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PC 들이면서 사용자 지정 안했더니… '직장내 괴롭힘' 신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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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설비1조 조장 A는 설비2조 조장인 B로부터 “야, 이…”, “입 다물어” 등의 폭언을 들었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습니다.
A는 B보다 약 열 살 정도 어렸고, 입사년도도 10년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반면 총 3개조 중에서 A와 B는 각각 1조와 2조의 조장을 맡고 있었고, 부여된 직무 권한과 직급은 모두 같았습니다.
조사 결과, B가 A에게 폭언을 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배경에는 사무기기 배정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사실관계가 있었습니다.
A와 B가 속한 설비팀에는 3개의 조에 각각 조장과 조원이 2명씩 총 6명이 배치되어 있었고, 4대의 신규 컴퓨터가 배정되어 있었습니다. 4대의 컴퓨터를 어떻게 배정할지는 명확하게 정해진 바가 없었기 때문에 3개조는 협의에 따라 각 조의 조장이 한 대씩 컴퓨터를 사용하기로 하고, 나머지 한 대는 가장 고직급자이고 연장자인 3조의 조원인 C가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새로운 컴퓨터를 사용한 것은 각각 1조와 2조의 조원들이 사용했고, 조장인 A와 B는 서류작업이 많은 조원들에게 신규 컴퓨터를 양보하고, 오래되고 관리번호도 부여되어 있지 않은 낡은 컴퓨터를 사용했습니다.
문제는 B가 조장으로 있는 2조의 조원 D가 휴직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우면서 발생했습니다. A가 D가 쓰던 새로운 컴퓨터를 아무도 쓰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B에게 말도 없이 본인이 가져가서 사용했던 것입니다. A는 어차피 4대의 컴퓨터가 전체 설비팀에 배정되었고, 누가 어떤 컴퓨터를 쓴다는 것도 정해진 바가 없어서 본인이 가져가서 사용한 것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B는 A가 해당 컴퓨터를 가져가서 2조에는 새로운 컴퓨터가 전혀 없게 되었고, 최소한 자신에게 물어보거나 그 사실을 알려주지도 않았기 때문에 본인을 무시한 행동이며, 이로 인해 말다툼이 생겼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폭언을 한 것이고, A도 이에 뒤지지 않고 본인에게 고성을 내고 화를 냈다라고 밝혔습니다.
위 사례에서 분명 B는 A에게 폭언을 한 사실이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경우에도 B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 사안에서의 쟁점은 과연 B가 A에게 한 폭언이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A와 B는 같은 조장으로서, 조직 내 지위에서의 우위성은 없습니다. 한편 행위자인 B가 A보다 나이도 열 살 많고, 입사년도도 10년이나 빠르므로 관계 등에서 우위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관계 등의 우위는 단순히 나이가 많거나 입사년도가 빠르다는 것만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이런 관계 특성이 사건 당시 우위성을 발휘하였는지를 같이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체적으로 A와 B의 말다툼의 맥락이나 구체적 정황을 보면, B가 나이나 근속의 우위를 바탕으로 A에게 일방적으로 폭언을 했다기보다는 서로 고성이 오가는 등 조장간의 수평적인 관계에서 일어난 다툼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폭언을 하였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괴롭힘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후 맥락과 당사자 관계 등을 고려하여 지위나 관계상의 우위를 이용하였다고 볼 수 없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애초부터 사건이 일어난 계기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즉, 새로운 컴퓨터의 배정 당시부터 조 혹은 근속 등의 일정 기준에 따라 누구에게 어떤 컴퓨터가 배정될 것인지가 정해져 있었다면 A와 B의 이러한 다툼과 그로 인해 팀 내 분위기가 악화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하다보면 사소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소한 갈등이 누적되고 증폭되어 하나의 커다란 분쟁으로 격화되며, 그 분쟁은 기업이 애써 지켜온 기업 내 질서나 분위기를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망쳐놓기도 합니다. 이러한 분쟁의 예방을 위해 기업에서는 미리미리 업무 분장을 보다 명확히 하고, 인사·노무 관리기준 뿐만 아니라 사무기기나 비품 등의 관리기준 등의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까지도 정비하여 이러한 다툼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백준기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수석 공인노무사
A는 B보다 약 열 살 정도 어렸고, 입사년도도 10년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반면 총 3개조 중에서 A와 B는 각각 1조와 2조의 조장을 맡고 있었고, 부여된 직무 권한과 직급은 모두 같았습니다.
