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칼럼] 우크라이나 vs 한국, 닮은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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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무능·부패…경제개혁 좌초
정권에 따라 親러·親서방 줄타기
지정학적 위기 극복할 전략 절실
이건호 편집국 부국장
정권에 따라 親러·親서방 줄타기
지정학적 위기 극복할 전략 절실
이건호 편집국 부국장
우크라이나는 체르노젬이라는 흑토(黑土)로 뒤덮인 농업대국·자원부국이다. 영양분이 많은 체르노젬은 ‘토양의 왕’으로 통한다. 우크라이나가 오래전부터 ‘유럽의 빵바구니’로 불린 이유다.
천혜의 조건을 갖췄지만, 우크라이나는 옆 나라 몰도바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다.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내주고, 내전(돈바스 전쟁)에 시달리는 신세다.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는 키예프공국에 뿌리를 둔 민족(동슬라브족)이라는 동질성을 떠나 국경을 맞댄 정치·안보적 완충지대이자 나토의 동진(東進)을 저지할 최후 보루다.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브라더후드, 소유스)이 통과하는 지역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불러와 한국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천연가스는 물론 석유, 원자재, 식량 등의 공급망이 흔들려 가격이 치솟았다. 원자재값 급등에 한국은 지난달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첫째 정치권력의 부패와 무능이 국가를 얼마나 위태롭게 하는지 잘 보여준다. 기성 정치권에 신물이 난 우크라이나 국민은 2019년 4월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에 표를 던졌다. TV 시트콤에 나와 부정부패에 대항하는 대통령을 연기했던 코미디언 겸 배우가 진짜 대통령이 됐지만 드라마와 현실은 달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2월 군과 정부, 정보부 요직에 비전문가인 젤렌스키 측근과 일가친척이 포진해 국가대사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시아파(동부)와 친서방계(서부) 정치인들이 번갈아 정권을 잡으면서 정쟁이 끊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난투극 장면을 자주 연출해 해외토픽감이 되곤 했다.
둘째 경제를 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인구는 4300만여 명, 국토 면적은 남한의 약 6배지만 1인당 국민소득(2020년 기준)은 3727달러로 한국(3만1637달러)의 8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우크라이나는 한때 항공우주, 정보기술(IT) 경쟁력이 뛰어난 나라였다. 삼성전자 갤럭시폰 초기 모델과 소프트웨어 작업이 키예프의 삼성R&D 센터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의존과 산업 구조개혁 실패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여러 번 받아야 했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국가엔 미래를 내다보는 외교 전략이 긴요하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극과 극을 오가는 외교정책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었다. 2004년 오렌지혁명으로 집권한 유셴코 정권은 안보는 서방 측에, 경제는 러시아에 의존하는 줄타기 외교를 했다.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 당시 세계 3위 핵보유국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가졌지만, 탄탄한 동맹체제나 안보 수단을 확보하지 않은 채 강대국들의 말만 믿다가 안보 위기를 자초했다.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와 ‘부다페스트 협정’을 맺고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안전보장을 약속받았다. 군 병력도 지속적으로 감축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접수할 때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무장해제 상태였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국 기업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미국이 ‘화웨이식 제재’에 나서 반도체 등의 수출을 금지하면 러시아에서 가전·스마트폰, 자동차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가 타격을 받게 된다.
에너지 패권을 노리는 러시아가 중국과 손잡고 미 기축통화의 근간인 ‘페트로 달러 체제’를 뒤흔들려 하는 점도 한국엔 불안 요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러 관계 악화는 러시아와 중국 간 전략적 협력으로 이어져 한반도에 신냉전 구도를 조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 앞엔 코로나보다 무섭고 잔인한 ‘선택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천혜의 조건을 갖췄지만, 우크라이나는 옆 나라 몰도바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다.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내주고, 내전(돈바스 전쟁)에 시달리는 신세다.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는 키예프공국에 뿌리를 둔 민족(동슬라브족)이라는 동질성을 떠나 국경을 맞댄 정치·안보적 완충지대이자 나토의 동진(東進)을 저지할 최후 보루다.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브라더후드, 소유스)이 통과하는 지역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불러와 한국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천연가스는 물론 석유, 원자재, 식량 등의 공급망이 흔들려 가격이 치솟았다. 원자재값 급등에 한국은 지난달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첫째 정치권력의 부패와 무능이 국가를 얼마나 위태롭게 하는지 잘 보여준다. 기성 정치권에 신물이 난 우크라이나 국민은 2019년 4월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에 표를 던졌다. TV 시트콤에 나와 부정부패에 대항하는 대통령을 연기했던 코미디언 겸 배우가 진짜 대통령이 됐지만 드라마와 현실은 달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2월 군과 정부, 정보부 요직에 비전문가인 젤렌스키 측근과 일가친척이 포진해 국가대사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시아파(동부)와 친서방계(서부) 정치인들이 번갈아 정권을 잡으면서 정쟁이 끊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난투극 장면을 자주 연출해 해외토픽감이 되곤 했다.
둘째 경제를 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인구는 4300만여 명, 국토 면적은 남한의 약 6배지만 1인당 국민소득(2020년 기준)은 3727달러로 한국(3만1637달러)의 8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우크라이나는 한때 항공우주, 정보기술(IT) 경쟁력이 뛰어난 나라였다. 삼성전자 갤럭시폰 초기 모델과 소프트웨어 작업이 키예프의 삼성R&D 센터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의존과 산업 구조개혁 실패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여러 번 받아야 했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국가엔 미래를 내다보는 외교 전략이 긴요하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극과 극을 오가는 외교정책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었다. 2004년 오렌지혁명으로 집권한 유셴코 정권은 안보는 서방 측에, 경제는 러시아에 의존하는 줄타기 외교를 했다.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 당시 세계 3위 핵보유국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가졌지만, 탄탄한 동맹체제나 안보 수단을 확보하지 않은 채 강대국들의 말만 믿다가 안보 위기를 자초했다.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와 ‘부다페스트 협정’을 맺고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안전보장을 약속받았다. 군 병력도 지속적으로 감축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접수할 때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무장해제 상태였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국 기업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미국이 ‘화웨이식 제재’에 나서 반도체 등의 수출을 금지하면 러시아에서 가전·스마트폰, 자동차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가 타격을 받게 된다.
에너지 패권을 노리는 러시아가 중국과 손잡고 미 기축통화의 근간인 ‘페트로 달러 체제’를 뒤흔들려 하는 점도 한국엔 불안 요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러 관계 악화는 러시아와 중국 간 전략적 협력으로 이어져 한반도에 신냉전 구도를 조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 앞엔 코로나보다 무섭고 잔인한 ‘선택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