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현 신임 우정사업본부장 "올해 해외 주식·대체투자 비중 늘리겠다"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사진)은 7일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해 기존 안전 자산 위주의 기금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손 본부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위험·저수익 구조의 포트폴리오를 중위험·중수익으로 바꾸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본은 국내 자본시장의 대표적 ‘큰손’으로 꼽힌다. 우편 업무 외에 우체국 예금과 보험 등을 통해 들어온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예금(83조6917억원)과 보험(58조2653억원) 등 약 142조원을 굴린다. 행정고시 37회로 총무처에 입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줄곧 있었던 손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우정사업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손 본부장은 우선 대체투자 비중을 현재 9.4%에서 2026년엔 10.4%로 높이기로 했다. 같은 기간 우본의 대체투자 규모는 16조7000억원으로 3조1000억원가량 늘어나게 된다. 당분간 안정적인 부동산·인프라 자산을 찾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그는 “e커머스에 돈이 몰리고 배송 시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물류센터가 유망 상품으로 부상했다”며 “데이터센터 등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은 글로벌 경제의 상승 요인과 유동성 축소라는 하락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당분간 비중을 현재와 같은 9.3%로 유지할 것”이라며 “하지만 기금의 자연 확대로 5년간 투자 규모는 1조5000억원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의 경우 주식과 채권 비중을 모두 지금보다 각각 0.8%포인트, 0.9%포인트 높여 선진국 시장 위주로 투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우본의 2026년 해외 주식 비중은 전체 자산의 4.8%, 해외 채권 비중은 19.6%로 커진다.

손 본부장은 “공적 역할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스타트업 투자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본은 올해에만 600억원을 벤처캐피털(VC) 투자에 신규 배정하는 등 총 6600억원을 스타트업 투자에 쓰기로 했다. 그는 “예금사업단의 듀레이션(투자 회수)이 평균 2.7년이고 보험은 9년으로 설정돼 있는데, 이를 조금씩 더 늘려 중장기 투자를 유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 본부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운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은 기업 경영진에 대표소송을 걸 수 있는 권한을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수탁위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본도 지난해 외부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수탁위를 신설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그는 “우본은 국민연금과 달리 주식 투자금이 크지 않고 국내 기업 중 지분을 5% 이상 갖고 있는 곳도 없다”면서도 “우선 수탁위의 역량을 키우고 신중하게 접근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김종우 기자 사진=김병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