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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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연봉 4000만원을 받던 직장인의 연봉이 올해 8000만원으로 올랐을 경우 근로소득세는 9배나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물가가 35% 정도 오르고 이에 따라 급여도 인상됐지만,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인 과세표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시대에도 과표를 그대로 둠으로써 정부가 사실상 증세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7일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와 국회 입법조사처의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연봉 4000만원을 받은 직장인은 연간 50만원 안팎의 소득세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적용된 세율은 당시 최저세율인 8%였다. 소득 대비 과표비율과 산출세액 대비 결정세액 비율 등을 고려해 추산한 것이다.

이 직장인의 올해 연봉이 8000만원으로 인상됐을 경우 약 449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연봉은 두 배만 올랐지만 세금은 8.9배가 오르는 것이다. 적용 최고세율은 24%로 3배 높아진다.

연봉이 물가상승률만큼 인상돼 실질임금이 15년 전과 같은 경우에도 세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2008년부터 2021년까지 31.4% 올랐다. 한국은행 등이 올해 2% 중후반대 물가상승률을 예상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까지 약 35%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급여 인상률로 적용하면 연봉 4000만원 직장인의 15년 후 연봉은 5388만원으로 계산된다. 이 경우 최고 15% 세율로 약 156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소득 증가 폭(35%)에 비해 세금 인상 폭(3배)이 훨씬 크다.

이는 지난 15년간 해당 소득구간의 과세표준이 고정되면서 간접적으로 증세가 된 영향이다. 소득세 과세표준은 현재 8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과세표준은 소득에서 각종 소득공제를 제하고 난 것으로 여기에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한다.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는 6%,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는 15%,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는 24%, 88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는 35%의 한계세율을 적용한다. 최고세율은 45%이며 과세표준이 10억원을 초과하는 사람에게 부과한다.

이 같은 시스템은 사실상 2008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최고세율은 이후 35%에서 45%로 높아지고, 과표 구간은 네 개가 추가됐지만 국민 대부분이 적용받는 하위 네 개 구간의 과표가 이때 확정된 뒤 15년간 유지되고 있다.

국민의 소득 수준은 물론 물가 상승률까지 반영되지 않아 대부분 국민의 세 부담이 커졌다. 이는 정부의 세수 증대로 직결되고 있다. 2020년 소득세수는 93조1000억원으로 2008년 36조4000억원의 2.6배에 이른다.

정부가 15년간 과표구간을 변경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그전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소득세 과세표준을 수시로 조정해 왔다. 최저세율이 적용되는 구간만 봐도 자주 바뀌었다. 1989~1990년에는 250만원 이하, 1991~1995년엔 400만원 이하 구간에 5% 최저세율로 과세했다. 1996년 최저세율 과표구간이 1000만원 이하로 변경된 뒤 11년간 유지됐다. 하지만 이 기간에는 세 차례 세율 인하를 통해 물가 상승 영향을 반영했다.

법인세와 상속세 등의 과표기준도 15년 이상 ‘사실상’ 제자리다. 영리법인의 법인세 과표구간은 2008년부터 2억원을 기준으로 두 개 구간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후 200억원 초과, 3000억원 초과 등의 구간이 생겼지만 기본 틀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상속세의 과세표준과 세율은 2000년 이후 22년째 그대로다. 과표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극소수의 부자뿐 아니라 대부분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