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해외 제약사 2곳과 계약 논의 나선 에이비엘, 임상·플랫폼수출 두 마리 토끼 모두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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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노피와 1조원대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던 에이비엘바이오가 다음 기술이전 전략을 공개했다. 치료후보물질이 아닌 플랫폼 기술 자체를 수출하는 쪽으로 올해 수출 전략을 잡았다. 임상을 통한 신약 개발과 플랫폼 기술이전을 ‘투트랙’으로 병행해 이중항체치료제 시장 선점에 나섰다.
다음 기술수출 타깃은 물질 아닌 ‘플랫폼’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8일 오후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 2곳과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수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협상 중인 제약사 2곳은 사노피와 비슷한 시점에 논의에 들어갔다”며 “이미 실사를 마치고 자체 물질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에이비엘바이오가 해외 제약사 2곳과 논의 중인 매물이 특정 파이프라인이 아닌 플랫폼 기술 자체라는 점이다. 이 회사가 다음 기술이전 ‘타자’로 내놓으려는 플랫폼은 뇌질환 치료제 전달에 쓰는 ‘그랩바디B’다. 해외 제약사가 보유 중인 항체들에 그랩바디B를 적용시키는 방식으로 기술수출을 하겠다는 얘기다. 지난달 사노피에 1조272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던 파킨슨병 치료후보물질 ‘ABL301’이 이 플랫폼 기술을 쓰고 있다.
항체치료제는 저분자화합물보다 부피가 커 뇌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BB)을 거의 투과하지 못한다.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등에서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은 뇌질환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이유다. 그랩바디B는 ‘Y’자 모양으로 된 이중항체의 위쪽엔 약물을, 아래쪽엔 BBB 투과에 쓸 수 있는 물질을 붙여 기존 0.1% 수준이었던 BBB 투과율을 10배 이상인 2% 대로 끌어올린 기술이다.
거래 상대방이 제시하는 물질에 대해 그랩바디B의 사용 권리를 이전하는 방식을 적용하면 에이비엘바이오가 자체 후보물질에 국한해서 기술이전을 추진할 때보다 많은 계약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게 가능하다. 이 회사는 기존 협상 중인 2곳 외에 또 다른 2곳에서도 최근 그랩바디B의 기술이전 논의를 제의 받은 상황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와 계약을 체결했을 때보다 향후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제약사와의 계약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데다가 경쟁사의 임상 진행이 원할치 않아서다. 미국 드날리테라퓨틱스가 트랜스페린 수용체(TfR)을 이용해 BBB 투과율을 높여 뇌질환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최근 임상 1상을 보류했다. 구체적인 중단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TfR을 표적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독성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에이비엘바이오는 TfL이 아닌 ‘IGF1R(인슐린유사생장인자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임상 진행 병행 위한 실탄 2110억원 마련
플랫폼 기술 수출에 성공할 경우 에이비엘바이오는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또 다른 성공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 등도 각각 항체약물접합체(ADC), 인간히알루로니다제 등의 플랫폼 기술로 대형 기술수출에 성공한 바 있다. 자체 물질로 상용화를 직접 추진하기엔 바이오벤처의 덩치가 작다는 점과 이들 기업의 성과가 맞물려 업계에선 ‘플랫폼 바람’이 불기도 했다. 다만 이들 기업은 자체 플랫폼으로 직접 신약 임상을 끌고 가는 데에 방점을 두진 않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항암 이중항체 후보물질 3개를 임상 단계에 올려놓을 예정이다. 계획대로 라면 임상 중인 이 회사의 이중항체 후보물질은 6개로 늘어난다. 신약 개발과 플랫폼 기술 수출 모두를 동시에 잡는 전략이다. 임상을 동시 진행하기 위해선 충분한 현금이 필요하다. 이에 지난해 업계 일각에선 다수 임상을 진행해야 하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유상증자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기술이전 계약금을 수령하게 되면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이 같은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현재 현금 570억원을 보유 중이다. 사노피와의 계약에 따라 계약금 900억원을 다음달 안에 받은 뒤 연내 임상 1상 승인과 환자 투약 진행에 따라 540억원을 추가 수령할 예정이다. 레고켐바이오와 공동개발 한 뒤 미국 시스톤파마슈티컬즈에 기술수출 했던 항체약물접합체(ADC)에서도 임상 1상 진행에 따라 연내 약 100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후속 뇌질환 치료후보물질·차세대 암 이중항체 플랫폼 개발도 시작
에이비엘바이오는 다른 제약사들이 개발했던 신약 후보물질에도 그랩바디B를 적용해 자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 독일 머크의 베이스 등 다른 회사의 치매 치료제에 그랩바디B를 붙이면서 기술을 검증했다”며 “효소를 붙이거나 뇌전이 암에 쓸 수 있는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항암제 아바스틴, 올리고뉴클레오티드 등에도 붙이면서 다른 뇌질환에서도 플랫폼 확장성을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인 ‘그랩바디T’ 계열에서도 연내 기술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항암 후보물질에 대해서도 해외 제약사의 실사가 끝난 상황”이라며 “2023년 말이나 2024년 사이에 새로운 표적을 대상으로 한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다음 기술수출 타깃은 물질 아닌 ‘플랫폼’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8일 오후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 2곳과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수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협상 중인 제약사 2곳은 사노피와 비슷한 시점에 논의에 들어갔다”며 “이미 실사를 마치고 자체 물질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에이비엘바이오가 해외 제약사 2곳과 논의 중인 매물이 특정 파이프라인이 아닌 플랫폼 기술 자체라는 점이다. 이 회사가 다음 기술이전 ‘타자’로 내놓으려는 플랫폼은 뇌질환 치료제 전달에 쓰는 ‘그랩바디B’다. 해외 제약사가 보유 중인 항체들에 그랩바디B를 적용시키는 방식으로 기술수출을 하겠다는 얘기다. 지난달 사노피에 1조272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던 파킨슨병 치료후보물질 ‘ABL301’이 이 플랫폼 기술을 쓰고 있다.
