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의 수입 전기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세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자동차업계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점유율 확보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일본자동차수입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8610대로, 전년(3200대) 대비 약 2.6배로 급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동안 일본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은 1%가 채 되지 않았다”며 “작은 변화지만 아주 놀라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했던 일본 자동차업계도 이제는 전기차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를 확대해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압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도 잇따라 전기차 전략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전기차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2030년대 중반 휘발유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기차 보조금도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일본의 전기차 보조금은 최대 80만엔(약 831만원)으로 종전의 두 배로 증가했다. 블룸버그는 “소비자의 전기차 접근성이 더 좋아졌다”며 “일본에 전기차를 수출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엔 고무적인 변화”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기우라 세이지 도카이도쿄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시가총액이 도요타를 넘어선 뒤 일본에서 테슬라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테슬라도 공격적으로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재팬은 지난해 2월 모델3 롱레인지 모델을 500만엔(약 24%) 할인 판매했다.

해외 완성차 업체는 일본 내 전기차 인프라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폭스바겐재팬은 올해 말까지 90~150㎾ 급속충전기를 일본 내 200여 개 지점에 설치할 예정이다. 스텔란티스도 충전망 확충을 위해 에너지 업체와 협의 중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