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하남·화성, 3억씩 '뚝뚝'
올해 누적으로도 하락한 안양·하남·화성
수도권 하락률 상위권
4900가구 입주 몰린 안양 동안구
하남·화성도 대규모 입주·분양 예고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다섯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집값은 -0.02%를 기록하며 2019년 7월 넷째 주 이후 2년 6개월 만에 하락했다. 다만 상승폭을 줄이다 하락으로 전환한 만큼, 올해 누적으로는 0.02% 상승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과 경기도 집값은 각각 0.01%, 인천은 0.08% 올랐다.
올해 수도권에서 누적으로 집값이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0.28%를 기록한 경기 안양 동안구였다. 하남시와 화성시가 -0.18%로 뒤를 이었고 시흥(-0.16%), 수원 영통(-0.13%), 수원 장안(-0.12%)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전국 3위 상승했는데…올해는 수도권 꼴찌
안양 동안구는 지난해 33.42%가 올라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이었다. 의왕, 시흥과 함께 손꼽혔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6주째 하락과 보합을 거듭하며 집값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지난해 질주를 거듭하던 안양 동안구 집값 하락의 이유로는 '공급폭탄'이 꼽힌다. 안양 동안구에는 지난해 11월과 12월 '평촌래미안푸르지오'(1199가구), '한양수자인평촌리버뷰'(304가구), '평촌자이아이파크'(2531가구), '평촌두산위브리버뷰'(855가구) 등 4900여 가구가 입주했다.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인근 생활권을 공유하는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지정타)도 8500가구 규모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단기간에 입주물량이 쏟아지며 주변 집값을 끌어내린 셈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푸른마을인덕원대우' 전용 84㎡는 지난달 9억45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8월 최고가 12억4000만원을 기록했지만, 공급폭탄이 예고된 10월부터 가격이 9억원대로 떨어졌다. 같은 지역 '향촌현대4차' 전용 59㎡도 지난달 7억5000만원에 팔리며 지난해 8월 9억3500만원에 비해 2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철도 교통망 수혜 기대로 주목을 받으며 19.56% 상승했던 화성시 집값도 올해 들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8억원에 거래됐던 '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동탄' 전용 84㎡는 지난달 6억5000만원에 팔리며 1억5000만원 하락했다. '동탄역신미주' 전용 84㎡도 지난해 8월 7억6000만원에서 지난달 6억6000만원으로 1억원 떨어졌다.
3억원 넘게 하락한 곳도 있다. '동탄역시범한화꿈에그린프레스티지' 전용 84㎡는 지난해 8월 최고가인 14억5000만원을 기록했지만, 10월 13억3000만원, 11월 12억4000만원, 12월 11억3000만원으로 하락을 거듭했다. 최고가 대비로는 3억2000만원이 떨어진 셈이다.
공급물량 쏟아지니…"매수세 끊겨 매물 쌓인다"
화성시 아파트값 급락의 원인도 '공급폭탄'에 있다. 올해 화성시에 예정된 입주 물량은 1만1000가구, 분양 물량도 1만3500가구에 달한다. 올해 경기도 전체 분양 물량이 약 10만4000가구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약 10%가 화성시에 집중됐다고 볼 수 있다. KB부동산은 "화성시는 향남읍 외 지역에 매수세가 끊겨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르지 못했던 하남시는 올해 큰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16% 상승한 하남은 과천(7.87%), 김포(8.13%)와 함께 경기도에서 가장 집값이 적게 오른 지역 중 하나였다. 집값 상승률이 경기도 평균인 20.32%의 절반도 되지 않았는데, 그해 1만 가구 규모 입주물량이 쏟아진 탓이다. 3기 신도시로 인해 향후 공급폭탄도 예고됐다. 정부는 하남시청 남측 631만4121㎡ 부지에 3만3000가구 규모 하남교산 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3차 사전청약 접수로 공급도 가시화됐다. 당시 1056가구가 공급된 사전청약에는 5만5374명이 몰리며 52.4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남교산 신도시 청약 대기수요가 5만명을 넘은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주택 공급이 늘어나면 집값은 떨어진다.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문제"고 말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 소장도 "공급이 늘면 주변 집값이 하락한다"면서 "특히 분양보다는 신축 아파트 입주가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의 하락이 대세하락으로 이어질 지 여부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지역에 따라 다소 시간이 지난 뒤 수요가 공급을 흡수할 수 있고, 정부의 정책도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일부 지역의 가격 하락은 대출규제와 같은 인위적인 요인도 작용한 만큼 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상황으로만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당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