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코로나19 백신 시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코로나19 백신 시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을 쏘아 올렸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CMO)한 덕분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으로 확보한 성장 모멘텀을 ‘포스트 코로나’ 전략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잡은 글로벌 백신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작년 매출 전년比 4배↑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 매출 9290억원, 영업이익 4742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1년 전보다 매출(2256억원)은 네 배가 넘었고, 영업이익(377억원)은 무려 1158% 증가했다. SK케미칼에서 분사한 2018년 이후는 물론 2000년대 초반 SK그룹이 백신 사업에 진출한 이후 거둔 최대 실적이다.

역대 최대 실적의 일등공신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해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 공급했다. 국내 공급 물량만 2000만 회분(도스)이다. 노바백스의 합성항원 방식 백신은 단순히 주사병(바이알)에 주입하는 공정뿐만 아니라 원액 생산까지 수주해 실적에 기여했다.
'역대급 실적' SK바사…"자체 코로나 백신, 상반기 승인"

노바백스·자체 백신 공급 본격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올해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합성항원 방식의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서 정식 품목허가가 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맺고 있다. 박영주 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설명(IR) 실장은 “합성항원 백신은 유통 방식과 접종 편의성 측면에서 mRNA 백신보다 유리하다”고 했다.

노바백스로부터 확보한 태국 베트남 판매 권한도 올해 실적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장 2026년까지 태국과 베트남에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을 자체 공급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한 국가와 공급 계약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GBP510)도 기대주다. 올 상반기 국내 품목 허가가 예상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510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본업’인 독감백신 생산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백신 접종률이 이미 80% 후반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해 부스터샷(추가 접종)과 소아청소년, 임산부 대상 품목 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연내 부스터샷용 허가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실탄 1.6조원’ M&A·기술 도입 추진

코로나19 외에 보유하고 있는 백신 파이프라인(후보물질) 임상도 속도를 낸다. 대표주자는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이다. 연내 임상 2상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말에는 코로나19와 독감을 함께 예방하는 ‘콤보 백신’ 임상이 본격화한다.

글로벌 사업 다각화도 추진한다. 인수합병(M&A), 합작법인(JV) 설립과 함께 적극적인 기술 도입(라이선스 인)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작년 말 기준으로 쌓아둔 ‘실탄’이 1조6000억원”이라며 “기술 도입은 백신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세포·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이 아닌, 외부 후보물질을 들여오는 것은 처음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차세대 백신 및 플랫폼 개발은 물론 신규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