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월 CPI 물가는 폭탄 or 구세주?
지난주는 격동의 한 주였습니다. 애플 아마존 메타 등 시가총액이 조 달러에 달하는 빅테크마저 실적을 발표한 뒤 7~26%까지 주가가 요동쳤습니다. 메타는 역사상 가장 큰 하루 시가총액 하락(2320억 달러) 기록을 세웠고, 아마존은 그 다음날 사상 최대 하루 시총 상승(1913억 달러)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또 지난주 금요일 나온 1월 신규고용 수치(46만7000개 증가)는 월가를 뒤집어놓았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더 강력한 긴축에 나설 것이란 관측 속에 채권 금리는 폭등했습니다. 또 지난 3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긴축 전환을 시사하면서 유로존 금리도 동반 폭등하고 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 전략가는 "역사에 남을 만한 한 주"(a week for the ages)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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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 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지난주보다 훨씬 차분했습니다. 0.1% 수준의 강보합세로 출발한 시장은 온종일 보합권을 맴돌다가 소폭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는 1.39포인트, 0.00% 상승했고 S&P500 지수는 0.37%, 나스닥은 0.58% 내렸습니다. S&P500 지수는 이날 4483으로 마감해 여전히 지난 1월 24일 저점과 작년 9월초 최고점 사이인 4400~4500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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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상화' 테마가 이날 주목을 받았습니다. 호주는 팬데믹 시작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오는 21일부터 관광객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또 미국의 신규 감염자는 1월 정점에서 70% 감소했습니다. 동부의 뉴저지주는 3월부터 학교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조치를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900만 명 주민 중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213만 명, 사망자가 3만2000명에 달하는 곳입니다. 뉴욕과 코네티컷주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기민감주인 엑손모빌 셰브론 등 에너지주들은 52주 신고가 기록을 세웠고 금융주도 상승했습니다. 또 로열캐러비안크루즈 카니발 유니이티드항공 힐튼 등 여행관련주들도 일제히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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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메타는 이날도 5.1% 떨어지면서 220달러 수준까지 내렸습니다. 틱톡 등에 쫓기고 있는 데다, 경제가 정상화되면 사용량도 줄어들 수 있는 '팬데믹 수혜주'이니까요. 투자회사 니드햄이 "현재 전략으로는 스트리밍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라는 보고서를 낸 뒤 넷플릭스도 이날 또다시 2% 하락했습니다.

시장은 갑자기 차분해졌지만, 속내는 편안하지 않습니다. 오는 10일 아침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CPI) 발표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의 긴축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시장은 올해 들어 큰 폭의 조정을 겪어왔다. 제롬 파월 의장은 데이터에 의존해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해왔는데, 가장 중요한 데이터가 바로 1월 CPI"라고 말했습니다. 통상 Fed가 가장 중요시하는 물가 데이터는 개인소비지출(PCE), 특히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입니다. 이 관계자는 "PCE 물가는 월말에 나오지만, CPI는 월초에 발표되기 때문에 물가 흐름을 먼저 알 수 있다. Fed도 여러 데이터를 다 보고 있다"라면서 "1월 CPI가 Fed 긴축 경로와 증시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월 CPI 물가는 폭탄 or 구세주?
이렇다 보니, 증시뿐 아니라 채권 시장도 숨을 죽였습니다. 지난주 폭등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주 금요일 1.930%에서 1.915%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2년물도 다시 1.3% 밑으로 내려와서 1.292%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월 CPI 물가는 폭탄 or 구세주?
1월 CPI에 대한 월가 컨센서스는 헤드라인 수치 7.3% 상승, 근원 수치 5.9% 증가입니다. 로이드의 경우 7.6%를 예상하지만 캐피털이노코믹스는 7.0%가 나올 것으로 관측합니다. 또 전달 대비로는 각각 0.5% 상승했을 것으로 봅니다. 헤드라인 수치도 중요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전달 대비 수치가 더 중요합니다. 12월보다 상승세가 둔화한다면 정점이 다가온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대부분 월가 금융사들은 올해 중반부터 물가가 정점을 지나 낮아지기 시작할 것으로 봅니다. 이른 곳은 2~4월, 좀 늦은 곳도 6, 7월부터는 낮아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웰밍턴트러스트의 루크 틸레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고 떨어지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시장이 예측하는 것만큼 Fed가 금리 인상에 대해 공격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3월, 4월, 5월에 이르면 기저 효과가 전년 대비 수치를 낮추는 지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겁니다.

만약 2, 3월에 그런 수치가 확인된다면 Fed가 긴축을 서둘 필요가 없어집니다. 증시도 다시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신호가 6, 7월에 나온다면 그 전에 Fed는 벌써 두 세 차례 금리를 올리고, 대차대조표 축소(QT)를 시작했을 수 있습니다. 미국 경제에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다를 겁니다. 바이탈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지난 금요일 폭발적 고용보고서를 증시가 잘 흡수해 오르면서 Fed의 긴축이 시장에 대부분 반영됐다는 낙관론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기 보다는 낮게 나와 강력한 반등 랠리를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낙관론에 뛰어드는 걸 주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CPI 수치가 매우 유동적일 것이란 뜻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월 CPI 물가는 폭탄 or 구세주?
만약 1월 물가에 조금이라도 둔화하는 신호가 나온다면 투자자들은 너무나 반기겠지요. 도이치뱅크는 약간 희망적으로 봅니다. 1월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0.36%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헤드라인, 근원 수치 모두 그렇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7.2%, 5.8%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1982년 이후 가장 높지만 컨센서스보다는 각각 0.1%포인트씩 낮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여러 가지 와일드카드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주거비(임대료/집주인의 등가임대료 OER)"라면서 "헤드라인 수치의 3분의 1, 근원 수치의 약 40%를 차지하는 임대료와 OER을 가장 주시하라"라고 밝혔습니다.

