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인기에 원작자 수소문…유주·탑현 버전 모두 같은 제작자 작품
음원 차트 정상 '호랑수월가' 관심 증폭…라이트노벨 OST 원곡
"푸른 달아 다시 없을 내 달아 / 뻗은 손끝에 닿아다오 / 달빛만이 흘러 바다가 되고 / 지쳐 전하지 못하는 수월가.

"
2022년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아 음원 차트에서 임영웅, 아이브, 에스파 등 쟁쟁한 가수 사이를 뚫고 최정상을 거머쥔 노래가 있다.

바로 가수 탑현이 부른 '호랑수월가'다.

9일 가요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발표된 이 노래는 이뤄지지 못한 애달픈 사랑의 이야기를 동양풍 가락에 얹은 것이 특징인 곡이다.

이 노래는 음원 순위가 점차 상승하더니 이달 들어 멜론 일간 차트 2위까지 찍었다.

'호랑수월가'를 부른 가수 탑현은 아직 대중에게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가수다.

그는 지난해 싱글 '이제와서'로 데뷔한 뒤 '미안해요' 등을 발표했고, 주로 유튜브에서 활동해왔다.

이 노래의 기획자는 바로 가요계 유명 홍보대행사 HNS HQ를 이끄는 김교식 대표. 탑현의 '호랑수월가'는 사실 2015년 라이트 노벨(Light Novel) '나와 호랑이님' OST '호랑풍류가'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3·4월께 '호랑풍류가'를 리메이크하기로 하고 원작자를 찾아 나섰다"며 "저작권 관계가 명확지 않아 지인을 통해 저작권협회까지 수소문한 끝에 작곡가 상록수를 찾아 허락을 맡았다"고 말했다.

빠른 템포로 댄스곡 느낌이 나는 원곡과 달리 김 대표가 주목한 것은 애절한 발라드였다.

그는 탑현이 '호랑수월가'를 내기 전인 지난해 6월 여성 솔로 가수 유주(본명 함유주)가 부른 '호랑수월가'를 제작했다.

유주 버전 '호랑수월가'는 전통 악기 소리를 배합해 동양풍 느낌이 물씬 나는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이후 새해 들어 유주 버전에서 동양풍 느낌을 줄이고 일반적인 발라드 느낌을 살려 탑현 버전을 제작했다.

유주 버전과 탑현 버전의 두 '호랑수월가' 모두 같은 제작자의 손에서 나온 셈이다.

탑현 버전 '호랑수월가'의 순위가 상한가를 치면서 노래의 인기 배경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호랑수월가'는 지난해 이전부터 이미 유튜브와 틱톡 등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다"며 "이 좋은 노래를 왜 아무도 안 내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어 원작자의 허락을 맡아 리메이크하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유튜브 등에서 이미 입소문을 탄 노래를 포착해 리메이크한 뒤 정식 음원으로 발매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유주와 탑현이 음원을 내기 이전인 2019년 6월 업로드된 유튜버 '침대점령'의 '호랑수월가' 커버는 조회 수 1천900만건을 넘겼고, 가수 안예은이 2019년 12월 콘서트에서 부른 '호랑수월가' 커버 영상은 조회 수 140만건에 육박했다.

유튜브와 틱톡 등에서의 인기를 후광에 업은 이 노래는 때마침 '호랑이의 해'를 맞아 음원 차트 순위가 급상승했다.

탑현이 유튜브 크리에이터 '잠골버스'와 함께 부른 '호랑수월가'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 270만건을 넘겼다.

김 대표는 "'호랑수월가' 프로젝트에 한정해 유주·탑현과 손잡고 음원을 낸 것"이라며 "앞으로 국악·팝페라 등 크로스오버 장르도 기회가 닿으면 제작을 검토해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