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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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동산 시장도 분위기가 쳐진 것은 맞지만 일부 재건축 및 신축 단지 등 '똘똘한 한 채'에 대한 문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강남 집값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싼값에 나오는 물건을 잡기 위한 수요자들이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T 공인 중개 대표)

서울 집값 풍향계로 불리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집값 상승세가 멈췄다. 이들 지역이 동시에 보합권에 접어든 것은 2020년 11월 둘째 주(9일) 이후 65주 만이다. 거래가 뜸하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가라앉았지만 정중동(靜中動)의 상황이다. 일부 재건축·신축 단지 등에 대한 문의는 꾸준하기 때문이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대장 아파트들의 호가는 좀처럼 하락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눈치보기' 장세가 내달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강남도 집값 상승세 멈춰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은마’ 전용 76㎡는 지난달 24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마지막 거래된 26억3500만원보다 1억4500만원 하락한 가격이다. 같은 동에 있는 ‘래미안대치하이스턴’ 전용 110㎡도 지난달 28억원에 팔렸다. 작년 마지막으로 거래된 30억원보다 2억원 떨어진 금액이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도 작년 12월 39억8000만원에 손바뀜해 직전에 이뤄진 45억원(11월)보다 5억2000만원 떨어졌고, 맞은편에 있는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도 지난해 11월 34억4000만원에 팔려 직전 거래인 38억원보다 3억6000만원 낮은 가격에 새주인을 찾았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도 지난달 25억원에 손바뀜해 지난해 마지막 거래 건인 25억7000만원보다 7000만원 떨어졌고, 같은 동에 있는 ‘잠실엘스’ 전용 84㎡도 지난해 12월 25억1000만원으로 직전 신고가인 25억8000만원보다 7000만원 하락한 가격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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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 집값이 상승세를 멈춘 이유는 일단 거래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운 시장 상황이기 때문이다. 압구정동 A 공인 중개 대표는 "그야말로 '거래 절벽'이다. 집을 사려는 수요자도 집을 팔려는 집주인도 드문 상황"이라며 "매물이 없는 데다 가격까지 치솟다보니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다.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개별 아파트 면적대에 따라서는 신고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222㎡는 직전 신고가보다 1억6000만원 뛴 74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맺어졌고,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는 지난달 30억원에 새주인을 찾았는데, 지난해 9월 거래된 29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 더 올랐다.

시장 "대세 하락 아냐" vs 정부 "하향 안정"

호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호가는 최고 40억원에 형성됐다. 개포동에 있는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84㎡ 호가도 최고 35억원으로 작년 거래된 이 면적대 최고가인 31억2000만원보다 수억원 높다.

"강남 집주인들, '대선'만 목 빠져라 기다리는 중"
개포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대표는 "향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재건축 단지나 신축 단지의 경우 여전히 수요자들이 찾는 매물이다. 이를 제외한 단지에서는 가격 하향 움직임이 포착된다"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강남 내 단지 별로 양극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 '대세 하락'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3월 열리는 대선이 부동산 시장 방향성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대표는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도, 집을 내놓으려는 집주인도 '대선'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중"이라며 "매매 자체를 대선 이후로 미루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선 결과에 따라 집값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며 "(대선)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봤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와는 달리 정부는 시장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울 아파트는 상승세를 멈췄다"며 "지난달 들어서는 강남, 서초, 성동, 일산 등 다수지역에서 1억원이 넘게 내린 거래 사례가 지속 포착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공급 확대, 심리 진정, 금리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시장 하향 안정세는 더 속도를 낼 것"이라며 "그간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오른 부분에 대한 하향 조정과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매 시장도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있지만, 강남권 주요단지에서 나온 아파트들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법원 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00% 초반으로 떨어졌지만, 강남권 아파트 경매는 여전히 110%를 웃도는 상황이다. 서울의 낙찰가율은 103.1%로 지난해 2월(99.9%)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낙찰가율은 113.30%로 지난 12월(112.5%) 보다 소폭 상승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