내셔널증권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수치는 순차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월 단위로 CPI를 보기 시작할 때다. 좋은 방향으로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1월 헤드라인 CPI가 여전히 연간 7.2%의 뜨거운 수치가 될 것"이라면서도 "전월 대비로는 12월 0.5%보다 낮은 0.4%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인플레이션 움직임이 나온다면 계시적일 것이다. 월가의 매파적 어조로부터 조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월 CPI 물가는 폭탄 or 구세주?
물가가 치솟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온 자동차 가격은 정점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만하임중고차지수의 경우 1월 236.3으로 집계되어 1년 전보다 40.8%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12월보다는 0.9% 하락했습니다. 특히 만하임 측은 "1월의 주간 가격 하락은 마지막 주에 약간 가속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전달 대비 헤드라인 0.5% 상승(12월 +0.5%), 근원은 0.52%(12월 +0.6%)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전년 대비로는 헤드라인 수치가 7.3%(12월 +7.0%), 근원 수치는 5.97%(12월 +5.5%)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전반적으로 월가 컨센서스보다 조금씩 높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의 예측은 중고차 경매 가격의 추가 상승 및 이에 따른 신차 가격 상승 압력을 반영한다. 또 의료 서비스, 의약품과 일부 소비자 서비스 카테고리의 연초 가격 인상으로 인한 상승도 포함한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호텔 및 항공료 가격은 하락했다. 주거비의 경우 임대료 +0.39% 및 집주인의 OER +0.40%를 예상한다. 의료보험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식료품 가격 상승도 반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ING는 헤드라인 7.3%, 근원 5.9%를 예상하면서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극심한 인력 부족으로 인해 많은 직원이 결근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는 물가가 더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크레셋캐피털의 잭 아블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소화하기 매우 어려운 인플레이션 수치를 얻을 수 있으며 이는 시장을 무릎 꿇게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주의해야 할 건 지난 10번의 CPI 발표 중 8번 월간 헤드라인 수치가 월가 컨센서스를 상회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물가 압력은 심각하고요. 이날 미 국방부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2023년 예산 추정을 늦추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CPI는 달러 가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최근 ICE 달러인덱스는 97까지 올랐다가 지난 3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긴축 신호를 보낸 뒤 95선에 머물고 있습니다. 크레딧아그리콜의 발렌틴 마리노프 전략가는 투자 메모에서 "외환 투자자들이 Fed 정책 경로에 대한 명확성을 기다리면서 잠시 모멘텀을 잃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앞으로 미국 CPI와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달러 랠리가 되살아나려면 상당히 높은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와 매파적 FOMC 신호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월 CPI 물가는 폭탄 or 구세주?
이번 CPI에는 유가 등 에너지가 상승이 크게 이바지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가는 2월 들어서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한때 배럴당 93달러를 넘어 7년 내 최고 수준으로 뛰었습니다. 이런 유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미국의 물가가 꺾이는 시점은 점점 더 늦춰질 것입니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대부분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씨티는 올해 하반기에 브렌트 가격이 18~20% 떨어져 배럴당 60달러 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2분기에 공급 증가로 인해 재고가 늘면서 유가가 떨어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반면 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으로 수요 회복세는 지금 예상보다 느려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월가에서는 단기적으로 두 가지 이벤트를 주시합니다. 첫 번째는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련 갈등 수위를 낮출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 중 일부는 향후 공동 조치의 기반이 될 수 있겠다. 회담이 유용하고 실질적이며 실무적이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두 번째는 이란 핵 협상 진전 상황입니다. 미국 등 서방과 이란 간의 핵 협상은 8일 재개됩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5일 외국 정부나 기업이 이란의 부셰르 원자력발전소와 아라크 중수로 등의 민간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 제재에 나선 뒤 첫 유화적 조치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월 CPI 물가는 폭탄 or 구세주?
물가 뿐 아닙니다. 4분기 어닝시즌을 보는 시각도 조금 엇갈립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지금까지 S&P500 기업의 56%가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76%는 월가 추정치를 상회했습니다. UBS는 "수익 및 매출 성장의 속도는 여전히 시장 기대치를 초과하고 있다"라며 "S&P500 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전반적으로 2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매출은 15% 증가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022년 11.5%, 2023년 8.5%의 이익 성장률 추정을 고수하고 있다. 연말 S&P500 목표주가도 5100을 유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월 CPI 물가는 폭탄 or 구세주?
하지만 팩트셋에 따르면 1월 한 달 동안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1분기 S&P500 기업의 EPS 추정치(지수 내 모든 기업의 1분기 EPS 추정치 중간값 집계)는 52.22달러에서 51.86달러로 0.7% 감소했습니다. 팩트셋은 "1분기는 2020년 2분기(-29.0%)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팬데믹이 터진 뒤 막대한 재정 및 통화 부양책에 힘입어 지속해서 상승하던 기업 이익 증가에 제동이 걸리는 셈입니다. 다만 팩트셋은 "일반적으로 월가는 분기 첫 달에 예상 EPS를 낮춘다"라면서 "지난 5년(20분기) 동안 분기의 첫 달 동안 EPS 추정치는 평균 1.3% 감소했고, 지난 10년(40분기) 동안 분기의 첫 달 동안 EPS 추정치는 평균 감소 폭은 1.9%였다"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1월 EPS 추정치 하락 폭은 5년 평균, 10년 평균보다 적은 셈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