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사진)이 9일째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를 지키며 ‘롱런’할 태세다.

지난달 28일 공개한 이후 하루 만에 1위로 뛰어오른 지우학은 11일 동안 1위를 지킨 ‘지옥’을 넘어 53일간 정상을 지킨 ‘오징어 게임’(이하 ‘오겜’)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외신들의 호평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영화 전문매체 데드라인은 “한국 드라마의 원투펀치”라며 “이제 또 다른 한국 드라마가 (큰) 업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영화 매체 스크린랜트도 “한국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거대한 힘을 지니게 됐다”고 보도했다.

지우학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7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미 좀비물은 많지만 지우학은 성인이 아니라 청소년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담고 있어 많은 분이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좀비물에 학생들의 우정·사랑 담아

지우학은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12편의 시리즈물이다.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거대한 재난 상황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대부분의 캐릭터를 박지후 윤찬영 등 신인 배우들로 채웠으면서도 학생들의 처절한 사투를 실감나게 담아냈다.

“고등학생을 연기해야 해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 중에서도 어린 배우를 찾았어요. 출연 배우들 사이에 앙상블이 조화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중요하게 생각했죠.”

이 감독은 영화 ‘완벽한 타인’ ‘역린’,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 다양한 작품을 제작해왔다. 그는 새롭게 도전한 좀비물에서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담아내려 했다고 강조했다. “저는 사람을 믿고 희망을 찾으려는 쪽이에요. ‘좀비보다 무서운 게 인간’이라는 얘기도 하지만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희망도 인간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우학은 좀비물에 학생들의 우정과 풋풋한 사랑을 버무려냈다.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었지만 이 감독은 과감히 이를 선택했다. 그는 “10대에겐 사랑과 우정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 두 가지를 빼고 10대를 이야기하긴 쉽지 않다”고 했다.

지우학은 그러면서도 학교 폭력과 차별 등 우리 사회의 이슈들을 통렬하게 담아냈다. “표면적으로는 학교 폭력이라는 이야기를 가져왔지만 학교와 사회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보고 나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길 원했습니다.”

“오겜 뒤를 잇는 작품 되길”

성 착취 영상을 촬영하는 장면 등 일부 설정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많은 비극을 표현한 것이었을 뿐 시청자를 자극하려고 한 건 전혀 아니었다”며 “과하게 전달됐다면 연출자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즌 2도 나올까. 이 감독은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설정해둔 게 있는데, 실제 만든다면 더욱 확장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시즌1이 인간들의 생존기였다면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오겜을 제작한 황동혁 감독과도 인연이 깊다. “황 감독과는 정말 친한 친구예요. 지난해 직접 전화를 해서 ‘내년에는 우리 드라마도 나가야 하는데 오겜 때문에 부담이 돼 죽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황 감독이 ‘오겜이 문을 살짝 열어놓은 것이니 부담 갖지 말고 하라’고 했죠.”

그는 “지금도 오겜과 계속 비교되고 있는데, 솔직히 오겜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라고 생각한다”며 “오겜이 문을 열어줬다면, 지우학은 오겜의 뒤를 잇는 첫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