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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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이 약 2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책 일환으로 상환 등을 연기해 준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 원금과 이자가 1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3월 말 연장·유예 지원 종료' 원칙을 앞세운 만큼, 자영업자 등에겐 상환 부담이 잇따를 전망이다.

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원이 시작된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여러 형태로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의 총액은 139조4494억원이다.

은행권은 2020년 초부터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방침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도 유예해왔다. 지원은 당초 2020년 9월로 시한을 정해 시작됐지만,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지원 종료 시점은 6개월씩 3차례나 연장됐다.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포함) 잔액은 총 129조6943억원이다.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 9조6887억원도 미뤄줬고(원금상환 유예), 같은 기간 이자 664억원도 유예됐다. 한은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의 평균 대출 금리(연 3.14%)를 적용하면 이 이자(664억원) 뒤에는 약 1조573억원(664억원/0.0314/2년)의 대출 원금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5대 은행은 코로나19와 관련해 140조5067억원(139조4494억+1조573억원)에 달하는 잠재 부실 대출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현재로선 연장이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9일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는 3월 말 종료를 원칙으로 하되 종료 시점까지 코로나 방역상황, 금융권 건전성 모니터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 소상공인 지원 방안 면담 진행…은행권도 연착륙 프로그램 '시동'

금융당국은 이미 지원 종료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비공개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기업은행·신한카드·신용보증기금·서민금융진흥원 등 금융기관의 고위 중소기업 담당자들과 '소상공인 비(非)금융 지원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진행한다.

별개로 금융위는 다음주부터 6개 안팎의 주요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부행장급)과 비공개로 '코로나19 소상공인·중소기업 금융 지원 방안'과 관련 개별 면담도 진행한다. 각 은행은 3월 말 지원 종료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종료될 경우 시작할 연착륙 방안들도 당국과 논의할 예정이다.

은행들도 지원 종료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 이미 지원 대상 소상공인·중소기업들에 유선 또는 SMS(문자서비스) 등을 통해 유예 종료일과 납입기일 등을 안내했고, 상담을 통해 대출자들과 함께 지원 종료 이후 상환 계획을 세우거나 이미 정립한 상태다.

신한은행의 경우 대출자가 3가지 연착륙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우선, 분할상환 기간을 총 유예기간의 3배 이내(최대 5년)로 연장해 대출 잔액을 균등분할 방식으로 갚을 수 있다. 상환 유예기간이 1.5년이라면, 유예된 분할상환금을 4.5년간 나눠 갚기 때문에 월 분할상환금은 3분의1로 감소한다.

유예이자 납부 기간을 총 유예기간의 5배 이내(최대 5년)로 늘리거나, 거치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선택 가능하다. 당장 분할상환이나 유예 이자 납입이 어려운 고객에게는 6개월 또는 12개월의 거치기간을 제공해, 원금·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식이다.

KB국민은행도 비슷한 연착륙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추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중소기업 신용평가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에도 금리 인상 폭을 최대한 억제할 예정이다. 추가로 유예 기간중 발생한 이자엔 별도 이자를 부과하지 않고 상환 방법·기간과 관계없이 이자 총액을 유지한다. 지원 종료 후 대출자의 지속적 상환 부담이 예상되면, 정상화·자구계획 이행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이를 통해 대출자가 가장 알맞은 방법의 연착륙 방법을 선택토록 유도한다.
국민 혈세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가 2021년 59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에는 9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민 혈세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가 2021년 59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에는 9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원 종료되면 자영업자 DSR 41.3% 전망…다중채무자는 '고위험'

문제는 이같은 연착륙 프로그램이 가동에도 현재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이자 상환이 시작되면 한계에 이르는 자영업자 등이 급증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은행은 오는 3월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끝날 경우,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1.3%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원이 유지되는 경우(39.1%)보다 2.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여가서비스(52.8%→56.1%)와 개인서비스(62.2%→65.9%)의 DSR 상승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코로나19 변이 발생과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관계 당국과 금융기관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취약·고위험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관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여러 기관에서 최대한으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들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자영업자) 가운데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27만2308명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2019년 말(12만8799명)과 비교해 2년 사이 2.1배로 불었으며, 다중채무자 1인당 대출액도 평균 5억7655만원에 달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