항체치료제는 저분자화합물보다 부피가 커 뇌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BB)을 거의 투과하지 못한다.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등에서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은 뇌질환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이유다. 그랩바디B는 ‘Y’자 모양으로 된 이중항체의 위쪽엔 약물을, 아래쪽엔 BBB 투과에 쓸 수 있는 물질을 붙여 기존 0.1% 수준이었던 BBB 투과율을 10배 이상인 2% 대로 끌어올린 기술이다.
거래 상대방이 제시하는 물질에 대해 그랩바디B의 사용 권리를 이전하는 방식을 적용하면 에이비엘바이오가 자체 후보물질에 국한해서 기술이전을 추진할 때보다 많은 계약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게 가능하다. 이 회사는 기존 협상 중인 2곳 외에 또 다른 2곳에서도 최근 그랩바디B의 기술이전 논의를 제의 받은 상황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와 계약을 체결했을 때보다 향후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제약사와의 계약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데다가 경쟁사의 임상 진행이 원할치 않아서다. 미국 드날리테라퓨틱스가 트랜스페린 수용체(TfR)을 이용해 BBB 투과율을 높여 뇌질환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최근 임상 1상을 보류했다. 구체적인 중단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TfR을 표적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독성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에이비엘바이오는 TfL이 아닌 ‘IGF1R(인슐린유사생장인자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임상 진행 병행 위한 실탄 2110억원 마련
플랫폼 기술 수출에 성공할 경우 에이비엘바이오는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또 다른 성공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 등도 각각 항체약물접합체(ADC), 인간히알루로니다제 등의 플랫폼 기술로 대형 기술수출에 성공한 바 있다. 자체 물질로 상용화를 직접 추진하기엔 바이오벤처의 덩치가 작다는 점과 이들 기업의 성과가 맞물려 업계에선 ‘플랫폼 바람’이 불기도 했다. 다만 이들 기업은 자체 플랫폼으로 직접 신약 임상을 끌고 가는 데에 방점을 두진 않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항암 이중항체 후보물질 3개를 임상 단계에 올려놓을 예정이다. 계획대로 라면 임상 중인 이 회사의 이중항체 후보물질은 6개로 늘어난다. 신약 개발과 플랫폼 기술 수출 모두를 동시에 잡는 전략이다. 임상을 동시 진행하기 위해선 충분한 현금이 필요하다. 이에 지난해 업계 일각에선 다수 임상을 진행해야 하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유상증자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기술이전 계약금을 수령하게 되면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이 같은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현재 현금 570억원을 보유 중이다. 사노피와의 계약에 따라 계약금 900억원을 다음달 안에 받은 뒤 연내 임상 1상 승인과 환자 투약 진행에 따라 540억원을 추가 수령할 예정이다. 레고켐바이오와 공동개발 한 뒤 미국 시스톤파마슈티컬즈에 기술수출 했던 항체약물접합체(ADC)에서도 임상 1상 진행에 따라 연내 약 100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후속 뇌질환 치료후보물질·차세대 암 이중항체 플랫폼 개발도 시작
에이비엘바이오는 다른 제약사들이 개발했던 신약 후보물질에도 그랩바디B를 적용해 자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 독일 머크의 베이스 등 다른 회사의 치매 치료제에 그랩바디B를 붙이면서 기술을 검증했다”며 “효소를 붙이거나 뇌전이 암에 쓸 수 있는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항암제 아바스틴, 올리고뉴클레오티드 등에도 붙이면서 다른 뇌질환에서도 플랫폼 확장성을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인 ‘그랩바디T’ 계열에서도 연내 기술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항암 후보물질에 대해서도 해외 제약사의 실사가 끝난 상황”이라며 “2023년 말이나 2024년 사이에 새로운 표적을 대상으로 한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