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비상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외교관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치솟는 에너지 비용과 난민 위기, 사이버 안보 위협 등에 대처하기 위해 비상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상대책의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씨티그룹은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할 경우 EU에서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U는 가스대란이 일어날 경우 함께 치솟을 가능성이 있는 전기료를 누르기 위해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FT는 다만 “전기료 상한제는 과거 논의됐다가 EU 관료들에 의해 거부당했던 조치”라고 전했다. EU 에너지 규제기관도 “가격상한제 도입은 전기 공급업체 줄폐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액화천연가스(LNG) 확보를 위해 외교전도 벌이고 있다. EU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몇 주 동안 미국 아제르바이잔 카타르 등 대형 LNG 생산국 관계자들과 접촉해왔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4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에너지 관계자들을 만난 뒤 “아제르바이잔이 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해 EU를 지원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전운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관련국 정상 회담도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이 예정돼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기 전 “발트 3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작전을 강화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발트 3국 중 한 곳인 리투아니아에 500명의 병력을 주둔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기 전 러시아가 군사적 침공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