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리품이 적은 전쟁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의 스트리밍 서비스 전쟁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 등 OTT 기업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OTT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에 관심을 갖는 사모펀드 운용사도 늘었다. 하지만 스트리밍 업체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트리밍 전쟁의 승자가 아무도 없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늘어나는 OTT와 몰리는 돈

스트리밍 업체는 콘텐츠 확보를 위해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넷플릭스 디즈니 워너미디어 등 미국 8개 미디어 기업은 올해 콘텐츠 제작에 총 1150억달러(약 138조원)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사모펀드 운용사도 콘텐츠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아폴로는 최근 영화 ‘듄’ ‘고질라’ 등을 제작한 중국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억60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블랙스톤도 전직 디즈니 임원이 세운 콘텐츠 제작사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할리우드 제작사 엔데버의 아리엘 이매뉴얼 최고경영자(CEO)는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역대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미디어리서치그룹인 케이건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가정은 평균 3.6개 OTT에 가입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2024년까지 미국 TV 시청 시간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난 지출, 구독자는 정체

하지만 업계 전반에 회의적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OTT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어 수익 창출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FT는 “일부 투자자는 OTT가 좋은 사업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도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신규 가입자는 1818만 명이다. 최근 5년 새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넷플릭스는 올 1분기 신규 가입자가 250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월가 전망치 725만 명의 34% 수준이다.

이용자의 이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애플TV+의 구독 취소율은 작년 12월 기준 10%를 넘었다. 업체의 수익과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쏟아붓는 콘텐츠 비용은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암페어애널리시스에 따르면 미디어 기업은 올해 영상 콘텐츠에 2300억달러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제작비도 비싸졌다. 2019년 워너미디어 제작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회당 1500만달러에 달했다. 올 9월 아마존프라임비디오에서 방영될 예정인 ‘반지의 제왕’은 제작비가 5800만달러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유럽에서는 스트리밍 업체에 대한 투자 확대 요구가 커지면서 OTT 업체의 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는 대규모 플랫폼 업체가 자국에서 내는 매출의 최소 20%를 프랑스 프로덕션에 투자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올해부터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 등은 프랑스에 2억5000만유로(약 342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대형 OTT 중심 경쟁될 것

스트리밍 전쟁이 가속화함에 따라 OTT 업체는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애플과 아마존은 다른 서비스와 묶어 스트리밍 상품을 판매한다.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는 합병을 앞두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형 OTT 업체의 희망은 스트리밍 전쟁으로 생존자끼리 가격을 올리고 콘텐츠에 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애플 아마존 디즈니 넷플릭스 등의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