조사 결과, B가 A에게 폭언을 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배경에는 사무기기 배정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사실관계가 있었습니다.
A와 B가 속한 설비팀에는 3개의 조에 각각 조장과 조원이 2명씩 총 6명이 배치되어 있었고, 4대의 신규 컴퓨터가 배정되어 있었습니다. 4대의 컴퓨터를 어떻게 배정할지는 명확하게 정해진 바가 없었기 때문에 3개조는 협의에 따라 각 조의 조장이 한 대씩 컴퓨터를 사용하기로 하고, 나머지 한 대는 가장 고직급자이고 연장자인 3조의 조원인 C가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새로운 컴퓨터를 사용한 것은 각각 1조와 2조의 조원들이 사용했고, 조장인 A와 B는 서류작업이 많은 조원들에게 신규 컴퓨터를 양보하고, 오래되고 관리번호도 부여되어 있지 않은 낡은 컴퓨터를 사용했습니다.
문제는 B가 조장으로 있는 2조의 조원 D가 휴직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우면서 발생했습니다. A가 D가 쓰던 새로운 컴퓨터를 아무도 쓰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B에게 말도 없이 본인이 가져가서 사용했던 것입니다. A는 어차피 4대의 컴퓨터가 전체 설비팀에 배정되었고, 누가 어떤 컴퓨터를 쓴다는 것도 정해진 바가 없어서 본인이 가져가서 사용한 것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B는 A가 해당 컴퓨터를 가져가서 2조에는 새로운 컴퓨터가 전혀 없게 되었고, 최소한 자신에게 물어보거나 그 사실을 알려주지도 않았기 때문에 본인을 무시한 행동이며, 이로 인해 말다툼이 생겼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폭언을 한 것이고, A도 이에 뒤지지 않고 본인에게 고성을 내고 화를 냈다라고 밝혔습니다.
위 사례에서 분명 B는 A에게 폭언을 한 사실이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경우에도 B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 사안에서의 쟁점은 과연 B가 A에게 한 폭언이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A와 B는 같은 조장으로서, 조직 내 지위에서의 우위성은 없습니다. 한편 행위자인 B가 A보다 나이도 열 살 많고, 입사년도도 10년이나 빠르므로 관계 등에서 우위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관계 등의 우위는 단순히 나이가 많거나 입사년도가 빠르다는 것만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이런 관계 특성이 사건 당시 우위성을 발휘하였는지를 같이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체적으로 A와 B의 말다툼의 맥락이나 구체적 정황을 보면, B가 나이나 근속의 우위를 바탕으로 A에게 일방적으로 폭언을 했다기보다는 서로 고성이 오가는 등 조장간의 수평적인 관계에서 일어난 다툼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폭언을 하였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괴롭힘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후 맥락과 당사자 관계 등을 고려하여 지위나 관계상의 우위를 이용하였다고 볼 수 없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애초부터 사건이 일어난 계기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즉, 새로운 컴퓨터의 배정 당시부터 조 혹은 근속 등의 일정 기준에 따라 누구에게 어떤 컴퓨터가 배정될 것인지가 정해져 있었다면 A와 B의 이러한 다툼과 그로 인해 팀 내 분위기가 악화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하다보면 사소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소한 갈등이 누적되고 증폭되어 하나의 커다란 분쟁으로 격화되며, 그 분쟁은 기업이 애써 지켜온 기업 내 질서나 분위기를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망쳐놓기도 합니다. 이러한 분쟁의 예방을 위해 기업에서는 미리미리 업무 분장을 보다 명확히 하고, 인사·노무 관리기준 뿐만 아니라 사무기기나 비품 등의 관리기준 등의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까지도 정비하여 이러한 다툼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백준기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수석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