 선거에 동원하는 자체가 우리 당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선거기획"이라고 적었다.

그는 "선관위에서 AI 윤석열을 운영하면서 후보자의 의사와 반하는 활용에 대해 규제의 대상이라고 판단해 통지한 바가 있다"며 "이번 민주당의 '노 전 대통령 사칭 성대모사 영상사건'은 돌아가신 노 전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유권자에게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의 공식채널에서 (해당 영상을) 틀어 홍보했다면 이것은 심각한 행위다. 선관위에 이 후보 측의 영상을 신고하겠다"며 "아무리 급해도 선거에 금도가 있다. 돌아가신 전직 대통령을 선거홍보에 참칭하고, 그분을 희화화하는 코알라 밈을 사용해 영상을 제작한 것은 근절되어야 할 행태"라고 덧붙였다.
사진=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캡쳐
사진=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캡쳐
앞서 민주당은 전날 공식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에 '두 번 생각해도 이재명입니다. #노무현의 편지'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가상의 노 전 대통령은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입니다. 참 오랜만에 뵙죠"라며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서 "20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저 노무현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가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나 오직 국민을 생각하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기득권과 싸워 이겨내는 정의로운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한다.

이어 "부인 권양수 여사도 저와 닮은 이 후보를 지지했다고 한다"며 "두 번 생각해도 이재명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재명"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여당 지지자들은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너무 화가 난다"며 도를 넘은 홍보라고 지적했다.
사진=박민영 국민의힘 청년보좌역 페이스북 캡쳐
사진=박민영 국민의힘 청년보좌역 페이스북 캡쳐
또한, 영상에 쓰인 로고가 극우 성향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려고 만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상 속 로고의 'ㅅ' 디자인이 공식 로고와는 다른 모양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

박민영 국민의힘 청년보좌역은 이날 "노무현의 편지 영상에 일베 마크로 추정되는 그림이 들어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저희가 피드백 드리고 나서야 영상을 내리시는 걸 보면 자정작용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인 듯한데, 정말 안타까워 드리는 말씀"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담당 본부에 경고 조처를 내렸다고 밝혔다.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기자들에게 "노 전 대통령 영상은 민주당과 선대위가 아닌 지지자가 제작한 것"이라며 "이 영상을 전날 델리민주에 올렸고, 지적이 있어 영상을 내렸다. 송영길 대표는 해당 본부에 경고 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