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태계 구축과 다양한 공정 기술 확보를 위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뒤 삼성전자와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 공격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텔은 7일(현지시간) 10억달러 규모 파운드리 펀드를 출범시켰다고 발표했다. 펀드는 인텔의 파운드리 조직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와 사내에서 각종 투자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인텔캐피털이 함께 만들었다.

펀드는 지식재산권(IP), 소프트웨어 툴, 혁신 반도체 아키텍처(설계방식), 고급패키징 기술의 출시 속도를 단축할 수 있는 분야에 우선 투입될 예정이라고 인텔은 밝혔다. 또 파운드리 기술 개발에 필요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인텔은 특히 중앙처리장치(CPU) 구동을 위한 명령어 중 하나인 ‘리스크-파이브(RISC-V)’ 기반의 반도체 설계와 생산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RISC-V 기반 반도체는 인텔이 새로운 고객사를 유치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텔이 자사 파운드리를 반도체 팹리스(설계전문회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IP를 공유하고, 파운드리에 필요한 기술은 스타트업을 통해 발굴하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혀나가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인텔이 펀드 조성에 나선 것은 파운드리 기술 격차를 이른 시일 내에 좁히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텔이 2018년 파운드리 시장에서 철수했던 것도 시장 점유율이 워낙 미미해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쇼티지(수급 부족) 등으로 파운드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인텔도 시장에 다시 들어왔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파운드리 투자 규모가 워낙 크고,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5월 미국 뉴멕시코주 공장 개선에 35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말엔 말레이시아 페낭 지역에 300억링깃(약 8조4000억원)을 들여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