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북한이 자강도 화평군 회중리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 건설을 대부분 완료했다고 밝혔다. 최근 5년여 만에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배치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올 들어서만 일곱 차례에 걸쳐 미사일 도발에 나선 북한이 비밀 미사일 기지를 계속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사일 방어망 구축 등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등 연구진은 7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에 공개한 ‘북한의 미신고 시설: 회중리 미사일 작전기지’라는 보고서를 통해 “비무장지대(DMZ)로부터 북쪽으로 약 338㎞, 북·중 국경으로부터 남쪽으로 25㎞ 떨어진 회중리 기지는 연대급 ICBM 부대 주둔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단기간 내 ICBM 실전 배치가 어려울 경우 IRBM이 배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발사한 최대 사거리가 5500㎞인 화성-12형 등이 회중리 기지에 배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여 년에 걸쳐 건설된 회중리 기지는 사실상 완공 단계에 접어들었다. 보고서는 “이르면 1990년대 후반부터 건설이 시작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지 대부분은 외적으론 완공됐고 주요 지하 시설의 장비 설치와 사소한 건설 작업 등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빨리 완공될 북한의 전략군 기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회중리 기지에 대한 상세 분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수차례의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도 이 기지가 신고된 적은 없었다. 보고서는 “이 기지는 북한이 한 번도 신고하지 않은 20개가량의 미사일 작전 기지 중 하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핵화 협상 중에도 공개된 적 없는 비밀 미사일 기지 20여 개가 북한 전역에 건설된 것으로 속속 확인되며 중층 미사일 방어망 구축 등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군은 8일 이례적으로 한반도 상공에서 전투기의 공중 급유 장면을 공개하며 암묵적인 대북 경고에 나섰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해당 지역의 동향과 활동에 대해선 한·미 정보당국이 긴밀한 공조하에 면밀히 추적·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