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에 대한 소극적 대응이 오히려 국내 반중(反中) 정서에 불을 붙인다’는 지적에 대해 “중국 측에 고유한 문화에 대한 존중과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한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전달해 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특히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 및 한·중 문화 교류의 해”라며 “양국은 고유 문화에 대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 교류 활성화와 한·중 국민 간 이해 제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을 입은 여성이 50여개 소수민족 중 하나를 대표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들고 나타나며 중국이 ‘문화공정’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개막식 식전 영상에는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강강술래를 하고 김치를 담가 먹는 모습까지 나왔다. 하지만 개막식에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공식적인 항의는 현재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황 장관은 “우리 문화가 확산하는 과정으로 보고 자신감, 당당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한복 논란은 도쿄올림픽 때 영토 문제(공식 홈페이지 표기)와는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외교부는 여러 차례 중국에 우리 입장을 밝혔다며 진화에 나섰다. 외교부 당국자는 취재진에 “외교 당국은 중국 측에 대해 적절한 경로로 국내적 관심사와 우려 등 우리의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한 바 있다”며 “여러 적절한 경로를 통해 다방면으로 이야기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에 대해 중국 측도 한국 내 관련 여론 동향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번 동계올림픽 개막식 공연 내용은 이른바 ‘문화 원류’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임을 저희에게 확인해온 바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외교적 소통 과정에서 “이번 올림픽 개막식 공연에서는 조선족 등 중국 내 여러 소수민족들이 각자의 전통 복장을 있는 그대로 착용하고 출연한 것”이라며 “이런 공연과 상관없이 한복이 한국과 한민족 고유의 전통 문화라는 명백한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7일 “조선족 전통 의상을 입은 중국인 여성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국기 전달식에 등장해 한국에서 큰 논쟁이 벌어졌다”며 “2022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많은 국제 언론의 극찬과 인정을 받았지만 일부 한국 기자들은 개막식에 등장한 조선족 의상과 장구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언론이) 포퓰리즘 측면에서 민의를 오도하자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해명했다”며 황 장관과 박병석 국회의장 등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